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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차세대 원전을 이끌 전문가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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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1-09
[기획] 차세대 원전을 이끌 전문가가 되려면?
산업이 발전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시작으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에너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문제는 아직도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될 위험이 있고, 기후변화를 우려해야만 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고갈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무한한 자원이지만, 아직은 효율이 너무 낮아 산업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원자력 에너지도 좋은 대안이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원자력 발전이 가진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개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MR은 안전하면서도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 시스템이다. |

SMR이 적용된 원자력 발전소의 조감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크기, 비용, 안전성 모두 높인 SMR
SMR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발전소용 대형 원자로보다 작게는 1% 정도에서, 크게는 10% 정도로 크기를 줄인 소형 원자로를 가리킨다. 이론적으로는 일반 가정집의 욕조 크기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원자로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보니 SMR은 협소한 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고, 특히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시설 내부에 여러 대를 설치하는 형태로 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건설비 역시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해 매우 저렴하다. 기존 원자력발전소 건설비는 평균 7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SMR은 1대당 7억 달러 정도로서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건설 기간도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 수준인 5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R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별도의 전력 공급 없이도 자연냉각이 가능하며, 사용 후 발생한 연료봉을 원전 수명이 다하는 60년 동안 원전 안에 설치된 수조에 보관할 수 있어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대형 사고 및 사고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SMR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SMR은 이미 우주선을 비롯해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등 특수한 목적의 수송기기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면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SMR의 장점이 뛰어나다 보니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세계 20여 국가에서 71종의 SMR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2035년에는 SMR 시장규모가 6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 차세대 원자력 발전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원자력 발전 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차세대 원자력 발전 시스템의 독자 개발 등 대규모 R&D 사업에 투자해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최강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선정된 차세대 원자력(SMR) 발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등 12개 과학기술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함과 동시에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예산 배정도 파격적이다. 지난 2020년에는 50억 원에 그쳤지만 2023년에는 254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원자력 분야 인재 육성 다시 활발해져
특히 고무적인 것은 원자력 발전 분야에 종사할 인재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한전공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석·박사 과정에 ‘차세대 SMR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차세대 원전 기술의 필요성과 인력양성 요구 증가에 따라 이 전공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2023학년도부터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최근 신설한 차세대 SMR 융합전공.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웹사이트 캡쳐
최근 마감된 2023학년도 수시모집에서도 원자력 관련 학과 평균 경쟁률이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자력 산업 회복’이라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경쟁률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2023학년도 원자력 관련학과 수시 경쟁률 현황. (자료: 종로학원)
원자력 관련 학과의 신설이나 경쟁률 상승은 전공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원자력 발전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자로 설계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해 생생한 현장감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방사성 폐기물 관련 최신 기술 동향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분야의 전공과 진로
원자력 관련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기초과목과 함께 핵물리와 원자로 동역학, 그리고 원자로 실험 및 열전달시스템, 방사선공학, 원자력시스템 설계 같은 전공심화과정을 배운다. 관련 기술 외에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철학이나 원자력과 관련된 규제 등을 함께 익히며 차세대 원자력 전문가로서 기본적 소양을 쌓는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졸업 후의 진로도 상당히 다양하다.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처럼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공기업이나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방사선 관련 검사 및 의료기기 업체 같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대학에서 전공하는 학문 외에도 정부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으로 개최하는 ‘원자력 대학생 혁신 및 창업 경진대회’가 그 좋은 예이다.
올해 2월에 처음 열린 ‘원자력 대학생 혁신 및 창업 경진대회’는 차세대 에너지와 관련한 혁신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의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원자력 기술과 관련한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글_김준래 동아에스앤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