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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반도의 지진을 연구하는 사람
#여성과학기술인#지진#튀르키예#지진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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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4-05
[기획] 한반도의 지진을 연구하는 사람들
지난 2월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지진으로 기록됐다. 유니세프가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5만 7000여 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2만 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집을 잃은 사람의 수는 이보다 더 많다.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지진 튀르키예. 출처 : shutterstock
첫 번째 지진 발생 후 9시간 만에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두 번의 본진 외에도 3주 동안 1만 번에 달하는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쪽의 에너지가 전파되면서 2차적으로 큰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대규모 지진이 나타날 때의 특징으로 동일본 대지진 때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났다.
지질학적으로 튀르키예는 아나톨리아판을 중심으로 동으로 아라비아판, 남으로 아프리카판, 북으로는 유라시아판 등 4개의 대륙판 경계에 있어 '지진 핫스팟'이라 불린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을 세게 밀어내면서 오랜 기간 응축된 힘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서 폭발력이 컸는데 전문가들은 규모 7.8 지진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서 보듯 대부분 큰 지진은 대륙판 경계에서 일어난다. 판이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판과 판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마찰이 생기고 에너지가 축적된다. 판이 서로 밀거나 포개지는 등 갑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하면 순간적인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형제의 나라에 생긴 비극, 한반도는 안전할까?
형제의 나라에 생긴 비극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한반도는 지진에서 안전할까.
지난 3월 1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9회 국민 생활 과학 토크콘서트 '튀르키예 지진, 한반도는 안전한가'는 국민들이 가진 지진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출처 : 셔터스톡
지질학적으로 한반도는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판 내부에 위치한다. 하지만 유라시아판의 주변부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박정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진은 독자적인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지질학적인 판의 움직임이나 구조적인 응력 변화에 연동돼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온전한 안전지대란 있을 수 없으며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덧붙여 박 연구원은 "(지진을 대비하려면) 과거 몇 백 년 정도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에 대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서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과거 울산, 경주, 포항 등 경남 일대와 평양에서 지진이 났음을 알 수 있다. 1978년도 이후 지진을 분석한 자료도 과거 역사지진 분포와 크게 다르진 않다. 현재도 비슷한 지역에서 지진이 빈번하다.
│지진 예측부터 저감 기술까지, 한반도의 지진을 연구하는 사람들
우리는 지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동남권 단층 조사에 착수해 14개의 활성단층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연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7개 정부 부처와 부경대, 부산대, 지질자원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지진을 연구하는 곳으로는 크게 국가연구기관과 대학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가기관으로는 기상청, 자원연구소, 원자력 안전기술원, 서울대 지진공센터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인 기상청은 지진관측소 297개소를 비롯해 국내 유관기관의 자료를 활용해 지진을 관측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지진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진 예측, 지진 피해 저감 방안 수립, 지진 신속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또 지진원 특성 분석, 지진지반 응답 특성의 정략적 평가, 지진 조기 경보 체계 구축 기술, 한반도 지진활동 특성 규명 및 지진 위험도 평가 등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지진 연구와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활성지구조운동에 의한 지각변형의 산물인 중대형 지진, 화산에 대한 다학제 연구를 통해 활성지구조운동 융합연구체계를 구축, 판 내부 활성단층 및 활화산 연구기술을 개발한다. 또 원격탐사 기술을 기반으로 지진·화산재해평가 및 방재대책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활동을 펼친다.
한반도의 지진을 연구하는 사람들. 출처 : 클립아트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2020년, 2016년 발생한 경주지진 진앙 일대에 대한 단층주제도(1:25,000)를 발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고(古)지진 기록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고지진 연구란 지진 패턴을 파악해 추후 일어날 지진을 예측하려는 목적으로 과거 일어났던 지진 활동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말한다.
부산대학교 지진방재연구센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복합재난관리 연구센터 등 대학교 내에서 지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진을 다루는 전공 분야는 크게 지질학, 구조동역학, 지반동역학 등이다.
지질학은 땅속 단층과 지진 발생에 대해 연구하며 물리탐사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을 배운다. 토목공학 내 구조동역학이라는 학문도 지진과 관계가 깊다. 지진 발생에 따른 흔들림을 줄이는 여러 공법을 연구한다. 지반지진공학(지반동역학)은 지질학보다는 얕은 땅속을 주제로 지진파가 지표면 근처 지반 속으로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연구한다.
지진과학은 그 어느 학문보다 응용분야와 밀접한 학문. 출처 : 클립아트
한 지진 연구자는 "지진 예보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크기, 장소, 시간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과학으로 인류가 도전할 수 있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진은 한 번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방부터 감지, 예측, 진단, 경보, 사후관리까지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현재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지진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지진을 예측하고, 지진파 전파 경로를 통해 지구구조를 연구하며, 지진 예보 등으로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과학은 그 어느 학문보다 응용분야와 밀접한 학문이기도 하다. 내진 설계 시 지상의 건축, 구조물뿐 아니라 지하와 지층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단층, 파쇄대, 지하수같이 위험한 지역을 피해 구조물을 설계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지진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을 견디는 내진(耐震), 진동을 제어할 수 있는 제진(制震), 지진 진동을 차단하는 면진(免震)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지상의 건축, 구조물뿐 아니라 지하와 지층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단층, 파쇄대, 지하수같이 위험한 지역을 피해 구조물을 설계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연구도 활발하다. 위성을 이용하면 지구 표면의 변화를 감지하고 지하 구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과거 지진 데이터를 분석, 새로운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도 있다. 지진 확률 모델링과 음파 검출, 지진광학계 등 다양한 기술도 적용, 개발 중이다. 첨단 기술과 로봇을 활용한 방재 시스템 구축 등 지진 관련 연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