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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초전도저온학회'의 초전도체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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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9-20
[전문가칼럼] '한국초전도저온학회'의 초전도체 검증

한국공학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최경달 (현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회장)
<약력>
1984. 2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공학사)
1986. 2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졸업 (공학석사)
1993. 8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졸업 (공학박사)
1993. 9 ~ 1997. 12 기초전력공학연구소 연구원
1995. 2 ~ 1996. 2 일본 사가국립대학교 객원연구원
1998. 1 ~ 현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2009. 9 ~ 2010. 8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객원 교수
2017. 1 ~ 2022. 12 대한전기학회 초전도기기연구회 위원장
2019. 1 ~ 2020. 12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 부회장
2021. 1 ~ 2022. 12 한국초전도저온학회 부회장
2023. 1 ~ 현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회장
1) 전기공학을 전공, 주로 초전도 현상을 응용한 전력기기를 연구해 온 것으로 안다. 초전도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또는 요인이 있다면?
초전도 현상을 알게 된 시기는 학부 4학년 때인 1983년이다. 대학원 은사이신 서울대학교 한송엽 교수님 (현 명예교수)이 학부 지도교수였고, 자연스레 대학원 진학까지 이어졌다. 한 교수님은 프랑스 그레노블 대학에서 초전도발전기에 관한 연구로 1979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 초전도 응용, 특히 전력기기 응용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시절이었지만, 초전도 전력응용에 관심이 많았던 지도교수님의 영향으로 초전도 전력응용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국내에 액체헬륨이 없어서, 1983년 헬륨 액화기를 교수 몇 분이 공동 구매하여 직접 헬륨 기체를 액화하여 실험에 사용하였다. 국내 최초의 헬륨 액화기였는데, 대학원 시절 한 번 실험하려면 사나흘 정도 밤을 새우며 액화기를 가동시켜야 했다.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되기 전의 일이었고, 헬륨 액화기를 사용한 실험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2) 현재 초전도 분야 대표 학회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의 학회장을 맡고 계신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의 설립과 운영의 취지는 무엇이며, 구성원들의 연구 분야는 어떻게 되나?
초전도 응용은 융합학문이다. 전력 분야의 응용일지라도 초전도 이론, 재료, 저온공학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어떤 학문 분야보다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식과 정보를 교환해야만 한다.
고온초전도체 발견 이후 1989년부터 물리학과 재료공학 전문가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용평에 모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런 전통이 쌓여 1998년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와 한국초전도학회가 동시에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전력응용 위주의 공학 분야와 이론, 물성, 양자응용 위주의 물리학 분야가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호간 교류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11년부터 두 학회가 용평에서 하계학술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다가 2020년 두 학회를 통합하기로 결정하여 현재의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되었다. 통합을 통해 초전도 이론, 물성 및 실험, 양자응용, 재료, 저온공학, 기기응용 전체를 아우르는 학회가 되었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전도 전반을 연구하는 학회이기도 하다.
3) ‘4탐침법’ 등 상온 상업 초전도 물질의 합성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해 원리 등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전압 감지 연결 2와 3 사이의 저항에 대한 4점 측정. 전류는 강제 연결 1과 4를 통해 공급 - ⓒ위키피디아 Four-terminal sensing
초전도체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전기저항특성, 반자성특성 이 두 가지를 검증한다. 4탐침법 또는 4단자법은 전기저항특성을 측정하는 방법인데, 4개의 단자 중 바깥 단자를 통해 전류를 흘리고, 안쪽의 두 단자에서 전압을 측정하여 저항값을 구한다. 온도를 낮춰가면서 측정한 시편의 전기저항이 어떤 값을 갖다가 특정온도에서 0인 상태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 관측되어야 한다. 물질의 순도에 따라 넓은 온도대에 걸쳐 변화할 수도 있는데, 순도와 관계없이 아주 낮은 온도에서는 저항이 완전 0이 되어야 한다.
반자성특성은 SQUID라고 하는 초전도양자간섭 센서를 사용하여 시편의 자화율을 측정한다. 측정장치를 통해 약한 자기장을 가해서 시편의 자기장값이 인가해준 값보다 작아지는 것이 반자성특성이다. 반자성특성을 갖고 있는 물질은 자화율 값이 –1 ~ 0 사이의 값을 갖는데, 온도를 낮춤에 따라 0 이상의 자화율 값이 측정되다가 전기저항 변화와 같은 온도에서 자화율이 음의 값으로 급격히 변하는 것이 관측되어야 한다.
