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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인공지능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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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9-21
[전문가 칼럼] 인공지능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관련 기술개발은 너무나 빨라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쟁 기술에 추격과 역전을 허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미래의 기술을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순간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들어오더니 요즘 인공지능 반도체가 개발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자. |

ⓒ shutterstock
│심층신경망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등장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6년에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상위급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공개 대국에서 예상을 깨고 4승 1패로 승리해 인공지능의 진가를 보여준 것이다. 바둑은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긴 것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학습한 결과였다. 알파고는 영국의 스타트업이었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데, 딥마인드가 미국의 구글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됐다.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 이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를 이미 시작하여 선도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ICT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했다. 미래의 방대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소모전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와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당시의 반도체 기술로 만들어진 알파고는 인간에 비해 1만 배에 가까운 전력(에너지)을 소모하여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속칭 가성비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콘텐츠 추천 기능이나 챗봇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향후에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응용이 될 것이고 각종 서비스에 적합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도 현재 손과 눈의 자유를 허용하는 3단계에 근접해 있는데, 무인의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스마트한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신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범용의 정보처리 반도체 소자보다는 딥러닝 학습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주목을 받고 있고 향후 가파른 성장이 이어질 것이다.
요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층신경망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는 문자, 음성, 이미지와 같은 비정형 형태의 정보 인지능력이 인간의 수준으로 높아졌다. 또한, 중앙처리장치나 그래픽처리장치에 대비해 성능 및 소모전력 효율이 개선되어 데이터센터 서버와 모바일 기기에 이미 적용되어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고 있다.
│인간 두뇌신경망을 모사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한 디지털 뉴로모픽 시스템(왼쪽)과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오른쪽). ⓒ KIST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미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의 연산을 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더 스마트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심층신경망 기술의 보완뿐만 아니라 대체 가능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폭발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 공급이 필요하게 되고 탄소 중립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기술 중의 하나가 인간의 두뇌신경망(neuro)을 모사(morphic)하는 뉴로모픽 반도체이다. 인간의 두뇌는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작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뉴런과 시냅스만 부분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또 인간은 대화할 때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얼굴 표정과 움직임을 살피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다른 소리를 동시에 분석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동시다발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해야 하고,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미래에는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두뇌 신경망의 동작 원리를 모사한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시스템과 인간의 두뇌처럼 경험을 통해 최적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뉴런이 스파이크 신호를 발생시키면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두뇌의 정보 전방 방식을 모사한 스파이킹 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 SNN) 방식이다. 이는 스파이크 신호가 발현될 때만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도에 상관없이 모든 입력값에 대해 계층별 연산이 필요한 기존 심층신경망(DNN)과 차별화된 기술이며,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소모 전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 시냅스 소자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의 원리를 보여주는 개념도. ⓒ KIST
│다방면의 전문가뿐 아니라 융복합형 전문가도 필요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인공지능과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며,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일등 강국으로 전 세계 6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3배에 달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래에 요구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선도기술을 확보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고 절실하다. 인공지능은 반도체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비롯한 플랫폼 기술이 필요하며 전후방 산업 지원이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즉 프로그래밍, 데이터 구축 및 처리, 알고리즘, 반도체 회로설계, 소자 및 공정, 비즈니스 및 응용 모델 등으로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요구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기술을 아우르는 융복합형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전문 분야 외에 새로운 분야가 생길 것이며, 해당 분야의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얼마나 조기에 확보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주도하는 한국형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한다.
글_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