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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암호를 풀 듯 혁신적 비전을 이끌어가는 교육행정가 #122 이화여자대학교 이향숙 총장

#이화여자대학교#이향숙총장#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49 좋아요0 작성일2025-10-28

암호를 풀 듯 혁신적 비전을 이끌어가는 교육행정가

이화여자대학교 이향숙 총장 (Ep.2)

 

 

이향숙 이대 총장은 수학자로서 연구 및 교육 활동뿐만 아니라 수학계 및 과학기술계 등에서 행정가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그런 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말이 관형사처럼 놓인다. 2024년 이화여대 139년 역사상 최초의 과학기술계열 총장에 선임되었고, 2017년 대한수학회 70년 역사상 여성 최초로 회장에 선출되었다. 한국연구재단 이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기초과학연구원 이사 등을 역임하며 특유의 통섭적 사고와 추진력, 성실함으로 난제를 풀며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해왔다. 

 

 

수학적 리더십을 펼치는 행정가 



이향숙 총장은 1995년부터 이화여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수학과 학과장, 연구처장·산학협력단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여성 최초의 대한수학회장을 비롯해 한국연구재단 이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기초과학연구원 이사 등 국가 과학기술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연구자로서 한 분야에 몰입하는 삶은 큰 보람이 있지만, 과학기술이 더 넓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려면 연구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구조가 튼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오던 이 총장에게는 자연스런 행보였다. 그는 연구정책과 제도,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행정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리더십을 인정받아 여러 기관의 운영과 정책 자문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에서 자연과학단장으로 재직하며 쌓은 연구행정 경험과 재단 이사로서의 활동은 정부의 R&D 정책과 지원 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한층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울러 국내외 연구자들이 직면한 연구 환경과 제도적 한계를 깨달음으로써, 연구 현장의 현실적 요구와 국가적 정책 방향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 시각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이 학문 발전과 연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전략적 안목을 넓히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 생태계의 중추적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기초과학연구원에서의 경험은 과학기술이 연구자 개인의 성취를 넘어, 정책·시스템·철학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국가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고 한다.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행정가로서 이향숙 총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투명성과 신뢰’, 그리고 ‘사람 중심의 운영’이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육기관의 행정이 지향해야 할 본질이라고 믿고 있다.

더 나아가 여성 최초의 대한수학회장을 역임한 경험을 지닌 리더로서, 그는 과학기술계와 고등교육의 다양한 현장에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다양성과 포용성이 제도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행정가로서의 책임이자 가치이다.

 

 

AI for All Ewha


 

 

미래 가치 구현을 위해 이향숙 총장이 제안하는 첫걸음은 ‘좋은 문제’이다.

 

 

"좋은 문제란 단순히 '정답이 있는 문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총장은 좋은 문제가 사회적 파장이나 학문적 확장 가능성을 지니며,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현상이나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불편함이나 갈등의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문제일수록 '좋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고령화, 젠더 불균형, 지역 소멸, AI 윤리 같은 이슈들은 단순한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은 재정의가 필요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복합적 사고력이 중요해진다. 좋은 문제란 하나의 정답보다는 다양한 해석과 해결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가진 문제이며, 이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발굴하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이 총장은 무엇보다 먼저 '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접하는 경험은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발견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AI 역시 기술 그 자체보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예술 등 여러 분야와 연결될 때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가 'AI for All Ewh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에 관계없이 AI 교육을 확대하고, 학문 간 융합을 장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이 총장은 비판적 사고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학습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문제 감지 능력이 자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화는 자기설계 Module 교과목(이공계 전공 수업 수강을 위해 필요한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기초 소양 Module 강좌를 학생 스스로 조합 설계하여 수강하는 제도), PBL(Problem-Based Learning), 디자인 씽킹, 산학연계 프로젝트 등 실험적이고 참여적인 자기주도적 교육 방식을 적극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실패를 허용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도전하는 과정에는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시도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화는 창의적 시도를 존중하고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환경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스스로 정의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이 총장의 설명이다.

 

이향숙 총장은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떤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상상하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출발점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민감성과 통찰이다.

 

"AI 시대에는 문제 발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전통적 문제해결이 주어진 문제의 최적해를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창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총장은 이것이 단순한 비판적 사고를 넘어, 건설적인 상상력과 미래를 설계하는 역량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람직한 미래를 역설계하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사람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경쟁력은 그 도구를 통해 어떤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화여대가 지향하는 'AI for All Ewha'는 단지 모든 학생이 AI를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과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창의적인 해법을 탐색하는 문제 발굴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것이야말로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며, 미래 사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핵심 자질이다.

 

 

WISET의 디딤돌 역할을 한 이화여대 WISE, WIST 프로그램


 

 

이향숙 총장은 ‘이화는 사회적 자산’이라고 천명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인재를 배출해가며 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변화를 이끌며,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온 이화여대가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여성 교육기관으로서, 이제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과거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차별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구조적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 총장은 2025년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이 아직까지도 148개국 중 101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참여와 정치적 권한 분야에서의 격차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STEM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과 수리 영역에서 여학생들의 수험 능력은 남학생들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전공 선택이나 졸업 후 커리어에서 성별 격차가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 총장은 “주도적 리더십의 체득”이야말로 이화여대가 추구하는 여성 교육의 핵심 가치임을 역설했다. 

“이화는 여성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회, 동아리, 학회 등 모든 활동에서 여성들이 주변적 역할이 아닌 핵심적·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접근하면, 이화는 STEM 분야의 구조적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화는 현재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설립되기 전인 2001년부터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성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이화과학페스티벌, 생활과학교실, WIE(Women in Engineering)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성들이 기술 혁신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여성 과학기술인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한 역량 강화



 

여성들의 지속 가능한 경력 개발의 실현을 위해 펼치는 장기적인 관점의 노력도 고무적이다. 이화여대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멘토링, 네트워킹, 여성 리더십 교육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파트타임 연구, 공동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경력단절 후 재진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주도적인 경력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결국 이향숙 총장이 추구하는 여성 교육의 본질은 ‘여성이 주체가 되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한 역량 강화’이다.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 없이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노력들이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는 이제 단순한 전통의 계승을 넘어 기술대전환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 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창립 140주년을 맞이하는 이화가 세계적 명문으로 도약하여 인류 공동의 사회적 자산으로 성장하는 것이 저와 저희 세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자, 이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이향숙 총장의 걸음은 한 사람의 학문적 여정을 넘어, 세상에 ‘좋은 문제’를 던지는 교육자의 도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는 수학이 보여준 질서와 논리 위에, 인간적 통찰과 포용의 리더십을 더해 미래 교육의 방향을 다시 그린다. AI 시대의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라는 믿음. 교육자이자 리더로서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는 그의 여정은, 결국 ‘여성의 변화가 곧 사회의 변화’임을 증명해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