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항공우주공학으로 경계를 넘어 새로운 비전으로 나아가다
최성임 광주과학기술원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G-STAR 센터장 (Ep.1)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의 쉬디드잇(She Did It)은
대한민국 유일의 여성과학기술인
롤모델 발굴 프로젝트입니다.
2025년 쉬디드잇 시즌 6는
‘글로벌’을 테마로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재외한인 여성과학기술인과 국내 여성과학기술인을 조명합니다.
과학기술의 언어로 세계와 소통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여성과학기술인의 삶과 가능성을 소개합니다.
‘그녀’가 써 내려간 이야기가 ‘우리’가 써 내려갈 이야기가 되도록
예비 여성과학기술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영감을 전하고자 합니다.
항공기와 우주선의 설계, 개발, 제작, 시험, 운영 등에 필요한 과학 기술을 다루는
융합 공학 분야인 항공우주공학.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과
최성임 교수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학술적 연구 중심이던 국내에서 더욱 도약하여
미국 나사와 육군항공 등에서 비행체 설계 등을 경험한 최 교수는 항공을 넘어
우주를 꿈꾸는 G-STAR 센터의 리더를 맡으며
비전을 향한 도약의 날개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1999년 서울대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2006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초음속 비행기 소음 저감 연구로 항공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육군항공 비행역학국 및 NASA 에임즈 리서치 센터 연구원을 거쳐, KAIST 공대 조교수와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조교수/부교수를 역임했다. 2021년 GIST에 부임한 최성임 교수는 올해 2월, 빅데이터 기반의 우주기술 연구 허브를 지향하며 문을 연 미래우주항공 연구센터(G-STAR 센터) 센터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Q. 교수님의 전공 연구 분야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항공우주공학(Aerospace Engineering)은 세계의 1일 생활권화를 구현하는 현대 항공기술을 비롯해 우주발사체 및 인공위성 등 첨단운송체 개발 및 우주기술의 근간을 아우르는 첨단 연구개발 분야입니다. 기초학문분야(공기역학, 구조역학, 추진, 제어), 설계지향분야(항공분야, 우주분야, 추진기관, 미래항공우주), 다른 분야와의 융합(항공기술, 위성체기술, 발사체기술, 항공우주로봇, ST-NT-BT-ICT 융합기술, 지구 관측, 우주탐사 등)으로 나누어지죠. 그 범위가 넓어서 응용성이 다양합니다.
제 전공은 디자인 즉 설계 쪽입니다. 항공우주 분야만큼 짧은 시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룬 학문도 없을 거예요. 1903년 라이트형제가 비행거리 37m의 동력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뒤 1969년 음속의 두 배 속도(2165km, 최고 2180km)로 나는 초음속여객기 콩코드가 런던에서 뉴욕까지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놀라운 발전 속도입니다. 그때 콩코드는 당시 여객기보다 두 배나 높은 고도(1만9812m)에서 초음속으로 날았고 소요시간은 불과 3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컴퓨터라는 편리한 수단을 사용해서 컴퓨터공학, 항공기 기체역학, 유체역학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당시 설계자들은 경험치를 토대로 종이와 펜, 계산기로만 설계를 한 건데 지금 봐도 하나의 예술 같고 감탄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Q. 항공우주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게 된 동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좋았어요. 집에 세계 2차 대전 당시 비행기, 전투기들을 모아놓은 작은 사진카드 같은 게 있었는데 즐겨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 관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항공우주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오빠와 남동생도 함께 가지고 놀았는데 정작 두 사람은 컴퓨터 공학에 몸담고 있죠.
Q. 교수님의 연구 분야는 어떻게 활용되나요?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과 설계 최적화가 제 집중 연구 분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산유체역학(CFD), 멀티피직스 해석, AI 및 머신러닝 기반의 근사 모델링, 자율 무인체 운용 최적화 등 첨단 공학 분야를 다양한 비행체 설계에 반영, 혁신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전산 역학 해석 기법에 더해 병렬 전산, 확률론적 해석,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기법을 융합하여 항공우주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신속하고 정확한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자동차 기술, 초고속열차기술, 조선기술, 에너지기술 등에 활용되고 있어요. 제 연구 분야에는 워낙 광범위한 공학이 연계되어 있어서 제가 맡고 있는 GIST 학과도 기계로봇공학과입니다. 기계공학부터 로봇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학을 연구한다고 할 수 있죠.
Q. 그동안의 연구 성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스탠포드대, 버지니아공과대, 비행역학국, NASA 등에서 일하면서 제 연구가 실제로 반영이 되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요. 예컨대 제가 연구를 통해 실험 비행체의 진동문제를 밝혀내고 날개 디자인 개선을 통해 진동을 줄이는 디자인을 도출해서 그 내용이 기술 보고서로 나와 정보 문서에 보관되고 연구원들에게 공유되고 하는 걸 볼 때는 참 보람 있었습니다. 미국이 항공우주 관련 역사가 깊고 시장도 넓다보니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비행기에 반영되는 경험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 값진 자신입니다.
Q. 최근 새롭게 주력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올해 2월 13일에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신설한 미래우주항공 연구센터(G-STAR 센터; GIST Space Technology and Aeronautics Research Center)의 센터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주항공 핵심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한 뜻 깊은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죠.
G-STAR 센터는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우주기술 연구를 중심으로 우주 로보틱스, 우주 바이오, 지속가능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반의 미래 항공 기술 등 다양한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미래 우주항공기술 연구의 허브를 지향합니다.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갈 계획인데요. 광주시에서도 도심항공교통(UAM), 지역항공교통(RAM), 무인항공시스템(UAS)을 포괄하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 시스템인 어드밴스 에어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AAM)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실질적인 기술 개발과 더불어 맞춤형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Q.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항공우주학 박사를 취득하셨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어떤 것이었는지 소개해주세요.
