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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조선·해양 분야에서 여성공학자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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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84 좋아요2 작성일2022-06-22

 

[전문가 칼럼] 조선·해양 분야에서 여성공학자의 진로 

 

세계 최고의 한국조선해양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로 인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나 디지털시대 제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최신기술 개발로 자율운항 선박의 도입이 가속화되는 등 산업의 틀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와 산업계의 필요 앞에서 이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 가능성을 만들어갈 주인공은 누굴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 시절에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연승 교수. ⓒ KOMSA  

 

 

즉시 교육, 평생 교육의 중요성

신산업 창출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조선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핵심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산업의 변화가 숨 가쁘게 빠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산업 각 부문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재상이 요구되고 등장하기 마련이다. 기본 4대 역학(고체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동역학) 위에 디지털, 친환경 기술을 위한 4차산업혁명 기술을 더해 이를 복합적으로 선박이란 거대한 시스템에 녹여낼 수 있는 융합인재가 필요하다. 

 

요즘은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 직업을 갖고 유지하던 과거와 다르다.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빨리 배우고 넓게 적용하며 필요시 스스로 학업 영역을 만들어가는 ‘즉시 교육’이 필요하다. 즉시 교육으로 가까운 미래를 빨리 공부하고 자기 일에 적용하는 새로운 학습형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문·이과를 넘나드는 융합인재에 대한 요구가 시급한 상황에서는 틀에 짜인 학교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기 어렵다. 오히려 학교 교육을 뛰어넘어 본인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설계된 디지털, 인공지능, 친환경 관련 기술 습득, 관련 산업계의 인턴 등을 통한 경험 축적 등이 요구된다. 넓게 알고 빨리 연결시키는 융합형 학습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에서 일하며 필요한 공부를 찾아내고 학습법도 스스로 구현하는 평생 교육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처럼 즉시 교육, 평생 교육이 우리 시대에는 디폴트값이 된 셈이다 

 

 

인재는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길은 길 아닌 곳을 지나간 사람들로 인해 만들어진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그 말이 내게도 맞는 듯하다. 나는 여성 공학자가 많지 않았던 시대에 공학을 공부했다. 내가 조선공학도로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는 공과대학에 여학생이 많지 않았고 더구나 조선공학과에는 여학생 수가 한 손에 꼽힐 정도였다. 이후 한국 조선공학 최초로 여성 박사가 되고 조선업계에서 엔지니어로, 또 해양교통 정책기관에서 기관장으로 일하면서 30여 년을 조선공학계에 몸담으며 본의 아니게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2020 국제해양·안전대전’에 참여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부스에서 안전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KOMSA  

 

 

인재는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나를 키운 8할도 현장이었다. 학부부터 석·박사과정 내내 쌓은 지식과 정보는 현장에서 더 단단해졌다. 선박유체설계를 전공한 내게 세계 최대, 최고의 선박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현장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스스로 ‘나는 엔지니어다’라고 자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더 힘든 길을 선택하는 도전의식 

한참 선박설계에 빠져 있던 2000년 후반, 내 커리어를 선박설계에서 해상풍력발전기 개발 분야로 바꾸는 큰 전환점이 있었다. 당시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채택해 새롭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던 분야가 해상풍력발전 분야였다. 선박설계 전문가로 자리를 굳히던 시점에서 위기라면 위기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국내조선업계가 진출했던 독일의 풍력발전기 회사에서 오히려 더 큰 희열을 느꼈다.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에 유럽의 다국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이 새로운 도전에 큰 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선박설계라는 전공 분야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현장경험을 한 것이 이후 나의 중요한 커리어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인생에서 경험과 도전은 그 어떤 것도 의미 있지 않은 것이 없다.  

 

 


2019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직원들과 함께 국제해사기구(IMO) 31차 총회에 참석한 모습. ⓒ KOMSA  

 

 

살다 보면 변화와 도전을 만나는데, 그 순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선택한다. 받아들이느냐 도피하느냐 갈림길에서 말이다. 나 역시 새로운 변화와 도전 앞에서 고민의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 노력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성장을 위한 것이며, 결국 더 큰 기회를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익숙한 업무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매진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더 큰 기회가 눈앞에 찾아온다. 용기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하고,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준다.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산업현장 업무와 정책 입안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홍익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여성공학도를 만날 때면 30년 전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애정과 관심 더 많이 생긴다. 공학계에서 여성은 아직은 수적으로 적고 또 위상 면에서 이뤄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길을 안정적으로 잘 걸어가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새로운 길을 만들고, 지도를 수정하며 먼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역량은 생존력과 성장력이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충격 속에서 더 나아지고 발전하는 성장력이 필요하다. 이 원동력은 협력에서 나온다. 젠더를 넘어 엔지니어로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2016년 홍익대 학생들과 현대중공업을 견학한 이연승 교수. ⓒ 이연승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는 말이 있다. 여성엔지니어들이 모여 모닥불을 이루고 그 불씨로 지금 새로운 도전의 문 앞에 서 있는 대한민국 조선해양업계의 앞을 환하게 비추기를 바란다. 그 뒷줄에 나 역시 작은 불씨를 보태며 서 있을 것이다.



글_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