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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She Did It

[She Did It] 20살에 얻은 기회, AI로 돌려주려는 연구자 | 문지혜 메타AI 연구원(Ep.1)

#문지혜연구원#메타AI#한국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24 좋아요0 작성일2026-06-25

과학자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멋진 과학기술이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과학동아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프로젝트, She Did It 캠페인의 일환으로 10회에 걸쳐 여성 과학자 스무 명의 하루를 들여다봅니다. 5월 7일, 문지혜 메타(Meta)AI 연구원의 수요일을 쫓아가 봅니다.

 

 

 

 


⏰07:30 AM 밤새 돌아간 실험 결과 확인

AI에 눈과 귀를 달아주다

 

 

2026년 5월 7일 목요일, 문지혜 메타인공지능(AI) 연구원의 아침은 7시 30분 시작된다. 식사를 간단히 한 뒤 곧바로 노트북을 연다. 밤사이 돌아간 AI 모델의 학습 결과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메타AI에서 ‘멀티모달 비전 AI’를 연구하고 있다. 멀티모달이란 AI로 여러 가지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이다. 문 연구원은 AI가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쉽게 말해 AI에게 사람처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눈과 귀를 달아주는 일이다.

오전 9시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AI 본사 3층의 사무실로 출근하면 다시 한번 전날 작성한 코드와 AI 학습 상태를 점검한다. 문 연구원은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는 AI모델은 학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전날 퇴근하며 실험을 시작하고 다음 날 아침에 결과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12:00 PM 메타AI 사내식당에서의 점심

AI 연구자가 되기까지

 

오후 12시, 문 연구원은 점심 식사를 위해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 이날의 점심 메뉴는 돼지고기 샐러드였다. 문 연구원은 “일을 하다가 ‘당이 떨어졌다’ 싶을 때마다 매층에 준비된 초코바랑 치토스를 먹었더니 입사 후에 2kg이 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채 끝내기도 전인 2025년 5월, 메타AI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그해 8월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다. “13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랑 수학 8등급을 받았던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메타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문 연구원은 선천적 청각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청각 장애 2급으로 태어났다. 이는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dB 이상인 경우로, 사실상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다(장애등급제는 2019년 7월 폐지됐다). 문 연구원은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약 20년을 살았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자극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20살에 처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탓에 수능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대학에 입학한 뒤 그는 공부 방식을 바꿨다. 수업 직후 복습하고, 짧은 간격으로 반복하며, 잠들기 전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기억과 학습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매 학기 성적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할 때는 총장상을 받았다.

그는 중원대 의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ETRI)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거쳐,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의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01:00 PM 팀 아이디어 회의

좋은 생각은 다양성 속에서 꽃핀다

 

오후 업무는 팀 회의로 시작했다. 문 연구원은 회의를 위해 2층 미팅룸으로 향했다. 문 연구원이 속한 팀의 구성원은 총 5명. 미국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다양성이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 강조했다. “문화가 다른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건데, 생각이 다르면 같은 문제를 풀 때도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거든요.”

 

 


회의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코드를 잘 보는 동료는 단순히 모델이 잘 작동하는지를 넘어서,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지까지 점검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자는 데이터 속 편향이나 빈틈을 짚어내고, 다른 분야에서 온 연구자는 기존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제안한다. 여기에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동료들은 기술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쓰일지를 질문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관점이 모이면서, 하나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여러 층위에서 다시 검토된다. 문 연구원은 “처음에는 모델 성능이나 실험 결과에만 집중할 때가 많았는데,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코드 구조나 데이터 품질, 사용자 맥락까지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팀원들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짚어주고, 더 나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존재다. 같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과정 자체가 연구의 일부가 된다.

 

⏰02:00 PM 사무실로 돌아오다

문서로 미래를 정리하는 시간

 



회의가 끝난 뒤, 문 연구원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혼자만의 업무 시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문서를 여는 것이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연구 방식과도 연결된다. 연구는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운 뒤 결과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다. 어떤 가설을 세웠는지, 왜 그 실험을 했는지, 예상과 다른 결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록하지 않으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쉽다. 문서화는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서로 남기면 논의의 맥락이 보존되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도 흐름을 따라올 수 있다. 말로는 지나가기 쉬운 모호한 부분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더 분명해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특히 중요한 방식이다.


 

“평소에는 6시에 퇴근해요. 오늘은 과학동아와 인터뷰가 있어서 5시에 조금 일찍 업무를 마무리했죠. 연구자라는 직업은 완전히 일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진 않아요. 그래도 퇴근 후에는 가능하면 연구에서 조금은 떨어지려고 해요. 하루 종일 모델 실험 결과를 보고 문서를 읽고 쓰다 보면 머릿속이 계속 연구 생각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보통은 남편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요. 저녁도 가능하면 같이 먹으려고 하고, 하루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일이 바쁠수록 오히려 그런 시간을 더 의식적으로 챙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문 연구원은 기술이 자신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고 기회를 준 것처럼 AI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을 꿈꾼다. “AI가 더 똑똑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사람과 만났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해요. AI가 사람들의 가능성을 넓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