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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한민국 반도체, 진정한 1등이 되려면
#여성과학기술인#STEM#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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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9-28
[전문가 칼럼] 대한민국 반도체, 진정한 1등이 되려면
요즘 반도체가 국내 과학계와 교육계에서 핵심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 관련 교육캠프도 열리고, 반도체 관련 학과가 인기 학과가 되었다고 한다. 새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AI 반도체 산업 지원 대책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에 관한 기사를 접하기도 하였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1등 수출 품목이라니 한국 경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한 거 같다. 처음 반도체를 접하게 된 1995년만 해도 전 국민은커녕 이공계를 공부한 필자에게도 반도체는 생소한 단어였고,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까지 한국을 대표할 산업이 될지 그 당시엔 정말 몰랐다. 요즘은 반도체 기업에 학생들이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반도체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반도체 현황,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 현황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

300mm 웨이퍼 양산 라인(EUV 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 삼성전자
│우리나라 반도체는 반쪽짜리 1등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순위는 미국에 이어 2위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56%를 차지하며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3%로 열세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아직 갈 길이 멀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분야에서 우리 후배들이 할 일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통상 반도체 하면 떠올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반도체는 반도체소자 제조회사인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소위 ‘소부장’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존재한다. 사실 반도체 관련자가 아니라면 소부장 회사들의 이름은 잘 모른다. 반도체 장비 시장 수요에서 세계 1위는 한국인데, 반도체 장비 회사 순위(점유율) 세계 5위 안에 한국회사는 없으며, 부품, 소재는 여전히 일본이나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반도체 제조로 수출하여 이익을 얻었으나, 이에 필요한 소부장은 외국제품이라 그만큼 외화가 나가게 되니 국가 차원에서는 손실이 많을 것이다. 즉, 반쪽짜리 1등인 것이다.
소재의 외산 의존성의 결과로 나타난 부정적 사례를 살펴보자. 2019년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HF) 가스나 포토레지스트(photo resist) 물질의 수입이 막혀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에서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 일 이후, 해당 소재의 국산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탈일본 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산 장비업체(세메스)에서도 주요 부품은 대부분 일본, 미국 등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서 겉은 국산이나 알맹이는 외산이라는 말이 맞다.

2019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학회(SPIE Advanced Lithography)에 참석한 박완재 수석연구원. ⓒ 박완재
│기초과학과 소부장 기업에 관심 가져야
왜 우리나라는 제조업보다 소부장이 특히 외국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질까. 우리나라 반도체는 제조업이 우선 관심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업도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빨리 따라잡으려면 모방하기에 바빴다. 제조업보다 더 늦게 시작한 소부장은 근본이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매우 등한시해서 기초가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와 기초과학은 관계가 없다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초과학을 전공하면 취업이 어려우니 공학을 선택하게 되고, 공학 역시 의학에 밀려서 훌륭한 인재들은 의학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이다.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인데, 믿고 꾸준히 투자하여 주었으면 한다.
또한 이학과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반도체 제조업만 관심 있게 볼 것이 아니라, 소부장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진출하여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반쪽짜리 1등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진정한 K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00mm 웨이퍼(wafer)를 생산하는 라인이 등장하면서 달라진 양상 중의 하나는 완전 자동화(full automation)가 도입되면서 생산 라인에 작업자들이 사라졌다. 아울러 이전(300mm 웨이퍼 이전)에는 제조회사에서 새로운 공정 개발을 주도했으나, 이제는 장비회사에서 공정 개발을 하여 제조회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제조회사는 공정 관리와 수율 향상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며, 장비회사에서 요소개발을 한다. 그래서 협업의 형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점을 참고하여 본인의 성향에 맞는 회사를 선택하기 바란다.
2022년 9월 세메스 화성사업장에서 부서원들과 함께. ⓒ 박완재
│반도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마지막으로 반도체 기업에서는 어떤 구성원을 좋아하는지 내 경험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해보고자 한다. 반도체회사는 천재보다는 보통 사람 그리고 성실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 구성원 간 소통이 잘되어서 협업(collaboration)이 잘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일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런 면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사람들이 회사 생활에 훨씬 유리하다. 또한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은 엔지니어에게도 많이 필요한 소양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 10가지 항목을 소개한다. 즉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항상 생각하고 확인해서 신념을 가져라.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항목은 ‘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는 항목이다. 오늘날은 잘난 사람은 많은데 겸손한 사람은 드문 거 같다. 많이 경험한 사람이 책이나 논문으로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잘 안다. 시뮬레이션이 가장 잘 맞지 않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반도체 분야다. 모든 실험 결과에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겸손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글_박완재 세메스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