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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신과 국제보건 분야 개발 협력
#백신#코로나#국제보건#BT#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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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1-17
[전문가 칼럼] 백신과 국제보건 분야 개발 협력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시달리자, 여러 제약사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또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국제보건 분야의 협력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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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방글라데시 관계자가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전달받고 있다. ⓒ UNICEF
| 코로나19와 백신 공급
지난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2021년 11월 5일 기준) 전 세계 2억 4800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5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회사들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정부의 사용 허가 절차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코로나19 백신은 WHO의 긴급사용목적으로 승인되고 있다. 2020년 말 화이자 백신을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더나, 시노팜, 시노백 등의 코로나19 백신이 WHO 긴급사용목록에 포함되어 유엔을 통한 백신 구매 및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출처: WHO COVID19 Vaccine Tracker (https://covid19.trackvaccines.org/agency/who/)
2021년 11월 4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70억 270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됐으나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안전하고 효과 있는 백신을 가난한 국가에도 공평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 세계적 팬데믹을 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논의는 계속 진행됐다. 세계보건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중심이 되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COVID-19 Vaccines Global Access facility)라는 국제 프로젝트가 2020년 4월 구축됐다. 코백스를 통해 해당 국가 인구의 최소 20%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백신을 공급하고자 하는 목표가 설정됐지만,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백신 공급의 부족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원인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던 보건 위기 상황에서 백신 공급이 절대 부족한 가운데, 해당 국가들이 자국의 백신 공급 확보를 우선시해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수요·공급·배분의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백신 생산 물량의 심각한 부족, 코백스의 한계로 인한 백신 구매 자금 부족, 선진국들이 백신 제조업체 간 직접 거래를 통한 백신 확보 경쟁, 접종자의 추가 접종(부스터 샷) 등으로 인한 백신 가격 상승 문제 등이 지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코로나19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델타변이와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백신의 효과는 떨어지고 돌파감염이 발생하게 된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들. ⓒ shutterstock
|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자체적인 백신 생산 및 개발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코백스를 통한 백신 공급 확대 및 적절한 배분이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는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국가개발 목표라는 큰 틀 안에서 중장기적인 보건안보 전략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는 감염병 대응 및 관리를 위한 공중보건 시스템, 질병 감시역량, 감염병 위험 요인 차단을 위한 개인위생 개선, 식수·위생·사회 기반시설 구축·개선 등 국가적 차원의 개발 과제를 기본으로 한다. 나아가 자체적인 백신 생산 및 개발 역량을 구축해 자국의 보건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개발에 필요한 높은 기술 장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우선 백신의 자체 생산 역량을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자체 백신 연구개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최근 케냐 정부는 2024년까지 나이로비에 자체 백신 생산 공장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신 수급 문제를 경험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2021년 4월 13일 아프리카 연합(AU)을 통해 2040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자체적인 백신 제조 역량을 현재 1%에서 60%로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백신 개발 및 공급 분야의 후발 주자 국가들이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첫째, 백신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관련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백신 연구·개발은 백신 후보 물질 연구, 전임상 연구, 임상연구, 백신 제조 등 포괄적인 분야의 역량을 요구한다. 감염병 역학 자료를 질적으로 향상시켜 해당 국가 내 감염병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 또한 자국의 백신 연구·개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백신 개발과 관련한 자체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 의과학 분야 교육·연구에 대한 투자, 기술 이전과 관련한 법적 이슈 검토 및 관련 분야 국제협력 역량, 전임상 및 임상 연구에 필요한 인적자원 확보 및 산학협력 등 장기적인 교육적, 제도적, 재정적, 법적 안목과 실현 가능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백신을 제조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시설이 필요하다. GMP는 백신 및 의약품 제조절차에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해 인증하는 제도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current GMP), 유럽연합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정한 EU GMP, WHO 주관 입찰을 위한 조건이 되는 WHO GMP 등이 있다. 백신의 제조 및 관리에서 GMP 인증을 받은 백신 제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기에 적절한 비즈니스 계획과 임상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백신 등 생물의약품 관련 국가규제기관(NRA)의 역량을 강화해 자국에서 진행되는 백신 개발 과정(백신 개발과 관련한 품질, 안전성, 유효성, 비임상 및 임상 과정과 결과 등)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가 구축이 필요하다. 백신 제조국 규제기관의 허가 및 품질 관리 능력은 WHO 및 국제사회 상호연계와 협력체계를 통해 평가되며, 국가들은 이 같은 규제 및 가이드라인의 국제적인 표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경제 사회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 국가들의 자체적인 시행 및 투자 역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업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제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확보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과 더불어 관련 국제기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보건분야 개발협력은 수혜국인 저개발국·개발도상국에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초국가적인 감염병의 전파와 미래의 또 다른 팬데믹에 전 세계가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 백신의 개발·공급 및 국제보건 협력

코백스 퍼실리티 프로젝트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참여하고 있다. ⓒ shutterstock
백신에 대한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코백스 이전부터 있었다. GAVI는 개발도상국에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고, WHO는 백신 사전적격성 평가인증(PQ) 및 비상시를 대비한 백신 비축 시스템을 통해 백신이 필요한 국가에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발굴해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명을 바탕으로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IVI는 백신 후보 물질 연구개발, 전임상, 임상, 기술 이전, WHO PQ, 질병 역학, 비용효과 연구 등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해 국제보건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백신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증명된 백신이 WHO PQ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
국제보건 개발 협력 분야는 의학, 의과학, 약학, 생물학 등 이공계열뿐 아니라 보건, 경제, 통계, 정책, 국제관계, 커뮤니케이션, 재무, 거버넌스 등 인문사회과학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이다. 백신 개발 단계의 기초가 되는 실험 연구 활동뿐 아니라,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지 정부 및 학계와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임상연구, 질병 역학조사, 질병 감시역량 강화, 보건경제학적 연구, 사회문화적 행태 분석 등 효과적인 보건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자료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백신, 진단물품, 방역용품 지원 등 보건협력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물자 확보, 현장 지원 등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정확하고 투명하며 신뢰 있는 의사소통 등 보건 위기 관리에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인적자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많은 선진국은 민간·학계 차원에서 정부·기업·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도상국·저개발국의 보건안보, 개발협력 지원·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는 여성들의 활동이 매우 두드러진 개발 협력 분야로서
여성 과학기술인과 전문 인력에게도 폭넓은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공동체의 시대다.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인과 청년 학생이 국제보건 안보 및 개발 협력을 위해 전문 지식과 경험을 널리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여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저개발국의 질병 및 빈곤 퇴치와 발전을 돕는다면, 이 분야에 관한 관심과 기회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글_박세은 국제백신연구소(IVI) 책임연구원,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