4) 현재 국가와 대학, 연구 분야를 넘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 물질 합성 검증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학적 발견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례적인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철저한 검증을 위해 학회 대내외적으로 어떤 절차와 노력이 필요한가
LK-99는 1986년 고온초전도체 발견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1986년 이후 발견된 새로운 초전도체 중 크게 주목받은 물질이 MgB2 와 철기반 초전도체인데, LK-99는 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실 초전도체임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전도체의 자기부상은 완전반자성 (마이스너효과) 특성과 플럭스 피닝 (자속 고정)이라는 현상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모습인데, 상온초전도체라면 자속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부상력은 온도가 내려가면 더 강해지므로 상온초전도체를 냉동실에 넣었다가 자석 위에 띄워 보거나, 액체질소에 담궜다가 꺼내 놓으면 훨씬 뚜렷한 자기부상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초전도체이지만 초전도 특성값이 작아서 자기부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특성값이 임계전류와 임계자장인데, 이 값들이 작으면 작은 전류를 흘리거나 약한 자기장을 가하면 초전도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정밀한 측정 장비를 이용해서 저항특성과 반자성특성을 교차측정해야 한다. 발명자와 관계없는 다른 기관에서 측정한 값도 동일하게 나와야 초전도체임을 입증 받을 수 있다.
LK-99 단결정을 제작하여 전기저항을 측정할 때의 모습 - ⓒ포항공대 물리학과 제공
일각에서는 신물질의 특허 문제로 다른 기관에서 측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항측정과 자화율측정만 가지고는 다른 사람이 물질의 조성을 알아낼 수 없다.
초전도저온학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초전도 신물질의 특성을 교차측정하는 규정을 정하였다. 측정이 가능한 연구기관 목록을 작성하였으며, 기본적으로는 의뢰자와 측정자 외에도 입회인을 두어 검증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5) 이번 LK-99의 검증과 진위 여부를 떠나 초전도 분야에 대한 세계인과 시장의 높은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초전도 관련 연구와 기술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설명해 달라.
LK-99 이전에는 일반인들이 초전도 응용과 관련된 소식을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국내의 많은 과학자들이 고온초전도체 발견 이후 초전도체 연구에 뛰어 들었다가 대부분 다른 분야로 옮겨 갔다. 이분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아직도 초전도 연구를 하고 있나?”인데, 전문가인 이분들도 모르는 사이 부스러지기 쉬운 세라믹 고온초전도체로 선재를 만들었고, 1세대에 이어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가 상용화되어 있다. 국내의 한 기업이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를 제작, 판매하고 있으며 세계 톱3의 초전도선재 기업에 해당한다.
또한 핵융합로, 가속기 등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NbTi, Nb3Sn 선재를 제작 판매하는 기업도 있으며, MgB2 선재 역시 다른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전력회사인 한국전력은 초전도 응용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고,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된 상용 초전도 전력케이블을 실계통에 설치하였다.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온초전도 전력응용은 성과가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응용분야인 고자장 마그넷에는 아직 고온초전도선재가 쓰이질 못하고 있다. 고자장 마그넷을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고온초전도선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절연 권선 기술이 서울대 한승용 교수에 의해 개발되었고, 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원천기술개발 연구단이 작년에 출범하였다. 고온초전도 마그넷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전도 산업 분야는 이제 겨우 태동 단계에 들어섰다.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관련 부처에서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초전도선재를 외국에 수출하려고 해도, 품목 코드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져 초전도 기술 개발 및 산업화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6) 이번 이슈를 통해 초전도 분야가 대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향후에 초전도 관련 전공 또는 연구, 기업 등에 종사하기 희망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초전도 분야에 종사하기 원하는 과학자 및 예비 과학자들에게 주문하는 바람 또는 필수 조건 등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전도 응용은 융합학문이다. 초전도 이론과 재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초전도 현상을 적용할 기기의 특성뿐만 아니라 초전도체의 온도를 유지하는 극저온공학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전공 외에 이 분야를 다 통달할 수는 없으나,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는 대학 때 공부하는 일반물리와 일반화학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