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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 보건 전문가의 길을 걷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지영미#연구소장#공중보건

조회수 2118 좋아요4 작성일2021-12-06

[인터뷰]국제 보건 전문가의 길을 걷다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통령이 방문한 연구소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지영미 소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질병관리본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보건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지 소장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직접 만나 여성과학자로서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정부와 국제기구에서 공중보건 분야에서 일해 온 여성과학자다.


| 현재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여성과학자로서 실험실 연구보다는 주로 한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 공중보건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고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일해온 것에 보람을 느끼고 만족합니다.”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 국무총리 보건분야 특보 등을 역임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에서 7년 넘게 일한 바 있다. 현재는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 소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해 1월부터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위원들과 논의한 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WHO 사무총장에게 권고했으며, 지금까지 9회 회의를 통해 비상사태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각 나라에 대응 권고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계속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외국 민간기관 또는 정부기관이 개최하는 온라인 회의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 세계경제포럼을 비롯한 웨비나(인터넷상에서 열리는 회의)에 20회 이상 참여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연구개발에 관련된 발표나 인터뷰를 했다.


| 지난해 대통령이 연구소를 방문한 이유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했다. 방문 배경에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가진 신약개발 능력에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대용량 약물 스크리닝(High content, throughput screening)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신약개발에 강점이 있는데, 이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약물을 개발한 바 있다. 지 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치료물질의 경우 연구소가 보유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약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빠르게 스크리닝함으로써 4가지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며 “현재 4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004년 한국과 프랑스의 과학기술협력 중 하나로 설립된 감염병 연구기관이다. 11개국 출신의 외국인 직원 16명을 포함한 100여 명이 바이러스, 세균, 항생제 내성, 기생충처럼 감염병 전반과 암까지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 및 중개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중개연구는 기초연구 결과를 임상연구에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해 주는 연구를 뜻한다. 게다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전 세계 25개국에 자리한 33개의 파스퇴르연구소 국제네트워크와 연계돼 있어 국제협력 연구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 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약물 재창출 연구에서 발굴된 후보물질 중 하나의 경우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파스퇴르연구소와 협력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파스퇴르연구소의 국제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연구 외에도 외부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코로나19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DNDi라는 국제기구에서도 이 서비스를 요청할 정도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연구지원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지 소장은 “이 연구지원센터에는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병원체 취급시설(BL3),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ABL-3), 바이오자원센터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이런 연구인프라는 외부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외부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도 확대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소장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성과가 실제 보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도록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연구소가 추진할 전략적 연구방향 5가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즉 감염병 항체 개발 연구, 바이러스 면역학 등 새로운 분야 연구 추진, AI를 활용한 약물 스크리닝과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강화, 전임상 연구 강화, 바이오뱅크 등 연구자원센터 신설, 파스퇴르 국제 네트워크 운영 강화 및 아시아·태평양지역 허브로서의 역할이다.


| 필리핀 마닐라에서 7년 반 근무한 경험이 가장 소중해


지 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영국에서 의학미생물학 디플로마(Diploma), 바이러스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떻게 의학이나 생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지 소장은 “원래 고등학교 때 물리를 좋아했는데, 당시 예비고사 성적을 잘 받는 바람에 ‘학교 대표’로 서울대 의대에 지원해 본고사까지 치러야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지 소장은 “의대 졸업 후에는 평범한 의사의 길이 아니라 의사 과학자인 연구자의 길을 갔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 분자발암연구실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실험실 경험을 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에서 의학미생물학 디플로마를 받고 이어서 바이러스학(B형 간염)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 소장은 “세균보다 바이러스를 공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새롭게 출현하는 병원체들, 더 문제가 되는 병원체들이 대부분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예방접종프로그램 자문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지영미 소장. ⓒ 지영미


특히 지 소장은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에서 7년 반간 근무한 경험을 꼽았다. 서태평양지역사무소는 아시아·태평양지역 37개국을 관장하며 18억 명 인구의 건강을 책임지는 동시에 예방접종 분야에서 제네바 본부와 지역 내 국가 사무소를 연결하며 국가에 대한 기술적 지원과 조정, 지역 내 총괄 업무 수행을 한다.


지 소장은 “제네바 본부에서 열리는 회의에 지역사무소 대표로 참석하는 한편, 지역 내 많은 국가를 직접 방문해 기술지원, 평가, 교육훈련 등을 해야 했다”며 “몽골에서 파푸아뉴기니까지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를 매년 방문해 교육훈련과 기술지원을 함으로써 결국 보건 역량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서태평양지역사무소 근무 첫해인 2007년 필리핀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에 3일 참가한 뒤 심한 호흡기 질환에 걸려 한 달 이상 고생하기도 했다.



▲지영미 소장이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예방접종프로그램 지역조정관으로 활동할 당시

필리핀 현지 아이들에게 소아마비 생백신(OPV)을 투여하는 모습. ⓒ 지영미


그럼에도 지 소장은 공중보건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제약바이오 분야 일도 보람 있고 수입도 더 좋을 수 있겠지만, 공중보건 쪽 일을 하면서 많은 나라를 계속 방문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했던 일들이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 소장은 “안전하게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도 좋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새로운 기회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녀는 “국제 보건에 관심 있는 후배, WHO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싶고, 국제적인 경험을 후배들과 많이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_이충환 동아에스앤씨 편집위원

사진_남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