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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해독하여 암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다 #113 스페인 CNIO 박솔잎 교수

#암#유전체데이터#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115 좋아요1 작성일2025-07-30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해독하여

암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다

스페인 CNIO 박솔잎 교수 (Ep.2)

 

 

고성능 컴퓨터와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축적되는 등 유전자 빅데이터의 활용이 쉬워지면서 이를 다루는 유전체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유전체학의 발전은 암 연구를 비롯하여 나아가 희귀 질환 연구와 개인 맞춤형 치료 등 정밀의학에도 영향을 끼친다. 박솔잎 교수는 빠르게 발전하는 유전체학 연구의 지형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몰두하고 있다.

 

박솔잎 교수가 연구하는 유전체학(Genomics)은 유전학의 중요한 질문들을 대량의 데이터로 분석해서 알아내는 학문이다. 

 

Genomics는 genetics(유전학)이라는 말과 대량의 데이터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학문에 쓰이는‘omics’ 가 결합된 단이다. 기존의 유전학은 주로 효모(yeast)나 ‘예쁜꼬마선충(c.elegans : 단순하고 정형적인 구조로 생물학 연구에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생물) 등 모델 생물(model organism)을 이용하여 발전해 왔지만, 유전체학은 급속도로 발전한 유전체 분석 기술 덕분에, 암환자들의 유전체 정보를 직접 이용하여 모델 생물없이도 암이라는 표현형(phenotype) 과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바이오 시대, 유전체학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


 

 

©질병관리청

 

최근에는 영국의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인 UK Biobank, 미국의 All of Us Research Program 등 국가 수준의 움직임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들이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 우리 나라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진행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 OPEN KoGES을 열었다. 한국인의 유전적 요인과 질병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개인화된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 전략 개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중국의 China Kadoorie Biobank, 일본의 Biobank Japan, 핀란드의 FinnGen도 자국민의 유전체 데이터를 보유하고 분석하여 질병의 유전적 기반을 밝힌다. 연구자가 다루어야 할 데이터 규모는 기가 바이트 수준을 훨씬 넘어 테라바이트, 페타바이드에 이르는 대용량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연산 자원 (HCP)이나 클러스터 기반 분석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아카이빙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유전체학 연구자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미 축적된 방대한 양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하여 연구하고 증명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도 빠르게 발표되고 있다.

 

 

암유전학 연구를 통해 암 예방 관련 메커니즘을 파헤치다

 

박솔잎 교수가 이끄는 연구 팀은 유전체 기반의 암 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 극복 및 예방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박솔잎 교수는 생물학적 발견에 머무르지 않고, 그 지식을 실제 암 예방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암에 걸리기 이전에 질병의 씨앗을 차단할 수 있는 조기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주목된다.

 

“암유전학 연구는 그동안 유전체 기반의 암 진단과 치료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유전자 발굴 결과와 시퀀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 발생 이전 단계에서 조기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 메커니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유전체 해석 자체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사회적·임상적 가치에 더 가까운 질문에서 출발하여, 실제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암 예방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암 연구 센터 스페인 CNIO연구소


 

 

©CNIO Computational Cancer Genomics Lab

 

박솔잎 교수가 재직중인 스페인 국립연구소 CNIO (Centro Nacional de Investigaciones Oncológicas; Spanish National Cancer Research Center)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암 전문 연구소이다.

 

기초 암 생물학 부터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적 응용까지, 암 연구에 전반적인 실험 기법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CNIO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인프라가 특히 잘 갖추어져 있으며, 박솔잎 교수가 연구하는 biocomputing 분야를 포함해, 전자현미경 기반의 구조 생물학 등 암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지원이 가능하다.

