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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뇌와 컴퓨터·기계의 직접 연결
#BCI#생체소재#여성과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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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10-23
고승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뇌와 컴퓨터·기계의 직접 연결
약력
2013~현재: 서울대학교 교수
2009~2013: KAIST 부교수, 조교수
2006~2009: UC Berkeley 박사후 연구원
2006: UC Berkeley 기계공학 박사
2002: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석사
2000: 연세대학교 기계공학사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최종 진화 형태인 뇌-컴퓨터/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최근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뇌, 장기 등에 직접 삽입한 전자기기를 통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기계장치들을 조종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뇌로 직접 읽어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생체 삽입형 전자기기는 다양한 인체의 생체신호를 탐지하여 이를 신체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치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Brain-Computer Interface)’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BMI, Brain-Machine Interface)’라고 한다.
최근 갤럭시워치나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전자기기가 발전을 거듭하여 반창고처럼 사람 피부에 직접 붙이는 형태의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헬스케어 전자기기들도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피부 부착형 전자기기는 자주 탈착해야 해서 관리가 어렵고 불편하며, 신체 장기의 상태를 피부에서 측정하는 것은 간접적인 신호이기 때문에 뇌파 등의 복잡하고 정밀한 생체 측정은 외과적 수술을 통해 신체 내부 장기에 직접적으로 부착해 사용하는 미래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최종 형태로 BCI/BMI가 개발되고 있다.
BCI/BMI는 최근 일론 머스크가 2017년 공동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사가 원숭이, 돼지 실험을 통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잡지 않고 뇌 활동만으로 화면 속 막대를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움직여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올해 척추 손상 환자에게 뇌 이식 칩 시술을 두 차례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일반인들에게도 미래 기술인 BCI/BMI 기술에 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생체 적합 신소재의 필요성
뉴럴링크에서 척추손상 환자가 뇌파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을 공개해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뇌-컴퓨터/기계 인터페이스가 당장이라도 구현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올해 환자의 뇌에 이식된 칩은 1,024개의 얇은 전극이 뇌 피질로 이식되어 뇌파를 측정하게 설계가 됐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작동하는 유효 전극의 수가 40%가 채 되지 않아 재수술까지 논의되었다. 인체 내에 삽입해서 뇌에 직접 부착했을 시에 인체 조직과의 적합성이 매우 중요하며 기존의 딱딱한 칩들을 이식한다면 이질감으로 뇌와 밀착이 안 되어 뇌파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뇌 주변 조직의 손상이 쉽게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체 조직처럼 소프트한 전자소자를 만드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문제가 되는 전극을 좀 더 생체 친화적인 전극 물질로 대체하여 생체적합성을 최대화하여 면역반응을 최소화하고 뇌에 전극을 심는 수술을 좀 더 간소화하여 부작용들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생체적합성 신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본 연구진은 젤리처럼 부드러운 전도성 하이드로젤*로 만든 미래형 인체 삽입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생체 전극을 개발하여 올해 국제 저명학술지‘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지에 연구 결과를 게재하고 뉴럴링크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인체 삽입형 생체 전극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였다.
<레이저 공정을 통해 개발된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 어레이 (A) 레이저 공정을 통해 제작된 뇌 이식용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어레이, (B)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어레이가 이식된 쥐의 모습, (C) 3주 동안 측정된 쥐의 뇌 신호. (D)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어레이가 이식된 쥐의 심장. (E) 초음파 세척을 통해 깨끗하게 세정된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어레이 (F) 강력한 초음파 세척후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하이드로젤 미세 전극어레이 (Won et al, Nature Electronics, 2024)>
산업/연구 동향과 커리어 정보
BCI/BMI 기술은 마비 환자에게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며, 일반 사람도 인공지능과의 연결을 통해 인지 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인간의 한계를 넘어 향상하는 기술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생체적합성이 보장된 뇌파를 잘 읽는 센서 개발만이 성공적인 BCI/BMI 개발의 핵심이 아니고 앞으로도 풀어야 할 기술적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로, 현재 BCI/BMI 기술은 뇌파를 읽어서 외부로 명령을 내리기만 하므로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양방향 인터페이스라고 언급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뇌파를 읽는 기술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엔 외부의 정보를 직접 전달해 뇌에 저장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며 이를 통해 영화 매트릭스처럼 새로운 지식을 짧은 시간에 뇌에 직접 저장하며 배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두 번째로, 모든 인체 삽입형 기기는 센서와 센서에서 취득된 정보의 무선 전송을 위해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데, 기존에 사용하는 배터리는 방전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 및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사람의 체내엔 체온, 몸의 움직임, 포도당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부의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로,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적 문제와 뇌 신호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해킹에 대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람의 생각이 외부로 쉽게 노출이 되어 도청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거나 영화 매트릭스처럼 외부의 해킹으로 뇌와 인체를 통제당하게 될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굉장히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이 빠르게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BCI/BMI 기술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므로 기본적으로 생명공학,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등 다양한 이공계 배경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의학 및 세포생물학적인 지식도 수반하게 된다. 현재 공학 분야는 여성 과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이며 미래 여성 과학자들의 기여가 크게 기대되는 분야다.
*하이드로젤: 물을 함유한 상태로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를 범용적으로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