제 박사 논문 주제는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초음속 비즈니스 제트의 설계’였어요. 초음속 비즈니스 제트(SSBJ; 슈퍼소닉 비즈니스 제트)는 기존 비행기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운항하여 비즈니스 여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차세대 항공기입니다. 2000년, 초음속 여객기로 유명한 콩코드 사고 이후 상용화가 중단되었으나 최근 들어 민간 기업들이 슈퍼소닉 XB1, 붐 오버추어 등을 개발하며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가 등 최단시간 비행이라는 효율성을 원하는 수요가 있으니까요.
초음속 비즈니스 제트는 소음과 진동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초음속, 곧 소리 속도보다 빨리 가게 되면 심한 소음이 발생하고 충격파가 발생합니다. 공기들이 동체를 피하지를 못해서 그대로 쌓여서 동체를 뚫고 지나가는데 그것을 충격파라고 해요. 충격파가 생기면 지상으로 내려와서 집이 흔들거리고 가축들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소음·진동 문제가 너무 심해서 대서양으로만 날아가게 했었죠.
항공기 주위의 유체들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모델링 하고 그것을 슈퍼컴퓨터로 풀어서 충격파 발생과 양상 등을 계산, 형상 설계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를 설계하는 것이 제 박사 논문의 주제였습니다. 컴퓨터 공학, 항공기 기체역학, 응용수학 등이 활용되었죠.
Q. 미국에서 경험하신 연구 환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국내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항공우주 분야 연구의 역사가 길고 시장이 넓은 미국은 연구 기반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과학 및 공학의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연방 기관인 NSF(미국 국립과학재단)가 있고 전쟁부 산하에도 육군 해군 공군 파트에 각각 기초 연구기관이 있어요. 항공우주 분야인데도 그곳엔 수학자, 물리학자 들이 과학적인 문제를 집중 연구하고 도출된 결과를 항공기를 비롯해 배, 탱크, 군용 장비 제작 기술 등에 적용합니다. 탄탄한 기초 과학의 힘을 키우는 시스템이 저는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방비 예산은 미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연구 인력이 충분치 못한 편이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기반이 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예산과 제도의 지원을 통한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른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비인기 연구라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연구 풍토와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Q. 교수님을 연구자의 길로 이끈 롤 모델이나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제 롤 모델은 교과서에 있어요. 학부, 대학원에서 공부한 유체역학 책에 나오는 곽도찬 박사님입니다. 박사님은 NASA 에임즈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서 28년 이상 재직하시면서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분야에서 최신 기법을 개발하는 등 많은 독창적인 기여를 한 분이세요. 교과서에 실린 그 분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제가 에임즈 연구센터 연구원이 되어 만나 뵈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였고 유체역학 분야의 고전적인 명저 <유체역학(Fluid Mechanics)>의 저자로 유명한 밀턴 반 다이크 교수님도 제 롤 모델입니다. 특히 유체역학 시각화 자료(Flow Visualization)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셨죠.
Q.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는 대학생 제자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항공우주공학은 비전 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방산과 직결되고 우주개발, 우주산업으로도 전망이 있어요. 극초음속 미사일 곧,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대기권 내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칙 기동까지 가능한 첨단 무기를 비롯해서 감시 위성, 관찰 위성 등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고요. 미래 우주항공 산업을 육성하는 지역 거점인 우주항공특구도 생겼고, K드론의 공급망도 새롭게 정비에 들어갔어요. 또한 민간기업의 참여도 커지는 등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항공우주공학의 전망은 하늘처럼 푸르고 우주처럼 드넓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끝없는 도전과 푸른 꿈을 키워갈 청춘에게 권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Q.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요?
반드시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와야 항공우주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 생각에 대학생 때는 기초적인 학문들 곧 수학, 물리, 화학 등을 탄탄하게 공부해서 실력을 다지고 4대 역학(열역학, 유체역학, 동역학(운동학/운동역학), 고체역학(재료역학))도 공부하면서 4학년이나 석사 1~2년 차 정도에 시스템을 배우는 거죠. 국내에 항공우주공학과가 많이 없다고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반도체를 공부하다가 이쪽으로 와도 됩니다.
Q. GIST 교수이자 G-STAR 센터장이고 최근엔 제주공항 사건조사위에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활력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제자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큽니다. 석사 1학년 때만해도‘이 학생이 졸업 하겠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제자가 1년 지나고 2년 지나면서 독립적인 연구자의 자질을 키워가고 “교수님 저 박사 과정 밟겠습니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고 할 때 뿌듯했어요.
교수는 독립적인 연구자를 키우는 사람입니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풀어볼까 하며 방법론을 제시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전 과정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잘 못하던 학생을 지도해주었을 때 어느 순간 체득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겁니다. 제자들이 ‘이런 것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이 분야는 제가 좀 더 해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할 때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죠.
Q. 연구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제 전공 연구 분야인 비행체 설계를 정년에 구애 없이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든 우주 비행선이든 화성 탐사선이든 차세대 비행체를 연구하고 싶어요. 제가 버지니아텍에서 일할 때 노교수님들이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평생의 연구를 이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국가적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중요한 연구 여건이라고 생각해요.
또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학교, 민간기업, 지자체가 선순환을 이루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처럼 지자체에 젊은 고급 항공우주 인력들이 모이도록 하고 그들을 더욱 양성해서 우리나라의 국력 신장에도 이바지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