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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사람과 도시를 잇는 과학으로 미래를 설계하다 #112 앳킨스리알리스 수석 엔지니어 전미현 박사
#도시공학#도시설계#여성과학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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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30
사람과 도시를 잇는 과학으로 미래를 설계하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컨설팅기업 앳킨스리알리스(AtkinsRealis) 수석 엔지니어 겸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 전미현 박사 (Ep.2)
기후위기, 인프라, 안전, 지속가능한 이동성. 이 모든 이슈는 결국 '교통'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된다. 교통은 단순히 ‘길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고 사회를 유지하며, 재난에 대응하는 중요한 열쇠다. 이 거대한 퍼즐을 설계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바로 교통공학자이자 교통계획가인 전미현 박사다. 교통 기술을 넘어 정책, 환경, 사람들의 일상까지 포괄하는 그의 연구는 과학적 분석력과 유연한 상상력의 조화로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교통공학, 도시와 환경을 설계하는 열쇠
교통시스템이 환경,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문이다. 특히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가 전 지구적인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교통 시스템의 에너지 소스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다양화하고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게 시민을 대피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 시스템 구축이 강조되고 있다.
교통공학은 단순히 도로를 설계하고 차량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동’ 구조를 설계한다. 전기차, 수소차 등의 전반적인 보급에 앞서 충전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기후변화에 대비해 탄력적이고 안전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 그리고 인프라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 등을 연구 및 개발한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자동차나 커넥티드카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교통이 현실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 또한 유망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전미현 박사는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교통계획과 의사결정’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17년간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교통계획 전문가로 일해왔다. 현재는 조지아주교통국과 협업해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교통 인프라를 설계하고, 탄소 저감 정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필수 이동 경로를 보호하고 긴급 대피 시뮬레이션을 모델링하며, 웹 기반의 시각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교통공학자와 교통계획가: 도시를 바꾸는 두 가지 역할
교통공학자와 교통계획가는 역할의 스펙트럼이 넓다. 교통공학자는 신호체계, 도로 구조, 차량 흐름 등 물리적 요소를 설계하고 분석한다면, 교통계획가는 도시의 구조, 인구 변화, 환경 영향, 정책 효과 등 거시적 요소를 고려해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계획한다. 전 박사는 이 두 영역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며 기술적 전문성과 사회적 통찰을 모두 겸비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교통공학과 교통계획, 두 가지 분야의 핵심 자질이 도시와 교통, 사회, 환경, 경제 등 거시적인 관심과 문제해결능력과 분석력, 논리력이라고 말한다. 도시공학, 교통공학, 토목공학 등 연관 학문을 공부하면 메리트가 있지만, 공학이 아닌 도시계획이나 경제학, 지리학, 경영학 등을 전공한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필드다.
가변 유료도로, 도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결책
노스웨스트 구간 익스프레스 레인 프로젝트 이미지(본인 제공)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는 것은 30마일에 걸쳐 프리웨에이 가변 유료도로(managed lane)를 구축한 노스웨스트 구간 (Northwest Corridor) 익스프레스 레인 (Express Lane) 프로젝트다. 가변 유료도로는 일반 유료도로와 달리 실시간 교통 흐름에 따라 다른 통행료를 부과하여 교통 체증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통행료를 지불하고 일반 차로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노스웨스트 구간 (Northwest Corridor) 프로젝트는 약 1조 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으로 애틀랜타 수도권의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지역의 경제발전에 성과를 이룬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애틀랜타 수도권에서 가장 심각한 교통 정체 구간 중 하나인 75번 프리웨이와 575번 프리웨이 30마일에 가변 유료도로를 설치했고, 피크시간대별로 차로 방향을 바꾸는 ‘리버서블(reversible)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인프라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교통량과 교통 흐름 방향에 따라 오전 피크에는 애틀랜타 다운타운 쪽 (남쪽)으로 통행하는 차로를 열고, 오후 피크에는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차로를 열어 교통 흐름을 관리한다. 전 박사는 프로젝트의 트래픽 엔지니어이자 태스크 매니저로서 가장 효율적인 도로 디자인을 하기 위한 교통 운영 분석, 신호체계 개발, 교통 표지판 계획 등을 책임졌다.
지능화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으로 진화하는 도로
지능형교통체계는 교통수단 및 교통시설에 전자·제어, 통신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도로교통이 가능한 차세대 교통체계다. 노스웨스트 구간 프로젝트에는 CCTV 기반 신호 제어 시스템, 교통량에 따른 실시간 가변 통행료 정산 시스템, 자동 속도 측정 및 톨게이트 정산 시스템, 도로 포장 내 광케이블을 통한 차량 감지 기술 등의 ITS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무엇보다 가변 유료도로는 기존 고속도로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향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었을 때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통으로 만들어가는 ‘제로’의 미래
전 박사는 교통공학, 교통계획분야에서 연구와 실무를 같이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넷 제로 에미션(Net Zero Emissions: 온실가스나 탄소 등의 물질을 배출하는 만큼 제거하여 존재하는 총량을 0으로 유지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교통수단이 100% 대체연료를 사용함으로써 교통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는 데 기여하는 게 큰 꿈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국제적인 도로교통 안전 프로젝트인 비전 제로(Vision Zero) 실현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전 제로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및 중상자 수를 0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교통공학자들이 정책적·기술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미래의 과제다.
교통은 사람을 단지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교통은 도시의 구조를 설계하고, 사회의 안전망을 만들며, 환경과 경제의 균형을 조율하는 언어다. 전미현 박사는 그 언어로 도시의 내일을,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