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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현대 생명과학·공학의 거의 모든 도구, 분자생물학 #126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이사장

#노정혜#분자생물학#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35 좋아요0 작성일2025-12-22

현대 생명과학·공학의 거의 모든 도구, 분자생물학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이사장(Ep.2)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 특히 DNA, RNA, 단백질 등의 핵산과 단백질의 화학적 구조와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하려는 학문, 분자생물학. 분자생물학은 현대 생명과학과 공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학문으로 의약품 및 바이오 신소재 개발, 질병 진단 및 치료 기술 개발, 농업 및 환경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분자생물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노정혜 교수는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해 미생물이 반응하는 기작 연구를 수행, 많은 성과를 냈다.  

 

 

새로운 유형의 조절 단백질을 발견하다


 

1984년 분자생물학 명문인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논문 <대장균 유전자 전사과정의 메커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노정혜 교수. 그의 박사 논문은 유전자의 발현이 가장 많이 연구된 대장균 유전자의 유전정보를 발현하는 첫 단계를 규명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논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사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처음엔 힘들었어요. 제 성격이 비교적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었는데 영어가 안 되니까 내성적이고 본의 아니게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거예요. 책으로 배운 영어와 회화는 차이가 컸어요. 한 3~4년 지나니까 제가 한 일의 결과가 영어가 모국어인 대학원생들의 연구 결과보다 더 좋은 거예요. 교수님이 참 잘한다고 칭찬을 해 주시니까 대학원 후반부엔 제 자존감이 올라가게 됐죠. 졸업할 때쯤 돼서는 교수님이 ‘너는 한국 가지 말고 미국에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웬만한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미국 유학 갈 때부터 가족이 있는 한국에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기에 돌아왔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포닥(Post Doctor; 박사후원구원)을 시작한 노정혜 교수는 친구로부터 서울대학의 공개채용 임용공고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다. 교수들이 알음알음으로 후배 교수를 비공개 채용하던 시기를 막 벗어나 공채제도가 시행되던 초기였다. 1986년 그는 20대에 교수가 되었다.

 

“자연대학에 이론과 관측연구를 하던 여교수님이 수학과에 두 분, 천문학과에 한 분 계셨는데, 제가 습식 실험실을 운영하는 여교수로 처음 임명을 받았습니다. 임용 당시 실험실을 꾸밀 정착연구비는 전혀 없었고, 과학재단(현 연구재단)의 국제공동연구비를 신청하여 실험실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87년부터 대학원생을 받게 되었는데, 이후 우수연구센터(SRC)의 지원을 받아 연구의 수준을 국제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 유학보다 국내 대학원을 선호하던 우수한 학생들 덕분에 국내에서 시작한 연구들이 빠르게 진전될 수 있었습니다.” 

 

노정혜 교수의 연구팀은 90년대 초부터 방선균이란 세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방선균은 토양의 흙냄새를 만들어 내고, 항생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대사물질을 만들어 내는 유용한 세균이다. 이 세균이 산소가 많은 환경을 갑자기 만나게 되면 유전자의 발현을 많이 바꾸게 되는데, 그러한 대응의 총괄 조절자를 찾는 일을 하던 때였다. 

 

“그 일을 수행하던 대학원생이 몇 년간 고생을 하며 유전자 전사효소들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 조절자를 찾아내게 되었고, 그 조절자가 주변의 산화환원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서 활성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조절자 부류의 첫 사례를 찾아낸 것이지요. 학생이 박사과정 말년 차에 거의 포기하려던 상황에서 발견한 이 조절자는 이후 우리 실험실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실험실에서 연구를 이어가게 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노정혜 교수는 방선균 유전자의 총괄 조절자로서 새로운 유형의 단백질을 발견한 이 때의 연구 성과를 가장 보람찬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 업적으로 국제적으로 선구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순수기초과학분야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온 업적은 높은 인용도를 보였으며 병원성 세균의 독성, 항산화성 항암기작, 항생제 내성 등을 이해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노정혜 교수는 미생물 유전자 발현 조절 연구로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박사 50명을 배출했다. 

 

 

연구생태계를 와해시키는 독버섯을 경계할 것! 

 

 

생명과학을 언급할 때 화두로 다루어지는 것인 생명윤리이다. 생명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지켜야할 윤리적 가치관이 크게 위협받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05년에 발생한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이다. 당시 서울대 연구처장으로서 노 교수는 사건 수습의 일선에 있었고 그를 향한 학계의 신망은 두터웠다. 그는 조사위원회 활동이 끝난 후 연구진실성위원회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등 각종 윤리기구의 매뉴얼을 만들며 연구윤리 확립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사건이었어요. 조사위원회 활동을 총괄하면서 참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뭔가 멋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망, 압박 때문에 명백한 결과를 왜곡해서 거짓으로 논문을 낸 거죠. 거기에 있는 데이터들이 하나같이 진실한 데이터가 없었고 다 조작된 것이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실험결과를 삭제해 버리고, 원하는 영상을 얻기 위해 조작을 행하며, 기여하지 않은 인물을 저자로 내세우거나, 다른 사람의 성과를 인용 없이 활용하는 등, 진실하고 정직하지 못한 행위들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너무나 분명한 위반도 있지만, 판단하기 애매한 잘못들도 있습니다. 과학은 다른 사람의 발견을 기반으로 진전합니다. 진실하지 못한 연구행위들은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과학의 토대를 잠식하고, 연구생태계를 와해시키는 독버섯과 같아요.” 

 

노 교수는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을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연구를 끌고 가야 오래도록 당당한 연구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깊은 울림-지식 그 이상의 감동이 있는 생명 현상 속에서

 

 

미생물학은 노정혜 교수의 호기심을 더욱 확장하고 빠져들게 하는 학문이었다. 그는 “오묘한 생명현상들을 가장 기본적인 분자세계에서 규명해내는 연구작업이 보람스럽다.”며 웃음 지었다.  

 

“제가 해온 공부는 미생물을 이렇게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하는 작업이라기보다는 그 미생물을 깨뜨려서 나온 물질을 갖고 하는 거예요. 세포배양을 반복하고 또 배양한 세포에서 원하는 DNA와 단백질 등을 분리해내는 일은 인내를 요하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지요. 분자생물학은 미생물의 구성물질을 살펴보고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생화학하고도 굉장히 많이 연결이 되죠. 분석 기기 등을 활용하기 위해 물리학적인 지식도 필요하고요. 지금은 모든 생물학의 기초도구가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생명현상을 연구하며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것에 지식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을 받았다는 노정혜 교수. 그는 학자적 통찰과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담긴 강연과 신문 컬럼 등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 2년여 기간동안 신문지상에 컬럼을 써왔습니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주제들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원리들을 생각하면서. 제가 연구했던 주제들의 범주를 넓혀 사회와의 접점을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세포 박테리아로부터 다세포 생명체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생명 자체가 얼마나 기이한 기적인가를 깨닫습니다. 하찮게 생각하는 일상의 동작들이 얼마나 오묘한 작동들의 연합인지. 자연을 알면 알수록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면서 얻게 되는 귀중한 깨달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