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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디자인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 산업디자인공학 #120 델프트 공대 정지원 교수

#산업디자인#디자인공학#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18 좋아요0 작성일2025-10-16

 

디자인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 산업디자인공학 

델프트 공대 정지원 교수님 인터뷰 (Ep.2)

 

정지원 교수는 델프트 공대 산업디자인공학부와 에라스무스 대학병원 외과에서 강의하며, 헬스케어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인구 변화에 따라 수년 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네덜란드 의료 시스템의 인력 부족 위기에 대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기술로서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복잡한 세상의 미래를 설계하는, 디자인공학  


 

정지원 교수는 산업디자인공학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디자인은 단순한 문제 해결의 도구를 넘어, 문제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고, 기술의 발전을 인간과 사회의 진보와 조화롭게 연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의 말처럼, 산업디자인공학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일’(problem-solving)을 넘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Problem Framing)’에 집중하는 학문이다. 즉, 디자이너는 사회적·기술적 맥락을 재구성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첨단 기술의 가능성을 융합하여,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의하고, 그에 따른 혁신적인 제품, 인터랙션, 경험, 서비스, 시스템을 설계한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디자인공학은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디자인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실제의 간극을 짚는다. “국내에서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아직 미적 요소나 형태 중심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디자인은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디자인을 ‘설계(設計)’로 번역하듯이, 구조와 기능, 시스템을 계획하고 조율하는 산업 전반의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정 교수는 디자인공학을 ‘총체적 설계’의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일이 아닙니다. 제품이 작동하는 방식, 사용자의 경험, 제품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까지 설계의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태블릿 PC용 스마트 펜슬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립감, 미끄럼 방지, 배터리 무게와 수명, 터치 감도, 앱과의 연동성까지 고려해야 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펜슬이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될지, 어떤 앱 생태계와 연계되어 사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이 생태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시장 전략까지도 함께 설계하는 것이죠. 제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서비스, 유통, 생태계(Ecosystem), 시장 구조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 디자인공학의 본질입니다.”

최근 디자이너들이 다루는 대상은 점점 더 복잡한 사회적 도전과제로 확장되고 있다. “오늘날 디자이너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문제(societal challenges)를 설계합니다. 이러한 과제는 본질적으로 높은 복잡성을 동반해요. 기술은 단순한 해결 수단을 넘어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연구 중인 헬스케어 시스템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헬스케어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예로 들어볼게요. 기술만 잘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 보호는 기본이고, 의료진의 워크플로우나 환자의 치료 여정에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합니다. 기술이 진짜 도움이 되려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해요.”

윤리성과 제도 설계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예를 들어, AI가 진료나 치료 결정에 관여하게 될 경우,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또 그 의료 행위에 대한 재정적 보상 방식(reimbursement model)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기술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그것이 의료 시스템이라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윤리적·제도적 고려를 통한 설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으로 ‘시스템 디자인(System Design)’을 꼽는다. “시스템 디자인은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는 생태계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시장 구조, 정부 정책, 기술 환경은 물론, 개별 소비자의 삶과 그 안의 감정, 가치관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디자이너는 단순한 설계자가 아니라, 이 모든 요소를 조율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학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스템을 바꾸는 일의 어려움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덧붙인다. “시스템을 변화시킨다는 건 단편적인 문제 하나를 푸는 게 아니에요. 서로 연결된 요소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늘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어떤 변화를 진정으로 원하는가?’ 디자이너로서, 그 미래의 비전을 설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

 

복잡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설계하고 변화시키는 일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지원 교수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의 축 역시 ‘디자인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다. “제가 일하고 있는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 산업디자인공학부의 교육과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재 어떤 사회문제가 존재하는가,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기술은 어떻게 그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공과대학임에도 기술 중심이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는 접근 방식은, 기술 교육이 나아가야 할 모범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이를 “복잡한 사회적 도전에 기술을 통해 책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공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기술적 역량(technical excellence)’과 ‘사회적 감수성(societal sensitivity)’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정 교수가 담당하는 과목 ‘Tech-enabled Innovation Studio’는 이러한 교육 철학이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약 70명의 학생들이 여러 개의 팀을 이루어 실제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제시한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디자인 솔루션을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참여 클라이언트는 병원, 은행부터 로펌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이 도전하는 문제들도 실로 다양하고 실질적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심리치료 초기 문진(intake) 과정을 자동화하고, GP의 진료 업무를 줄일 수 있는 LLM 기반 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했고, 농업 금융 분야에서는 전 세계 농민들이 지속 가능한 농업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을 설계하여 사회적 법률 접근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정 교수는 이 과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행력 있는 비전’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자를 만나고,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며, 구현 가능한 기술 설계와 기술 전략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기술만 잘 다룬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기에, 사회적 맥락을 읽고, 윤리적 고민을 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시각이 함께 요구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디자이너가 세상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디자인은 더 이상 ‘어떻게 만들 것인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과 사회가 교차하는 이 복잡한 지점에서, 디자이너는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의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그런 디자이너가 되길 바랍니다. 더 복잡한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과 사회를 위한 미래 기술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들 말이죠.”

