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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부와 기업 주도로 양성하는 반도체 전문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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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9-14
[기획] 정부와 기업 주도로 양성하는 반도체 전문인재
요즘 반도체가 국내 과학계와 교육계에서 핵심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관련 교육캠프도 열리고,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소개하는 이미지. ⓒ 성균관대
│반도체 관련 교육캠프의 목적
반도체가 어느새 우리나라의 과학과 산업은 물론 경제 및 교육을 대표하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반도체와 관련된 교육캠프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한국공학대와 삼성전자의 캠프가 좋은 사례다.
한국공학대는 지난 7월 25일부터 10일간 반도체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실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2회 반도체 교육캠프’를 개최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캠프가 열리는 기간 동안 반도체 이론강의, 42시간의 집중 실습 등에 참여했다. 고교생 신분으로는 체험하기 쉽지 않은 반도체 제조공정 전반에 대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웨이퍼 커팅, 포토 공정, 패키징 및 소자특성 평가 같은 반도체의 핵심 제조공정을 몸으로 익히며 학생들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반도체에 대한 지식 외에도 한국공학대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멘토링을 통해 진로 설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도 누렸다.
한국공학대의 반도체 교육캠프가 고교생을 위한 행사라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개최한 ‘삼성 샤이닝스타 프로그램’은 대학생이 반도체 제조공정 및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참여형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공계 및 자연계 전공 1~2학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는데,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를 탐방하고 이론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반도체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이들이 미래 반도체 전문가로 성장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는 것이 행사를 주최한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 샤이닝스타 프로그램 행사 장면 ⓒ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
반도체와 관련된 대표적인 이슈는 반도체학과의 대폭 증원을 꼽을 수 있다. 교육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반도체 관련 학과의 증원 규모를 살펴보면, 수도권 4100명과 비수도권 3900명 등 무려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반도체학과를 대폭 증원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지난해까지 9년째 수출액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핵심 먹거리다.
또한 반도체는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과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이 그려갈 미래 과학산업에서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다. 실제로 빅데이터나 클라우드처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성장에는 반도체가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이 이렇게 반도체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반도체학과는 다른 전공학과에서 볼 수 없는 ‘계약학과’라는 독특한 학부 시스템을 갖고 있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에서 반도체 명칭이 들어간 학과는 총 28개로 모집 규모는 대략 1400명이다. 수도권에는 총 13개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데, 이 중 대기업과 협약을 맺은 반도체 계약학과는 2023년 입학을 기준으로 총 7개다.
*자료: 각 대학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은 다음, 기업이 요구하는 일정한 기준을 통과했을 시에 특정한 학부의 졸업생을 채용하기로 약속한 학과를 가리킨다. 특히 장학금이 나오고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2006년 성균관대가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처음 계약학과를 신설한 이래로 2019년에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와 계약학과 협약을 맺고 2021년부터 계약학과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여러 분야의 계약학과 중에서도 가장 경쟁률이 높은 반도체학과에 진학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반도체학과와 유사한 학과라고 할 수 있는 전기·전자공학과와 비교해 보면 영역은 좁지만 깊이 있는 학문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학과 4학년 2학기 과정에는 전자공학과 대학원에서 배우는 과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전공을 배울 수 있는 계약학과만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제어 및 소자, 그리고 전기와 에너지 등을 폭넓게 다루는 전기·전자공학부에 비해 반도체학과는 상대적으로 학습 범위가 좁고, 취업 분야도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미래 산업 전반에 활용될 인공지능 반도체
반도체학과가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들 수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란 인공지능의 학습, 추론 등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로 실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인공지능 분야는 물론,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산업과 과학기술에 응용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비중 추이.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반도체 회로 설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관련된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융합인력양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융합인력양성 사업은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이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자 학부 수준에서 특화된 실무 교육을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부 시절부터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으로 육성하다 보니,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반도체학과 졸업생을 선호한다. 입사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으므로 보통 신입사원들이 거쳐야만 하는 1~2년 정도의 재교육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학부생을 육성하는 비결은 현장기술 전문가와 대학교수의 교육과정 공동 작업을 꼽을 수 있다. 전기·전자공학과는 기업에서 커리큘럼에 개입할 수 없지만, 반도체학과는 기업의 기술 전문가와 대학교수가 교육과정을 같이 짜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이 분야 인재상을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차세대 반도체 전문가, 문제에 도전해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 융합 연구에 대한 소양과 능력이 필요한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 등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반도체 분야에 대한 탄탄한 전문지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고,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하며, 그 위에 국제적인 감각과 융복합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다.
글_김준래 동아에스앤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