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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인재 양성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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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8
[기획]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인재 양성 전략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일어난 조선업의 업황 변화를 설명하는 데 ‘고진감래’보다 더 적합한 사자성어가 또 있을까? 좀처럼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업이 올해 들어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조선업 3사는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며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나서면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
최근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박 수주량이 증가한 국내 조선업 3사는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디지털관제센터에서 선박 엔진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 현대중공업
│올해 1분기 한국 선박 수주량은 세계 1위
조선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조선업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해운업이 조금씩 살아나자 자연스럽게 조선업도 선박 제조와 관련한 발주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조선 시황을 분석하는 글로벌 업체인 클락슨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대비해 4.3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은 532만 CGT로 52%에 달했다.
이처럼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대표적 조선사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42척(약 5조 7,000억 원)을 수주했는데,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의 65%에 달하는 규모다. 상반기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연간 목표액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조선업의 특성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주가 몰린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달성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종식에 따른 경기 회복,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인해 신규 선박 제작이 필요한 만큼, 수주 호조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래 조선업 시장을 선점할 신성장 동력은 디지털 전환
조선업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업들은 과거 경험했던 불황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 내세우는 대표적 신성장 동력 분야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꼽힌다. 디지털 전환이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업무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전산화(digitization)’ 단계와 모든 업무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가리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업종보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 왔던 업종이 조선업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디지털 전환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다양한 사업 추진과 인재 양성 및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스마트 조선소와 자율운항 선박 개발 프로젝트 추진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중점을 두고 있는 디지털 전환 관련 사업은 ‘스마트 조선소’와 ‘자율운항 선박 개발’ 프로젝트다. 스마트 조선소 프로젝트는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 설비를 선박 건조에 접목하는 사업이다.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와 육상관제센터 모습. ⓒ 대우조선해양
또한 자율운항 선박은 2025년까지 자율운항 방식으로 항해하는 대형 선박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자율운항 시험 선박인 ‘단비(DAN-V)’를 건조한 바 있다. 단비는 바다에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 기술의 실증에 나서는 선박이다.
이처럼 첨단 디지털 기술을 선박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니, 대우조선해양은 미래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문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충남대학교와 맺은 ‘조선해양 분야의 자율운항 및 스마트 기술 개발 관련 인재양성 업무협약’은 그 좋은 예이다.
│삼성중공업, MS와 업무협약 통해 디지털 조선소 전환 가속화
대우조선해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도 역시 디지털 전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디지털 조선소 전환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해,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효율이 뛰어난 조선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SHI(Smart Samsung Heavy Industries)’ 프로젝트는 설계와 구매, 그리고 생산 등 조선소 업무의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마트 SHI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대표적 사례로는 거제조선소의 변신을 들 수 있다. 거제조선소는 초고속 무선망 기반의 모바일 환경을 통해 종이서류가 사라진 ‘페이퍼리스(paperless) 조선소’로 진화하고 있고, IoT와 데이터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스마트 SHI 시스템으로 작업 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역시 디지털 전환을 담당할 인재 양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결방안으로 고용노동부와 손을 잡고 ‘지능형 스마트 조선소 구현을 위한 디지털 및 신기술 인력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되어 11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삼성중공업 사업장에 마련된 ‘디지털 전환 캠퍼스’에서 진행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교육생은 인공지능(AI)과 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 산업 현장과 연계한 프로그래밍, 디지털 현장 혁신 역량 등 실무 능력 향상 위주의 교육을 받고 있다. 수료한 교육생은 삼성중공업은 물론, 다른 IT 기업으로도 취업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디지털 전환 추진하고자 서울대와 인재 육성
국내 매출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관련 계열사들과 함께 최근 디지털 기반의 조선업 미래전략인 ‘FOS(Future of Shipyard)’를 추진하고 있다. FOS는 현대중공업이 2030년까지 기존 조선소를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한다는 야심 찬 계획하에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다수 용접기에서 가동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용접 모니터링 시스템’, 사내 기술·설계 정보를 간편하게 조회하는 ‘지식자산 플랫폼’, 비대면 품질검사가 가능한 ‘원격검사 플랫폼’ 등 10여 개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가상 조선소(digital twin)’ 시스템인 ‘트윈 FOS’ 프로젝트를 2023년까지 고도화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트윈 FOS 프로젝트는 디지털 지도 위에 선박을 클릭하면 건조 현황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시각적인 정보로 제공하고, 크레인과 지게차를 비롯한 동력 장비까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축 중인 가상 조선소 ‘트윈 FOS’ 시스템. ⓒ 현대중공업
이 같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서울대와 손을 잡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한 조선해양 분야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데, 석·박사 융합과정인 ‘스마트 오션 모빌리티’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과정은 조선해양공학 및 기계항공 분야는 물론, 컴퓨터공학과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의 전문가와 해당 교수진이 참여해 조선해양공학에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_김준래 동아에스앤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