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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래 에너지를 이끄는 핵기술 혁신
#핵에너지#원자로#여성과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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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11-06
미래 에너지를 이끄는 핵기술 혁신
핵에너지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에게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해 왔으며, 그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원자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의 미래가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핵융합 에너지, 고온 가스와 같은 신기술은 핵에너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들 기술은 환경적 부담을 줄이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각각의 기술은 독특한 특징과 장점이 있으며, 향후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의 핵심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에너지 혁명 이끄는 소형모듈형원자로 SMR의 혁신과 전망
소형모듈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는 전기 출력 300 MWe 이하의 원자로로, 주요 기기를 모듈화하여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원자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M’이 중소형을 뜻하는 ‘Medium’을 의미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모듈화를 통한 안정성 및 경제성의 획기적인 개선이 강조되면서 ‘Modular’(모듈형)로 그 정의가 변화했다. 이 원자로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대형 원자로에 비해 설치 및 운영 면에서 유연성을 제공하며, 특히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탁월한 장점이 있다.
SMR은 출력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되며, 초소형 원자로는 10 MWe 이하, 소형 원자로는 300 MWe 이하, 중형은 300~700 MWe, 대형은 700 MWe 이상의 출력을 가진다. 또한, 사용하는 냉각재에 따라 경수형과 비경수형으로 구분되며, 각 기술에 따라 다양한 노형이 개발 중이다.
SMR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원전 대비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선, 안전성 면에서 피동형 시스템을 채택하여 설계가 단순화되고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배관 파단 사고 등의 위험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출력 규모의 경우, 모듈의 개수를 조정함으로써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부하추종운전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 운전도 가능하다. 부하추종운전은 전력 계통의 수요 변화에 맞춰 원자로의 출력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또한,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절반 이하의 부지에 건설할 수 있으며, 비상계획구역 또한 최소화되어 기존의 화력 발전소 부지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한 효율적인 공간 운영이 가능해진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대량생산을 통한 제조 단가 절감이 가능하고, 모듈화된 설계 덕분에 건설 비용도 현저히 낮아진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약 70~80개의 SMR 노형 중 절반은 3세대, 나머지 절반은 4세대로 분류된다. 원전은 초기 프로토타입(1세대), 상업용(2세대)을 거쳐 발전했으며, 3세대는 경제성을, 3.5세대는 안전성을 강화한 설계로 발전해 왔다. SMR 역시 이러한 발전 흐름 속에서 다양한 기술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4세대 SMR은 경제성, 안전성, 활용에서 혁신적인 개선을 이루고 있다.
냉각재에 따라 SMR은 경수형과 비경수형으로 나눌 수 있다. 경수형은 주로 가압경수로(PWR)와 비등수형경수로(BWR)로 구분되며, 각각 압력을 가한 물과 가하지 않은 물을 냉각재 및 중성자 감속재로 사용한다. 4세대 SMR은 소듐냉각고속로(SFR), 납냉각고속로(LFR), 용융염로(MSR), 고온가스로 (HTGR) 등 다양한 냉각재를 사용하며, 이들 원자로는 소듐, 납, 용융염, 헬륨 등을 냉각재로 사용하여 기존 원자로보다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자랑한다.
한국은 2022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며,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본격화했다. 정부는 혁신형 SMR의 개발을 통해 시장 선점을 목표로 설정하고, 기술 개발 및 실증을 가속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3년을 기점으로 관련 연구와 실증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되며, SMR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특히, 2023년 7월 공식 출범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 개발사업은 핵심 기술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국내 SMR 산업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차세대 원자력 발전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6월 발표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 방안은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SMR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립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자력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태양의 에너지를 품은 기술, 핵융합에너지의 미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빛과 열을 공급하는 태양의 비밀은 바로 핵융합에 있다.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바로 태양의 원천이다. 이를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구현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융합 에너지다.
핵융합 에너지는 그 자체로 획기적인 청정에너지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으며, 연료로 사용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과 리튬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바닷물 1리터에 포함된 중수소의 양만으로도 한 가정이 30년간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리튬 또한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자원 고갈 우려가 거의 없다. 더욱이, 100kg의 중수소와 3톤의 리튬만으로도 화력발전소에서 300만 톤의 석탄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핵융합 에너지는 현존하는 에너지 방식 중 가장 효율적이다.
핵융합은 재생에너지와는 달리 자연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안정적 에너지원이다. 바람이나 햇빛의 변동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안전성 면에서도 핵융합은 기존의 원자력 발전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핵융합은 원자로에 지속적으로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료 공급을 중단하면 반응이 즉시 멈추며, 핵분열과 달리 폭발 위험이 없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중저준위 폐기물만 발생해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고, 장기적인 보관이 필요하지 않다.
