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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젊은 의사과학자가 보는 의사과학자 정책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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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31 좋아요6 작성일2023-03-24

 

[전문가칼럼] 젊은 의사과학자가 보는 의사과학자 정책과 미래 

 

의사과학자의 길을 걸어오며

의학에 입문하면서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다고 배웠던 수많은 질환은 어느 순간 나에게 진지한 어떤 의문을 갖게 했다. 난치병 혹은 불치병으로 알려진 질환의 치료법은 분명 어딘가에 있지만, 아직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한가한’ 의문들은 당장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학업량 앞에서 금세 가슴 속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배고프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쫓아 의사가 된 나는 애정을 쏟은 환자들을 떠나보내고서야 오래전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가슴 깊은 의문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과학기술에 있음을 깨달았지만, 정작 의사과학자의 길에 발을 내딛기까지는 의사가 된 이유를 애써 부정해야 했을 만큼 용기가 필요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각계각층에서 의사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는 젊은 도전들이 미담으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별법으로 의사과학자의 연구 활동을 위한 지원 규정이 필요하다. 출처 : shutterstock

법률에 근거한 의사과학자 육성 정책

의료법에서 의사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사면허를 받은 의료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과학자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정의는 찾을 수 없고, 다만 사례별로 입법된 개별법률에 따라 과학기술연구자들을 지원하는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의사과학자는 어떤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데, 현행법상 의사과학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물론 육성 정책에 관한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의 정의와 육성에 관한 기본 방향의 법률적 규정(특별법)은 직업인으로서 의사과학자의 정체성 확립과 육성 정책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한정된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대상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이거나 시행될 정부 주도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들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관 부처 자체사업의 성격을 띤다. 양성 사업들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의사과학자 육성 업무 특성상 복수의 소관 부처가 관여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근거한 정부 내부의 명확한 추진체계도 필요하다. 또한 광의(廣義)의 의사과학자는 연구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를 일컫지만 의사과학자 육성 정책의 주요 목표라고 하기는 어렵다. 연구자로서 충분한 기간 전일제 수련을 받고 연구를 주업으로 종사하는 협의(狹義)의 의사과학자를 법률로 정의하여 이들의 전문성을 보호함으로써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특별법으로 의사과학자 육성과 지원을 규정한다면, 법률을 바탕으로 의사과학자의 연구 활동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특례를 쉽게 마련할 수도 있다.

 

 

 

 

 

의사과학자 처우 개선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갈 안전망 필요 출처 : shutterstock


의사과학자의 사회 및 경제적 처우 문제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독립적인 임상 의사(전문의)가 되기 위한 기간보다 길다. 임상 의사보다 긴 수련 기간에 개인의 기회비용을 투입하여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더라도 기대되는 처우는 임상 의사에 비교할 때 열악하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일각에는 기술창업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의사과학자 소득의 잠재적 한계는 임상 의사보다 훨씬 높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의사과학자의 낮은 처우는 기술창업으로 선순환이 가능한 연구개발 자체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의사과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임상 의사들의 연구 분야 유입을 독려하는 유인책이 아니라 낮은 처우에도 의사과학자의 길에 뛰어든 연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연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처우 개선 문제는 의사과학자 육성의 핵심 요소로 꼽히지만, 구체적인 검토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난제들이 있다. 가령 의사면허를 소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연구자에 비해 의사 연구자에게 특별한 처우를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중심의 의사과학자 지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오히려 민간 기업에서 의사과학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면 처우 개선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의사과학자가 연구를 주목적으로 활동하는 연구지원 의료 기관이라면 민간 기업도 의료 기관 설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첨단 의료 분야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충분한 재정적 지원 아래에 의사과학자의 활동 무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제 발굴을 장려해주는 연구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출처 : shutterstock

새로운 문제 발굴을 장려하는 연구지원 정책 

의사와 과학자의 물리적인 협력은 현대의학과 의공학 분야의 진보를 이룩했다. 그러나 두 분야 전문가들의 물리적인 협력만으로는 의료의 혁신적인 진보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현재의 의사과학자 담론 형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두 분야의 지식을 모두 깊이 이해하는 의사과학자들의 화학적 융합연구를 통해 의료의 혁신을 기대하지만,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마주하는 연구 풍토에서는 새로운 문제 발굴에 집중하기 녹록지 않다. 

 

박사학위자가 대학교원 등 안정적인 신분의 독립된 연구자로 임용될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수년간의 박사 후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수련 과정에 있는 박사학위자들은 기계적인 실적 평가방법에 따라 역량 입증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실에서 많은 젊은 연구자들은 단기간에 논문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연구에 쉽게 노출된다. 화학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 개척을 목표로 긴 시간 동안 양성된 젊은 의사과학자도 결국 정량 실적으로 잠재력을 입증해야 한다면 새로운 학문 개척이나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난제에 도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젊은 의사과학자의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충분히 기다려주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이 합당하다면 성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문제 발굴 능력이 의사과학자에게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이지만 혁신 의료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와 영감은 임상현장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는 임상 진료 업무를 겸하기 어렵다.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의사과학자에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의료 기관 겸직을 허용하는 유연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연구자에게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고 충분한 영감과 연구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은 필요한가?

임상 교육 중심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시스템의 관점과 문화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시스템의 측면에서 의학교육은 방대하고 조직된 커리큘럼에 따라 집합적으로 운영되어 학생 개인의 수업 선택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교육 시스템의 특성은 표준적인 진료 능력을 갖춘 임상 의사 양성에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에서는 학문 간의 경계를 피교육자가 뛰어넘을 수 있도록 개인의 수업 선택권을 최대한 인정하고 임상 교육에 진입하기에 앞서 융합 연구자로서 필수적인 문제 발굴 교육을 충분히 시행하여야 한다. 임상 의사 양성이 목표인 의과대학에서 소수를 위한 의사과학자 교육과정을 별도로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문화적으로도 같은 집단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의과대학의 학풍에서 의사과학자 진로를 희망하는 소수의 인원은 동기부여를 지속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입학 성적을 기준으로 전공 학과별 교류의 장벽이 높은 교육 중심 대학교의 문화도 융합적 연구 교육을 시행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된다. 반대로 과학자의 진로가 일반적인 학풍 속에서 의사과학자의 뜻이 있는 학생들만 모아 타 학과 연구실과 자유로운 네트워킹을 유지하며 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의사과학자 양성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요 연구중심 대학에서 추진 중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된다면 보다 우수한 의사과학자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의 효용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의과대학에서 실질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함으로써 그 존립의 이유를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더라도 이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토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고민과 양성된 의사과학자의 정착에 대한 고민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화두이다.

 

 

글_차유진 KAIST 의과학연구센터 연구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