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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단백질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풀다 프로테오믹스 연구의 프론티어 #129 유명희 명예연구원

#유명희연구원#프로테오믹스#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31 좋아요0 작성일2025-12-22

단백질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풀다

프로테오믹스 연구의 프론티어

유명희 명예연구원 (Ep.2)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열쇠는 단백질에 있다. 생명현상의 가장 직접적인 주체인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신호를 전달하고 물질대사를 조절하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이처럼 복잡한 생명 활동의 무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백질이 아니라, 단백질 전체의 발현양 변화와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접근법이 필요했다.

 

한국 생명공학의 초석을 다져온 유명희 박사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상호작용을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단백질체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열었다. 

 

 

생명 현상의 주체, 단백질 

 

 

단백질이란 생물체 내부에서 유전자 코드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합성분자로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생명체는 유전자라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청사진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체의 생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단백질이다. 대부분의 치료약의 타겟이 단백질인 것도 이 때문이다.

 

DNA의 주요 역할이 유전자에 암호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단백질의 역할은 세포 기능을 구현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마치 설계도와 이를 실행하는 생산 공장과도 비교될 수 있으며 이는 유기체의 생리학적 기능을 나타낸다.

 

 

단백질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단백질체학 ‘프로테오믹스’

 

 ©Agilent

 

단백질체학은 1990년 중반 태동한 최신 학문이다. 세포 내부의 단백질을 연구할 때 이전에는 단백질을 하나씩 분리해서 연구했지만 단백질체학에서는 세포 내에 있는 모든 단백질을 통째로 살핀다. 유명희 명예 연구원은 이를 고기잡이에 비유하면서 예전의 단백질 생화학은 낚시로 고기를 한 마리씩 잡았다면 단백질체학은 그물로 다양한 종의 고기들을 한꺼번에 잡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단백질체학 연구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1990년~2000년 대 초반까지 진행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의 완성이 결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인간 모든 유전자의 서열이 밝혀졌고 더불어 유전자에 의해 코드되는 단백질 서열도 유추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세포 내 단백질들을 통째로 분리하고 조각을 내어 그 조각들(펩타이드 절편이라 부름)을 질량분석기를 통해 분리하고 정량 측정하는 첨단 질량분석 기술의 발전, 그리고 질량분석 결과 데이터를 유전자 서열과 매칭하여 어떤 단백질들이 얼마만큼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는 인포매틱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백질체학의 본격적 연구가 가능해졌다.

 

“게놈 연구가 생명의 설계도를 해독하는 일이라면, 프로테오믹스는 그 설계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밝히는 과정이에요. 제가 평생 연구를 한 것은 단백질 생화학이고 단백질체학 연구를 시작한 것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완성된 2003년부터입니다.  단백질체학은 생명현상의 메커니즘(기작)을 밝히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질환의 진단제 및 신약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거대 데이터에서 추출하는 ‘생명의 언어’

 

 ©KIST

 

그가 단장을 맡아 이끌었던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은 2000년대 초반 한국 생명공학 연구의 방향인 ‘유전자 중심’에 ‘단백질 중심’을 추가하여 보다 포괄적인 생명 연구인 오믹스 연구 시대를 열었다. 사업단은 단백질 분리·정량 기술, 질량분석 기반 데이터 처리 기술을 국산화하며 한국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대규모 단백질 지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그가 주도한 KIST의 단백질 연구센터는 질량분석 기반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해 정밀한 단백질 동정 및 정량이 가능한 한국형 연구 플랫폼을 완성했다. 

 

유 명예연구원은 단백질의 발현, 변형, 상호작용을 대규모로 탐구하여, 단백질 접힘 현상을 밝히고 질병의 원인과 생명체의 작동 원리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단백질 연구는 곧 인간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하나의 단백질을 통해 질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요. 데이터 속에서 생명의 언어를 읽어내는 것이 바로 과학자의 일입니다.”

 

 

기초에서 응용으로, 산업으로 무한한 발전


 

프로테오믹스는 방대한 데이터의 학문이다. 하나의 실험만으로도 수천 개 단백질의 발현 패턴이 생성되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정제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단백질체학은 신약 개발, 식품 안전, 농생명, 환경 분석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암, 당뇨, 알츠하이머 등 만성 질환의 원인 단백질을 찾고, 이들이 세포 내에서 어떤 경로로 작동하는지를 밝혀내는 연구는 단순한 기초과학을 넘어, 암 치료 표적인자 발굴, 진단 마커 발굴과 신약개발 등으로 이어진다. 

 

유명희 명예연구원은 학계와 산업계를 이으며 단백질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 국내외 연구 기관, 제약사의 공동연구를 통해 질병 진단용 바이오마커 후보군을 다수 발굴했고, 일부는 실제 산업 응용 단계까지 이어졌다. 이는 단백질 분석 기술이 단순히 ‘기초연구’가 아니라 ‘생명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단백질체학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단백질체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과 출신이 유리하다. 그러나 반드시 생명공학이나 생물학을 전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희 명예 연구원은 단백질을 분석하는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으며, 그 무엇보다 ‘협업의 힘’,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콜라보가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생화학, 의학, 통계,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서로의 분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혹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으면 생명현상의 근저에는 다른 기초과학들이 있기 때문에 물리나 화학도 관심을 가지고 기초를 다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지 통계학은 필수라고 보면 됩니다.”

 

 

생명의 미래를 향한 과학의 가치

 

©BERTIS

 

유명희 명예연구원은 지금도 프로테오믹스 기반 진단 회사인 베르티스(Bertis, Inc.)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신진 연구자들과 함께 단백질의 복잡한 세계를 해독하며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과학은 질문과 발견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이 단백질체학 연구를 통해 언젠가 생명현상의 모든 언어를 해석할 수 있길 바랍니다.”

 

방대한 데이터 속 단백질의 세계를 탐험하며 대화를 해석하고 그 안에서 생로병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단백질체학. 대한민국 프로테오믹스의 개척자 유명희 명예연구원은 지금도 그 위대한 여정에 서 있다. 앞으로 많은 후배 연구자들이 그와 함께 생명의 서사를 찾아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