핵융합 에너지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지구 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내야 하며, 이를 가두고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가장 실용화에 가까운 핵융합 방식은 토카막(Tokamak)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1960년대 구소련에서 처음 발명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다.
한국은 2007년에 개발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통해 핵융합 연구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KSTAR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 토카막형 장치로, 장시간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2018년에는 이온 온도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세계 최초로 달성했고, 2021년에는 이를 30초간 유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KSTAR는 향후 300초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중요한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KSTAR에서는 축적한 기술을 2030년대 중후반까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협력하여 실증로 건설에 기여할 예정이다. ITER는 7개국이 공동으로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500MW의 열출력과 에너지 증폭률(Q) 10 이상으로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KSTAR는 이러한 국제적인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핵융합 상용화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며, 미래 에너지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초고온가스로(VHTR) – 미래형 원자로의 선두주자
2010년,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연구진은 OECD/NEA 주관으로 일본원자력연구소의 시험용 원자로인 HTTR(High Temperature Engineering Test Reactor)를 이용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HTTR에 전기 및 냉각 기능을 인위적으로 상실시켜 외부 개입 없이 원자로의 자체적인 안정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원자로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으며 실험에 사용된 초고온가스로(VHTR) 기술이 주목받았다.
초고온가스로는 제4세대 원자로(Generation IV Reactor)의 일종으로, 기존 경수로에 비해 두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 초고온가스로는 전기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산업용 열에너지 공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고온 열에너지를 제공한다. 둘째,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냉각 기능이 상실되는 상황에서도, 초고온가스로는 붕괴열이 자연스럽게 방출되어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안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헬륨을 사용하며, 핵연료로는 TRISO(tri-isotropic coated fuel)라는 미세 피복 입자 연료를 사용한다. 이 연료는 직경 1mm 내외의 핵연료 입자 하나하나가 세 층의 탄소와 탄화규소(SiC)로 둘러싸여, 핵분열 생성물을 외부로 누출하지 않고 가두는 특성이 있다. 실제 실험 결과, TRISO 연료는 1,600℃에서도 방사능 누출 비율이 극히 낮아 안전성을 입증했다.
초고온가스로는 또한, 기존의 가스로와 달리 완전 피동 안전성을 채택하여, 외부 전기나 냉각수 없이도 자연스럽게 냉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고유의 안정성을 자랑한다. 이는 후쿠시마와 같은 대규모 사고에서도 방사성 물질 누출을 방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TRISO 연료가 1,800℃ 이상의 고온에서도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초고온가스로는 최대 950℃의 초고온을 생성할 수 있어, 전기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과 같은 산업적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초고온가스로는 원자력 기반의 수소 생산에 있어 뛰어난 장점을 가진다. 초고온 증기를 이용해 고온수전해 또는 열화학 수소 생산을 통해 청정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 없는 고효율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천연가스증기개질 공정에서 천연가스와 증기 혼합체에 초고온 열에너지를 공급해 수소를 추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초고온가스로의 또 다른 응용 가능성은 브레이턴 싸이클과 가스터빈을 이용한 전기 생산이다. 이를 통해 기존 원자로의 30% 수준인 전기 생산 효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석유화학 공정, 해수 담수화, 산업용 열에너지 공급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열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초고온가스로는 내륙에서도 쉽게 건설될 수 있어, 대규모 수자원이나 해수 냉각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국제적인 제4세대 원자로 개발 계획(GEN IV)의 일환으로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EU 등 8개국이 참여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호주 등 다른 국가들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핵연료 및 재료, 수소 생산, 해석 방법 검증 등의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2년부터 수소 생산용 고온가스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 본격적인 예비 개념 설계와 요소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원자력 수소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원자력 기반 수소 경제를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한국은 미국 USNC와 협력해 캐나다에 초고온가스로 기반의 마이크로 모듈 원자로(MMR) 건설을 실증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OECD/NEA 주관으로 일본 HTTR에서 진행된 실험을 통해 초고온가스로의 안전성을 실증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한 이 실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고온가스로는 향후 수소 경제와 청정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고온의 열에너지를 다양한 산업에 공급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에 기여함으로써, 탄소중립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연구와 협력을 통해 초고온가스로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중심에 서 있으며, 앞으로의 에너지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다.
[참고기사]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61
https://webzine.kps.or.kr/?p=5_view&idx=16715
[참고자료]
https://www.nigt.re.kr/gtck/jungbomadang.do?mode=download&articleNo=3980&attachNo=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