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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양자통신 분야의 기술과 인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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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18
[전문가 칼럼] 양자통신 분야의 기술과 인력 전망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양자기술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다루어지면서 양자(quantum)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꽤 많이 노출되고 있다. 다양한 양자기술 응용 분야 중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로 양자통신 기술을 손꼽는다. |

▲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노드를 양자통신으로 연결하는 양자인터넷의 개념도. ⓒ KIST
|양자기술이 뭐지?
양자 현상은 엄연히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고, 너무나 작은 극한의 미시세계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렇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할 뿐, 최첨단 반도체 기술과 같은 미시세계를 다루는 곳에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있는 현상이다. 양자의 사전적 의미는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물리량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원자 1개, 2개는 있지만 0.5개, 1.5개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회자되고 있는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 센싱 등의 응용 분야에서 얘기하는 양자는 그 의미에 더해서 얽힘과 중첩이라고 하는 특별한 현상을 지닌 것을 지칭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양자기술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는 현실적인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하는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양자컴퓨터, 통신상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양자통신, 기존에는 측정할 수 없었던 미세한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양자센싱 기술이 있다.
|양자통신 분야에서 상용화된 기술은 양자암호통신
양자기술 중 양자통신은 양자들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송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양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양자통신 분야 중 양자암호통신(또는 양자키분배) 기술이 상용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졌는데, 이 기술을 통해 현대암호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암호 비밀키를 양자를 이용해 통신상에서 안전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KT, 현대중공업과 함께 구축한 양자암호 네트워크 테스트베드. ⓒ KIST
양자암호통신에서는 암호 비밀키 정보를 빛 알갱이 하나에 실어 주고받기 때문에 중간에 도청자가 신호의 일부를 탈취할 수 없다. 양자가 갖는 복제 불가능성과, 측정하면 양자상태가 붕괴되는 특성 때문에 도청자가 정당한 송수신자 모르게 측정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 후 똑같은 양자를 복제해 보내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자암호통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위성과 베이징부터 상하이까지 이어진 백본망을 이용해 4600km, 700개 이상의 구간에 양자암호망을 설치하고 실제 양자암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SKT, KT를 중심으로 응용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공공, 의료, 산업 분야 중 보안통신이 중요한 시설 수십 곳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최근 IDQ 코리아, 코위버, 우리넷, 드림시큐리티, SDT, 우리로광통신, EYL 등 기술 중심 강소기업들이 관련 제품 생산을 시작하면서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양자기술 인력의 두 부류, 과학자와 엔지니어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국가들은 양자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양자 전문 인력 양성이 포함되어 있다. 기술의 난도가 높은 만큼 우수한 인력의 확보는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양자기술 전문 인력은 두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양자 자체의 특성을 탐구하는 과학자와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엔지니어이다.
양자기술은 지난 100년간 기초원천 기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학문의 특성상 최근에서야 양자 산업으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탐구하고,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는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양자 자체를 연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양자만큼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분야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 중인, 광원과 프로세서가 결합된 초소형 양자직접소자. ⓒ KIST
이에 못지않게 양자 엔지니어의 길도 추천한다. 양자의 특성을 받아들이며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를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이제 막 도입기에 진입한 양자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크게 일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현재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양자 엔지니어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전산학, 재료공학, 반도체 등 기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양자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전문가다. 양자 현상을 탐구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쉽게 받아들이며 익숙해질 수 있다.
|국내 양자통신 기술 전망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에 국내 양자통신 기술의 전망은 어떨까? 과연 우리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비록 기초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연구개발 역사가 짧고 본격적인 투자가 늦었기 때문에 기술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보유한 강점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한 투자가 지속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반도체 부품 소자, ICT 강국이다. 기초연구에서 양자통신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기존 ICT의 장점을 바탕으로 우리가 선도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라고 본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양자기술을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장기간 꾸준한 투자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고, 산업계에서도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어 본 기술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
글_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