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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세계 최초 무소결 세라믹 3D프린팅 신기술로 혁신을 이끄는 재료공학자 #125 한국재료연구원 윤희숙 본부장

#윤희숙#재료공학자#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33 좋아요0 작성일2025-12-22

세계 최초 무소결 세라믹 3D프린팅 신기술로 

혁신을 이끄는 재료공학자

한국재료연구원 윤희숙 본부장 (Ep.2)

 

 

세라믹은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온 가장 오래된 소재 중 하나이다. 도자기에서 반도체, 의료기기, 우주항공 부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쓰이며, 열·화학·기계적 안정성이 뛰어나 금속·고분자와 함께 산업용 3대 핵심 소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깨지기 쉬운 성질로 인해 가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세라믹 산업의 숙제였다.

 

이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인물이 바로 윤희숙 박사이다. 그는 “불에 구워야만 완성된다”는 공식을 깨고, 무(無)소결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았다. 또한 세라믹·금속·고분자를 동시에 출력할 수 있는 광중합 기반 다종 세라믹 3D프린팅 전주기 신기술을 완성하여 재료공학의 경계를 확장했다. 

 

2024년 그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2025년 10월에는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소 주관 ‘리슌상(李淳賞)’을 수상했다. 국내외 특허만 50여 건에 이르는 윤 박사의 연구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재료공학계의 혁신을 상징한다.

 

 

보편적이지만 까다로운 재료, 세라믹


 

세라믹은 ‘불에 구운 흙’을 뜻하는 그리스어 ‘Keramos’에서 유래했다. 그 이름처럼, 세라믹은 고온 소결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에 따른 명확한 약점이 존재한다. 열처리(소결) 과정이 구조적 안정성과 기계적 물성 향상을 유도하지만, 이와 동시에 성형체의 부피수축으로 인한 치수정밀도 저하와 높은 경도로 인한 취성 즉, 깨지기 쉬운 성질을 동반시킨다. 이에 따라 세라믹은 3차원의 복잡구조 형상제어에 큰 한계점이 존재하고 형상제어를 위해 오랜 시간과 높은 비용을 투자해야하여, 세라믹이 응용되는 기술 범위와 시장확장성에 큰 제약이 있다. 또한, 정형/성형외과 혹은 치과 영역에서 사용되는 생체세라믹 구조물의 경우 이러한 형상제어 한계와 더불어서 골재생 유도기능 저하나 생물학적 기능성 부여에 한계가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재료연구원 윤희숙 박사는 이러한 세라믹의 구조적×기능적 한계를 극복했다. “세라믹이 인류 문명에 기여한 건 분명하지만, 재료의 장점이 오히려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 제약을 기술로 풀고 싶었어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는, 20여 년간 그가 걸어온 연구 여정의 축이 되었다.

 

 

무소결 세라믹 3D프린팅 기술, ‘구워야 한다’는 공식을 해체하다

 

 

2006년 한국재료연구원에 합류한 윤 박사는 뼈 재생용 세라믹 바이오 소재를 연구하던 중, 연구원 건물 뒤편 공사장에서 시멘트를 물과 섞어 굳히는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문득 ‘세라믹도 불이 아니라 화학 반응으로 굳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시멘트의 ‘화학적 경화 원리’를 응용했다. 일반 시멘트처럼 흙과 물이 만나 굳는 원리를 뼈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소결 시 발생하던 수축률이 대폭 감소했으며, 기계적 특성은 오히려 향상됐다. 이 기술의 장점은 단순한 공정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열처리를 하지 않아도 구조안정성이 우수하고, 생체친화성이 매우 높다. 프린팅 과정에서 세포나 약물을 함께 넣을 수 있어 환자에 따라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

 

“열처리를 안 하니까 뼈가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아요. 그래서 뼈 재생이 훨씬 잘 되고, 살아있는 세포나 약물을 동시에 프린팅할 수도 있습니다. 금속임플란트처럼 환자들이 공항 검색대를 지날 때 ‘삐삐’하고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임상선생님께서 알려주셨죠.”

 

이 기술은 인공 뼈, 치과용 보철, 조직 재생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서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한 기반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수의 의료기관과 협업을 거쳐 임상 전 단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광중합 기반 다종 세라믹 3D프린팅, 복합 소재 제조의 진화

 

 

두 번째 기술인 광중합 기반 다종 세라믹 3D프린팅은 3D프린팅 기술의 적용 분야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보통 3D프린팅은 한 가지 재료로 입체 구조를 만드는 데 그치지만, 실제 많은 부품들은 다양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물성이 서로 다른 재료를 동시에 정밀 프린팅할 수 있는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실의 다양한 디바이스들은 하나의 재료로만 이뤄지지 않아요. 금속도 있고 세라믹도 있고 플라스틱도 있죠. 그런데 두 가지 이상을 한 번에 프린팅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재료 연구자지만, 장비부터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박사는 필름 형태로 재료를 공급하면서 서로 다른 재료를 동시에 프린팅할 수 있는 장비를 구상했다. 또한, 서로 다른 재료가 섞이지않도록 두개의 필름 라인 사이에 독자적 세척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세라믹용 소재, 장비, 공정의 모든 단계를 직접 개발했다. 그 결과, 세라믹과 세라믹, 세라믹과 금속, 세라믹과 고분자 등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동시에 적층하는 정밀 제조 시스템이 탄생했다. 이 기술은 재료, 장비,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개발하였고, 자동차, 전기전자, 의료, 반도체, 우주항공 등 세라믹의 여러 특성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산업 전반에 응용이 가능해 세라믹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이 장비가 처음 돌아갔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안 된다고 했던 걸 몇 년을 밤새워 만들어냈고,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랑 미국 국립연구실 연구자들이 와서 ‘이 장비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는 너무 뿌듯했죠.” 

 

 

융합의 확장: 바이오에서 AI, 그리고 해양으로


 

위 기술들로 다수의 특허와 기술이전이라는 성과를 이룬 윤 박사는 계속해서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를 이끌며 나노, 바이오, 플라즈마 융합 연구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에서는 암 및 뇌 질환과 같은 난치성 질병의 조기 진단용 나노바이오 소재 및 바이오센서 기술, 인체조직 재생·재건 치료와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바이오소재·공정·시스템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질병 진단 플랫폼, 플라즈마를 활용한 피부질환 치료·약물전달·생체소재 접합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주목할 프로젝트는 그의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한 산호 재생 연구이다. 10년 넘게 즐겨온 스쿠버다이빙 중 관찰한 바다의 변화를 계기로, 세라믹의 뼈 재생 원리와 산호의 성장 메커니즘이 유사함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뼈 재생용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을 해양 생태계 복원에 응용하는 연구를 시작했으며, 산호의 유착 효율과 물정화기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는 기초과학을 넘어 기후·환경 분야로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보다 많은 산업 영역에서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세라믹 원료 특성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는 재료설계와 공정조건이 상이해 활용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극복하고 기술의 일반화/보편화를 추진하고자 현재 AI와 3D프린팅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년 넘게 재료공학을 파고들며 혁신적인 발자취를 남겨 온 윤희숙 박사는 지금도 새로운 실험을 구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기발함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윤 박사의 연구가 또 어떤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