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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뇌 발달의 비밀을 푸는 유전학자 #121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FOXG1 Research Center 이수경 교수
#유전학#뇌발달#여성과학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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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0-23
뇌 발달의 비밀을 푸는 유전학자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FOXG1 Research Center 이수경 교수(Ep.2)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의 이수경 교수는 뇌 발달의 핵심 유전자 ‘FOXG1’을 연구하며 신경발달장애의 원인과 치료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FOXG1 Research Center는 기초과학과 임상을 잇는 통합적 연구를 통해 자폐증·지적장애 등 다양한 뇌 질환의 실마리를 밝혀가고 있다. 이 교수의 연구는 뇌 발달의 원리를 넘어, 과학이 인간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뇌 발달과 FOXG1의 중요성
인간의 뇌는 배아 단계에서부터 끊임없이 성장하며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신경세포가 정해진 시기에 만들어지고 뇌 안에서 제자리를 찾으며, 서로 연결되어 학습과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망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작은 오류가 발생하면 자폐증, 지적 장애, 운동 이상 등 심각한 신경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가운데 FOXG1은 뇌 발달의 ‘열쇠 유전자’로 불린다. 생쥐에서 FOXG1이 결핍되면 전뇌가 거의 형성되지 않고, 뇌 크기가 작아지며 기본적인 신경 기능이 손상된다. 사람에서도 FOXG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FOXG1 증후군이라는 희귀 신경발달장애가 발생한다. 이 질환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물려받지 않고, 새로운(de novo) 변이로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뇌소형증, 언어 및 운동 발달 지연, 자폐 스펙트럼 특성, 간질, 반복 행동 등이 보고되고 있다. 즉, FOXG1은 단순한 한 유전자가 아니라, 인간 뇌 발달의 정상적 진행을 보장하는 핵심 열쇠라고 할 수 있다.
FOXG1 Research Center와 연구의 확장
이수경 교수는 현재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University at Buffalo, SUNY)의 생물학과 정교수이자 FOXG1 Research Center 소장을 맡고 있다. 연구소의 주요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두뇌 발달과 성숙 과정에서 FOXG1과 유사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신호 네트워크를 통해 신경세포 발달을 지휘하는지를 규명하는 것. 둘째, FOXG1 증후군을 비롯한 뇌 발달장애 환자를 위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는 기초과학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동시에, 임상적 응용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연구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수와 연구교수,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 고등학생 인턴까지 참여하며, 실험실 매니저와 테크니션이 현장의 운영을 지원한다. 이수경 교수는 “연구는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각자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이 모일 때 비로소 성과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연구실에서는 매일 아침 온라인 미팅을 통해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FOXG1 증후군 연구는 범위를 확장해 자폐증, 지적장애, 간질 등 다양한 신경발달장애를 포괄한다. 이는 단일 질환을 넘어, 인간 두뇌 발달의 보편적 원리를 이해하고 미래 의학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양한 질환 모델과 첨단 연구 기법
FOXG1 증후군의 특징은 환자마다 증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경미한 발달 지연부터 심각한 운동·인지 결손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치료법 개발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사람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재현할 수 있는 모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우스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FOXG1 변이를 도입하면 뇌 크기가 줄고, 축삭과 신경세포 수가 감소하며, 백질 형성이 부족해지고, 염증 반응이 증가한다. 그 결과 운동 능력 저하, 반복 행동, 기억력 손상 등 환자의 임상 증상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현재 연구실은 15종 이상의 FOXG1 관련 마우스 라인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 배아기부터 성체까지 다양한 발달 단계에서 행동검사와 뇌 분석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FOXG1 변이가 시기와 정도에 따라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모델도 중요한 축이다. 환자 피부세포에서 유래한 iPSC를 대뇌 피질 뉴런으로 분화시켜 돌연변이 세포를 관찰하면, 신경 분화 효율이 떨어지고 신경돌기와 시냅스 형성이 제한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이러한 세포 수준의 결함은 곧 뇌 발달 장애로 이어지며, 환자 증상의 근본적 원인을 설명해 준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접근도 병행한다. FOXG1 단백질이 DNA의 어느 부위에 결합하는지, 어떤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지를 정밀 분석해, FOXG1이 지휘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그려내고 있다. 이는 신경발달의 분자적 언어를 해독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치료법 개발과 유전자 치료 전략

질환 기전 연구는 곧 치료법 개발로 이어진다. FOXG1 증후군은 단일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보충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연구팀은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를 활용한 유전자 보충(gene replacement) 치료 전략을 설계했다.
마우스 모델에서 AAV-FOXG1 벡터를 뇌에 주입하자 뇌 구조와 행동 증상이 개선되었으며, 이는 조기 치료가 구조적 결손까지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는 다양한 용량을 시험하며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으며, 부작용 없이 목표한 세포에서만 작동하도록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면 FDA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해 사람 대상 임상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연구팀은 환자 세포 모델을 활용한 약물 후보 탐색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 치료 외에도 소분자 약물이나 다른 치료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초에서 응용까지, 통합적 시각의 중요성
이수경 교수는 박사과정 동안 전사 조절(transcriptional regulation)과 중추신경계 발달(CNS development)을 연구했으며, 이를 토대로 FOXG1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기초과학부터 응용, 임상 보고까지 폭넓게 읽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식을 연결하는 통합적 시각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발생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Michael Stanger의 『From One Cell』을 추천한다. 생명의 기원부터 의학의 미래까지를 아우르는 이 책은 발생학을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탐구로 느끼게 한다.
이 교수는 FOXG1 연구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한다. 생물학, 의학, 약학뿐 아니라 화학, 데이터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기초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이해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접목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환자와 함께하는 연구, 그리고 미래적 가치
“연구의 중심에는 언제나 환자와 가족이 있다.” 이수경 교수는 연구가 단순히 논문으로 끝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연구소는 학계, 산업계, 임상의, 환자 가족이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를 지향하며, 환자 가족의 경험과 목소리는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FOXG1 증후군은 희귀질환이지만, 연구의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FOXG1 같은 핵심 유전자를 이해하는 과정은 자폐증, 지적장애, 간질 등 다양한 신경발달장애 연구의 기반을 제공한다. 나아가 유전자 치료와 맞춤형 의학이라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 교수는 “신경발생학을 이해하는 일은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뇌 발달 과정에서 한 번 사용된 유전자가 잘못 활성화되면 암세포로 변하고, 기능을 상실하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뇌 발달 연구는 발달, 암, 퇴행성 질환을 연결하는 공통 언어를 제공하며, 미래 의료와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핵심 해법이 될 것이다.
이수경 교수의 연구는 뇌 발달이라는 거대한 퍼즐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여정이다. 작은 유전자 하나를 향한 끈질긴 탐구는 결국 생명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따뜻한 의지로 이어진다. 그의 손끝에서 과학은 데이터가 아닌 ‘이해의 언어’로 바뀌고, 연구는 환자와 가족에게 닿는 희망이 된다. 오늘도 그는 미지의 뇌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가능성을 하나씩 밝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