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유망직업
[전문가 칼럼] 서로 협력하는 로봇 개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STEM#첨단로봇#로봇캠퍼스#로봇고등학교
조회수 1601
좋아요2
작성일2022-12-21
[전문가 칼럼] 서로 협력하는 로봇 개발한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활용도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다수의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도 늘고 있다. 로봇 사이의 협력뿐만 아니라 로봇과 인간 사이의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협동로봇, 인간-로봇 상호작용에 관련된 연구와 함께 로봇 연구에 필요한 소양도 살펴보자. |
│산업 로봇에서 물류, 서비스 로봇으로
2022년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작업자 10명당 1대의 산업용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위이다. 지난 10여 년간 2018년, 2019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1위를 기록해왔다. 단순 반복 작업에 최적화된 산업용 로봇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은 기업에 높은 유연성을 요구한다. 스마트 공장의 출현과 다품종 소량생산의 기조에 발맞추어 많은 다관절 협동로봇이 출시되었다.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과 키노바(Kinova)와 같은 해외기업뿐만 아니라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의 국내기업도 소규모 생산 시설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협동로봇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한편, 급격하게 성장한 이커머스 기업은 자체 창고에서 수백만, 수천만 품목의 물류를 처리해야 한다. 2012년 아마존에 인수된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는 무려 20년 전에 설립되어 수십, 수백 대의 이동로봇을 통한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다수의 이동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물류·제조 솔루션이 등장하였고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 LG전자 등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물류 로봇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아마존로보틱스의 물류로봇, 뉴빌리티의 실외 배송로봇. ⓒ뉴로메카, 아마존로보틱스, 뉴빌리티
제조·물류 분야에서 쌓인 로봇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이동로봇과 다관절 협동로봇의 결합을 통해 모바일 매니퓰레이션 기술로 발전하는 한편, 서비스 영역에서 다수 로봇을 활용하기도 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이동형 협동로봇의 공장 내 시범 운영 소식을 전했고 네이버는 신사옥 ‘1784’에서 다수의 로봇을 통해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보티즈, 뉴빌리티 등이 개발 중인 로봇 배달 서비스도 눈에 띈다.
│협업하는 로봇, 로보 사피엔스
늘어가는 로봇 관련 소식은 일상에서 더 많은 로봇의 활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다수의 로봇이 효율적으로 협업을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용을 가져올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에는 사람과 다수의 로봇 사이에도 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람의 협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간단히 ‘팀워크’라 말할 수 있겠지만 로봇에게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 추상적인 개념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협업계획, 작업계획, 모션계획 및 제어, 인간과의 상호작용 등의 세부 분야로 나눠 봐야 한다.

다수 로봇 작업 및 모션 계획 연구 개요.
다수의 로봇은 다수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한 대의 로봇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예를 들어 큰 물체 운송)을 처리하기 위해 활용된다. 어떤 경우든 각 로봇의 역할이 정해져야 한다. 작업할당(Task Allocation)을 통해 로봇들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을 분배한다. 다음은 작업 및 모션계획(Task and Motion Planning)이 따른다. 각 로봇이 할당받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련의 작업은 작업계획(Task Plan)에 담긴다. 작업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 관절, 바퀴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모션계획(Motion Plan)에 담긴다. 실제로 수행 가능한 작업계획을 세우려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모션계획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로봇 간 충돌이 발생하면 안 되고 좁은 통로에 몰린 로봇들이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행 가능한 로봇의 계획을 강인하고 정밀한 제어를 통해 실현하게 된다.

2대의 협동로봇, 다수의 이동형 협동로봇의 협업. ⓒ서강대 AI로봇연구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시대
자율 로봇의 시대가 오더라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존재한다. 로봇의 수만큼 많은 사람-로봇 사이의 접점이 생길 것이다. 사람의 뛰어난 인지, 추론 능력은 로봇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위험 요소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인간 관찰자, 감독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로봇과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동료 작업자는 현장에서 로봇과 마주한다.
모든 것이 자율화되어 인간의 간섭이 불필요해지더라도 소비자, 서비스 이용자로서의 인간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사람과 로봇 사이의 접점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사람과 컴퓨터, 모바일 디바이스 사이의 접점과는 다른 면이 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연구는 사람을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세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사람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소셜로봇(Social Robotics) 분야, 함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물리적 인간-로봇 상호작용(pHRI, physical Human-Robot Interaction) 분야, 사람이 로봇을 관리하고 감독하기 위한 감시제어(Supervisory Control)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로봇이 세상에 더 많이 나와야 상호작용 연구도 더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로아이젠의 치매케어로봇(왼쪽), 카를스루에 공대(KIT)의 인간-다수로봇 협업 연구 장면(오른쪽). ⓒ로아이젠, KIT
│융합 인재의 필요성
단일 로봇, 나아가서 다수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용하며, 인간-로봇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보는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로봇공학은 로봇지능과 관련된 순수 알고리즘 연구부터 센서 신호 처리, 메커니즘 설계, 제어 연구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실제로 로봇을 구동해보며 시행착오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노하우도 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 분야에서 흔히 ‘풀스택(full-stack) 엔지니어’라고 부르는 개발자가 있는데, 로봇 엔지니어도 이처럼 전체 스택을 다룰 수 있다면 높은 희소성을 가질 것이다.
로봇은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학부 과정에서 모두 다루기는 쉽지 않으므로 대학원 진학을 통해 전문성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폭넓은 지식을 얻기 위해 학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는 것도 좋고 전통적인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에 진학한 후 로봇 동아리나 연구실 인턴 등으로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 인간-로봇 상호작용은 로봇공학에 인지과학, 심리학 분야가 접목된 분야이기 때문에 복수·이중전공을 통해 양쪽의 지식을 모두 쌓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글_남창주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