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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도체 모델링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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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986 좋아요2 작성일2021-10-27

[인터뷰] 반도체 모델링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다


1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반도체 소자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알세미로 옮겼다. 육아와 일의 병행을 중요시하는 정수진 알세미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를 만났다.




정수진 알세미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



| AI 기반의 스타트업에 수석과학자로 합류



원래 바둑이 취미인 조현보 알세미 대표는 SK하이닉스 모델링 부서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시절,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시청하다가 새로운 영감을 떠올렸다. 반도체 소자 모델링은 소자의 동작을 물리적으로 해석해 수식으로 만들고 측정 데이터를 반영해 변수를 추출하는 복잡한 작업인데, 반도체 소자가 미세해지고 동작 특성이 복잡해지면서 그 수식과 변수가 사람이 다루기에 너무 복잡해졌다. 이에 알파고의 활약을 보고 조 대표는 반도체 소자 모델링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수작업을 줄이고 소자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게 알세미는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1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던 정수진 박사가 올해 4월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로 합류했다.


서울 강남의 한 건물 5층에 자리하고 있는 알세미를 찾아가 수석과학자 정수진 박사를 만났다. 정 박사는 “반도체 소자 모델은 사람이 개발하려면 보통 수년이 걸리는데, AI를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며 “AI를 활용한 반도체 소자 모델은 정확도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알세미는 AI를 이용해 단기적으로 반도체 소자 모델 개발 시간을 단축하도록 하는 한편, 이후에는 반도체 설계 최적화와 칩 설계 자동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정수진 박사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 반도체연구소 엔지니어로 9년 정도 일했는데, 이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정 박사는 반도체 모델링의 어느 과정에 AI를 적용할지, AI를 적용할 때 적은 양의 데이터를 넣어도 정확히 모델링이 되는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어떻게 제한을 걸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스탠퍼드대 박사, 삼성전자를 선택한 계기 


고등학교 때 물리가 재미있었다는 정수진 박사는 대학에 진학할 때 자연과학보다 공학을 전공하고 싶었고, 그중에서 통신, 반도체, 제어기술 등을 다루는 전기공학을 선택했다. 이렇게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고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부에서 IBM 왓슨 연구소 소장 출신인 필립 웡(Philip Wong)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과정에서는 나노전자기계시스템(NEMS) 소자로 기존 반도체 실리콘 소자(CMOS)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미국 유학 시절 스탠퍼드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한 정수진 박사. ⓒ 정수진


정 박사는 “필립 웡 교수한테 여러 가지 면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면서 “반도체 지식뿐만 아니라 개개인에 맞춰 학생을 이끄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또한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넓은 인맥을 통해 적절한 전문가들과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에서는 남편도 만났고, 조현보 대표도 만났다. 특히 조 대표와는 스탠퍼드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어떻게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을까. 정 박사는 “학계에 남을지, 회사로 갈지 고민하다가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 속의 일원으로서 연구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과 연구하고 싶어서 삼성전자라는 선두기업으로 가게 됐다”고 답했다. 정 박사는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가 개최한 취업설명회에도 참여했다.


|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긴 이유는?


정수진 박사와 스탠퍼드대 동문인 조현보 대표


대기업인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벤처기업인 알세미로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삼성전자에서는 고가 장비가 마련돼 있고 많은 인력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장점이다. 하지만 정 박사는 “반도체라는 하드웨어를 다루다 보니, 회사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정 박사는 6살짜리, 8살짜리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정 박사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알세미로 옮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3시간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또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자유롭게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며 “그리고 집에서 아이를 재운 뒤에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1명당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정 박사는 알세미가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정 박사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반도체와 AI를 접목하는 일을 흥미롭게 느꼈다”며 “요즘 AI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새로운 것을 배워 이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8월 27일 정 박사는 KAIST에서 주최한 여학생 커리어 워크숍 ‘Women Tech Stars 2021’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워크숍에서 정 박사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나누면서 일과 육아의 공존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정 박사는 “육아를 포함한 진로 설계가 필요하다”며 “육아에 대한 배우자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육아를 생각해서 직장을 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과학기술인으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정 박사는 “출산을 빼면 특별히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며 “요즘에는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직장 일과 육아의 병행은 더 이상 여성만의 고민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정 박사는 “여성이라 겁먹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 박사는 또한 “보통 언론에서는 눈에 띄는 업적을 이룬 여성 과학기술인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저처럼 평범하게 사는 사람 얘기도 들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며 “이렇게 하루하루 자기 자리에서 직장, 가정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대해 고민해가면서 잘 지내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_이충환 동아에스앤씨 편집위원

사진_송광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