 

​박솔잎 교수는 이 연구소가 한국에도 더 알려져서 앞으로 한국의 연구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IO는 암 연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연구 성과가 임상 현장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translation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짧은 역사 동안 세계에서 탁월한 과학자들을 모여 역동적인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연구소에서 외국 연구자가 스페인에 잘 적응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스페인어/영어 course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페인 국가 차원에서도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출산/양육에 대한 성평등 기반의 장기 휴가 제도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복지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

 

 

유럽 포닥 준비하기 


 

 

©BRIC

 

CNIO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활약 중인 박솔잎 교수는, 본인의 연구뿐 아니라 젊은 연구자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유럽의 연구 환경이나 포닥 지원 과정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여러 채널을 통해 공유해왔다. 그렇다면 해외 포닥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포닥(post doc, 박사후과정) 등 해외 연구기관에 지원을 준비한다면 기본적으로 커버레터, CV와 추천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박솔잎 교수는 커버레터가 가장 중요한 서류라고 강조한다. 커버레터는 지원자를 가장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는 지원 서류의 첫 표지인데, 이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적었는지에 따라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 나머지 서류들을 열어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연구자가 가진 경험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커버레터를 계속해서 수정하며 갈고 닦아야 한다. 박솔잎 교수가 제안하는 이를 지원자 입장이 아니라, 커버레터를 받아보는 지도 교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작성하라는 것이다. 받는 사람이 충분히 흥미를 가지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주된 관심사와 경력, 전문 기술, 그리고 의지를 잘 표현하도록 한다. 

 

영문 이력서를 처음 작성하는 경우, 전문 포맷이나 샘플을 참고해보는 것만으로도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추천서는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더 큰 비중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유의해서 준비한다. 추천인에게 추천서 작성을 요청할 때, 막연한 부탁 대신, 자신의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함께 보내면서 지원하는 랩 및 자신의 향후 관심사 등을 설명을 덧붙이면, 추천인도 관련성이 있는 내용으로 작성할 수 있다. 

 

이후의 준비는 계속 지원하고 답을 기다리는 일의 반복이다. 많은 경우 아예 답이 오지 않거나 미온적인 답변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학회 참석과 발표들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킹을 하는 것, 학회 현장에서 소소한 만남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관심있던 연구실에 대해 탐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해외학회 뿐 아니라 해외 인사들을 초대하는 한국학회도 충분히 좋은 기회가 된다.

 

(이력서 작성을 비롯해 해외 포닥 지원에 대한 박솔잎 교수의 더욱 상세한 조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ibric.org/s.do?QUifqUcFaZ​)

 

 

유럽에서 연구자로 살아가기

 


 

유럽의 연구소들은 대부분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서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일찍 퇴근하는 형태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 비해 매우 긴 휴가 제도가 있어 번아웃을 예방하고, 구성원들은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언어의 경우, 스페인은 비영어권이지만 연구를 할 때는 영어로 주된 소통 수단으로 사용해서 큰 문제가 없다. 유럽인들과의 일상 속에서 간혹 역사나 문학 같은 공통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박솔잎 교수는 그런 순간조차도 외국인으로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며, 열린 자세로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유럽에서 일하며 더 집중해서 일하고,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덧붙인다.

 

박솔잎 교수는 세계적인 암 연구소에서 독립적인 연구팀을 이끌며, 연구자로서 자신만의 색깔과 협업 철학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때는 항상 긍정적인 가능성에 집중하며,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상상하고 즐기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다른 연구자의 발표에서도 자신과의 접점을 유연하게 상상하는 습관을 통해, 실제로 의미 있는 협업과 연구 성과를 다수 이끌어냈다. 

 

“매 순간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보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의 힘을 믿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이어가는 동안, 경험은 쌓이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떤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 연구자에게 출산과 육아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는데, 그만두는 선택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조금씩 이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외국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남편과 힘을 합해 버텼고, 또 도움을 주시는 좋은 분들을 만나며 연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답니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암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이를 통한 암 예방 연구를 수행하는 박솔잎 교수. 세계적인 암 연구소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는 순간순간 잘하는 아니라, 계속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그의 연구가 암을 극복하는 긴 과정 가운데 중요한 한 걸음을 만들어 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