 

 

의료 인력 위기, 시스템 디자인으로 답하다

 

정지원 교수가 이끄는 헬스케어 시스템 디지털화 (Healthcare System Digital Transformation) 연구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시스템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다.

그의 연구는 헬스케어 디자인이 정부 정책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의료 시스템의 변화는 정책적 변화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고,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 역시 병원과 보험사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공공 신뢰 등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복합적인 과제다.

네덜란드 정부의 과학자문기구(WRR)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 전체 노동 인구의 약 16~17%가 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이 비율이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즉, 현재 의료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의료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의료의 질은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의 예방 단계부터 입원, 진료, 퇴원 이후까지의 전체 케어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업무가 과중되거나 지연이 발생하는 병목 지점을 찾아 AI로 보완함으로써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방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업무 흐름을 지원함으로써 한정된 인력과 자원 내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정 교수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소아 만성질환 아동을 위한 디지털 자기관리 플랫폼. 웨어러블 기기, 앱, 센서 기술을 활용해, 선천성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가정에서 활동적인 운동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단순한 헬스케어 기술이 아니라,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시스템이다.

둘째, 정신건강 초기 상담 프로세스의 AI 자동화. 네덜란드 기초 정신건강 시스템(Basis-GGZ)의 초기 인터뷰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하여, 전문가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와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자동 보고서 생성 시스템도 함께 개발 중이며, 이로 인해 환자 경험 또한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셋째, 네덜란드 GP(일반의) 환경에 최적화된 의료용 LLM 개발. 진료 기록 요약, 상담 문서 작성, 트리아지 (Triage) 보조 등 GP의 행정 업무를 줄이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어 기반 의료 언어모델을 개발 중이다. 의료 현장의 실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의료진과 환자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설계(Co-desig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공통된 목표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 중심의 시스템 안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기술은 그 자체로 답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윤리적 고려 안에서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시스템의 병목을 인공지능으로 풀어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변화는, 기술이 사회와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섬세하게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정 교수의 연구는 바로 그 ‘설계’를 통해, 더 지속 가능하고 인간적인 헬스케어 시스템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심장병 어린이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게 하려면?

 

정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는 “심혈관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이 마음껏 운동하도록 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심장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은 주변의 우려와 두려움으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운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혈관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도 얼마든지 운동을 잘할 수 있으며, 적당량의 운동을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 

“심혈관 질환 아동의 가정에서는 대부분 운동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은 아이들이 운동을 못하는 주된 이유는 건강 상태보다 주변의 걱정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한 리서치에서 나온 결과가 심혈관 관련 병을 가진 아이는 학교에 가서도 축구를 하면 대부분 골키퍼를 한다는 거예요. 가능한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어떻게 부모의 그런 걱정을 줄이고, 아동들도 안전하게 그리고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정 교수와 연구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어린이의 심박수 등을 감시 및 추적하고, 심장 박동의 추이와 위험 전 단계 알람 등을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가 완성되면, 심혈관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도 보다 안심하고 운동을 할 수 있고, 부모들의 걱정도 한결 덜 수 있다. 

 


디자인적 시선으로 사회를 읽고 기술로 풀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시대에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일상, 개인의 선택, 더 나아가 사회 제도와 문화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 엔지니어, 혹은 디자이너야말로 기술 발전과 더불어 사회를 읽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직접 목소리 내지 않아도 그 안에 숨겨진 문제와 니즈(Needs)를 감지하고,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지식과 감각을 지닌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질문은 단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디자인은 더 이상 결과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기술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과제를 연결하고자 하는 이러한 철학은, 정지원 교수와 델프트 공과대학교가 함께 공유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디자인적 사고로 문제를 찾아내고, 기술의 힘을 더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는 그의 연구가 네덜란드 헬스케어 시스템, 나아가 세계인의 내일을 위해 제시할 답변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