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유망직업
[기획]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려면?
#여성과학기술인#STEM#원자력#사용후핵연료
조회수 3799
좋아요3
작성일2022-11-23
[기획]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려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난제 중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고자 연료로 사용한 뒤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를 말한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국내 원전 시설 내에 마련된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기관으로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이 출범하면서 뛰어난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과학적 전문성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을 지닌 인재가 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IKSNF)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이미지. ⓒ IKSNF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
진퇴양난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한자성어가 아닐까?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놓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국내 현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다는 의미의 한자성어인 진퇴양난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연료로 사용하고 난 후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를 가리킨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사용전핵연료나 사용후핵연료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사용이 끝났어도 핵분열 반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남은 핵연료는 극히 위험한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국내 원전 시설 내에 마련된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초 발표한 ‘2021년 4사 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에 따르면, 전국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량은 50만 7748다발로서, 전체 저장용량인 51만 7460다발의 약 9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소인 대규모 방폐장이 마련돼야 하지만,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사회적 수용성이 어려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핵연료의 사용 전후 구성비 변화. ⓒ 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는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방식에 집중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지만,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자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국가들이라면 모두 겪고 있는 전 지구적 고민거리다. 그런 이유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음과 같이 2가지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는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재처리를 하는 것이다. 우선 지하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방식은 지하 500m 이상의 깊은 땅속에 대형 저장시설을 마련해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이다. 이 지하에 저장하는 방식은 미국과 독일, 그리고 핀란드 및 스웨덴 등 총 10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핀란드와 스웨덴은 실제로 자국 영토 내에 지하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있는데, 조만간 시설이 완공되면 영구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지상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차단하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지역 이기주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다음 방식인 핵연료 재처리(nuclear reprocessing)는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녹인 후 그곳에서 아직 쓸모 있는 성분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인도,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총 6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도 문제가 있다.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을 채택한 6개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어서 이들 국가 이외에는 핵확산 방지 차원에서 국제협약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방식인 셈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지하 깊은 곳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방식이 유일하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를 현명하게만 넘어선다면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원전 해체 산업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갈등 상황까지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육성 필요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보니 우수한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적 인재 육성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부딪치는 갈등 상황까지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의 육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전담기관으로는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IKSNF)’이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국민이 관련 문제를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과학적 역량과 객관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닌 융합형 인재들이 참여하고 있고 또한 이런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업단이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의 육성과 관련한 프로젝트로는 산업자원부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에너지융합대학원으로 선정한 사업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에너지융합대학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나 원전 해체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나 갈등관리에 필요한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다.
서울대에 개설된 에너지융합대학원인 ‘고준위방폐물 관리 융합대학원’ 현판식. ⓒ 서울대
에너지융합대학원에 개설된 에너지융합과정을 살펴보면 원자핵공학과를 중심으로 에너지자원공학과, 산업공학과, 언론정보학과, 행정학과, 국제학과 등 6개 학과가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후핵연료의 저장과 운반, 그리고 처분에 대한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관련 법·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갈등관리 및 집단의사결정 등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기술 외에도 관련 법·제도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부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건설까지 약 40여 년 정도가 소요되는 장기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하연구시설 건설과 실증 연구,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의 성공은 관련 법제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부처와 대학이 힘을 합쳐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과정을 만들었다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매년 진행하는 공모전인 ‘원자력 창의력 대회’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꾸준하게 발굴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자력 창의력 대회는 청소년들의 과학적 탐구심과 창의적 사고력 및 문제 해결력을 배양함으로써 미래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원자력연구원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특히 2019년에 열렸던 5회 대회의 경우 ‘원자력 융복합 기술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법’을 주제로 원자력연구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팀이 대상을 받기도 해 원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된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핵연료설계기술연구원 및 핵연료제조기술연구원 등은 물론 관련 자격인 핵연료물질취급면허를 보유한 감독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원자력재료개발기술연구원이나 원자력재료성능검증평가연구원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며 원전과 관련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글_김준래 동아에스앤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