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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사례

롤모델

[She Did It] #101 김지희 동국대학교 교수

조회수937 작성일2024.11.04

 

<SHE DID IT>

인공지능 시대, 길을 만들어가다

김지희 동국대 교수

 

 

명실상부 인공지능 산업의 길을 닦아온 파이오니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미국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 

연구 과제를 포함,AI, HCI, AIED 분야에서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대학과 기업을 오가며 대한민국 인공지능산업의 기틀을 다졌다.

2022년, 한국에서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AAI (미국 AI협회) 이사로 선출됐다.

 

 

 

김지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할 무렵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졌다. 컴퓨터조차 낯선 기술이었고,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하던 시기에 인공지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미지의 길을 선택했고, 때마침 은사인 서울대 유석인 교수가 개소한 인공지능연구실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몰입했다. 

 

이후 인공지능과 관련해 가장 다양하고 개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이하 USC)로 유학,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USC 컴퓨터 공학과 연구교수로 USC 산하 인공지능연구소인 Information Sciences Institute(ISI) 연구원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정부 과제를 여러 번 수주하여 인공지능을 교육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귀국 후 KT 미래기술연구소장, 삼성전자 인공지능랩장 등을 맡아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담당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이자, 인공지능연구센터 센터장으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Q. 한국인 최초 AAAI 학회 이사로 선출되셨습니다. 이것이 갖는 의미를 여쭙니다.

 

저희가 보통 ‘트리플 AI’라고 부르는 이 기관은 학회이면서 동시에 협회이고, 인공지능 분야의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학회 운영만 아니라 다양한 인공지능 커뮤니티에서 나올 수 있는 윤리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미국 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그룹과 소통하며 의견을 냅니다. 최근 쟁점이 된 생성형 AI 활용 윤리 등, 사회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의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냅니다. 저는 의견을 제시하고, 투표를 할 수 있는 3년 임기의 이사로 선출됐습니다. AI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저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에 더 많은 여성, 더 많은 한국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양에서는 우리의 겸양 문화를 모르니, “아시아인들은 수동적(passive)이다”라는 선입견이나 오해를 갖고, 별 의견이 없다고 간주하기도 하거든요.

 

"인공지능 분야의 학회이자 협회이고, 커뮤니티인 ‘트리플 AI’에 이사로 선출됐습니다.

AI에 관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의사 결정 구조에 더 많은 여성, 더 많은 한국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양에서는 

“아시아인들은 수동적(passive)”이라는 선입견과 오해를 갖고,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Q. 중고교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당시로서는 낯선 학문이었던 ‘계산통계학과’에 진학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고교 시절 저는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과 음악을 좋아했죠. 피아노도 치고, 지휘도 했었어요. 지휘하는 전교 회장이었었어요. (웃음) 이과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의대나 물리학과를 많이 갔었는데, 저는 아버지를 통해서 전자계산, 전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수학도 좋아하니까 계산통계학과를 선택했어요. 계산통계학과는 나중에 일부는 컴퓨터공학과 합쳐지고, 일부는 통계학과로 독립했어요. 거꾸로 생각하면 계산통계학과는 지금의 ‘빅데이터 학과’였던 셈이죠.

 

 

Q. 미국 유학 생활은 한국 대학원과는 무엇이 달랐는지요?

 

가장 큰 차이는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연구하니까 처음에는 서로 다른 문화에 어려움도 많았죠. 

 

IT 분야는 미국 쪽이 주류인 느낌이 있어요. 이 나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연구하는 스타일 뿐 아니라,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서로 소통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새롭게 노출되고, 낯선 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얻는 것이 많았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만나고 네트워킹한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USC의 ISI에 계시면서 수행하신 NSF의 연구과제 중, 기억에 남는 연구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교육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 주된 주제였습니다. 수업을 진행할 때, 참여도 등 학생들이 약한 부분을 감지하여 이를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처리해서, 어떻게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울 것인가 등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교육의 약자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한 것이죠. ​인공지능이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연구 방향이 좋았습니다.

 

 

Q. 연구자로서, 학교와 기업의 생활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학교에 있으면 주로 연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더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는데 기업에서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까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되죠. 학교에서 보던 것만을 보면 안 되고 훨씬 넓게, 전반적인 부분을 봐야 합니다. 재무, 인사, 조직관리 등까지 챙겨야 하죠. 기술을 넘어 ‘경영’을 해야 하니까요. 

 

기업에 와서 자연어 처리 기술이 어디에서 쓸 수 있는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응용되고 적용되는 것을 보며 저의 시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사, 조직문화, 동기 부여, 애로사항 해결 등 여러 이슈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도 의미 있었어요.

 

 

Q.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논문을 발표하시고, 논문상도 여러 차례 수상하셨습니다.

이런 업적을 내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과학자로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강점은 무엇입니까?

 


 

문제 해결을 즐기는 성격 덕분 아닐까요? (웃음) 문제들이 풀리지 않으면,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나를 오래 하기보다는 하나씩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동기부여가 필요하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그 내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할 것과 안 할 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걸 그냥 잡고 있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많은 일들을 다 끌어안고 있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빠르게 정리하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Q. 인공 지능은 이제 일상생활에서도 흔한 키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인공 지능이 바꿀 미래”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일상에 컴퓨터가 등장한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컴퓨터는 일상생활을 굉장히 많이 바꿨죠.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컴퓨터의 자리에 인공지능이 들어가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아날로그 시스템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듯, 이제는 다시 인공지능 패러다임으로 바뀔 겁니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게 되겠죠. 어떤 사람은 얼리 어답터가 되어 빨리 사용하고, 어떤 사람은 좀 늦게 익히고, 이것은 우리가 컴퓨터를 받아들일 때도 마찬가지였죠.

 

 

Q. 교수님께서 인공지능연구에 있어서 특히 강조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한 모든 사람한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예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선 많은 논의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T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도 어렵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저희 연구의 한 방향이에요. 다양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죠.

 

지금 인공지능 학계의 주류에 백인, 그리고 남성들이 많다 보니 데이터도 백인 데이터를 주로 많이 쓰고, 백인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시안에 대한 표현도 좀 부족하죠. 예를 들어,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생성하면, 보통 서구권 주거 양식을 기본으로 그리죠. 한국 주택을 그리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스타일로 만들거나, 제3세계 집을 그리라고 하면 배경을 지저분하게 표현하는 등 말이죠. 지금은 분명 다양성의 시대인데, 인공지능에 다양성이 표현이 안 돼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하고,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학생들과 같이 연구하고 있어요.

 

 

Q. 동시에 여성, 아시안 등 미국 사회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연구자셨습니다.

비주류로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셨나요?

 


 

전 네트워킹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되어야죠. 우리나라 AI연구 수준이 결코 낮지 않지만 이것을 좀 더 알리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위셋(WISET)에서도 네트워킹과 관련된 행사와 활동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각자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사람들을 많이 알고, 협력할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기회가 왔을 때 사람들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함께 일할 만한, 능력도 있고 협력도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적극 알리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자기 PR이 무의식적으로도 저절로 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의식적으로라도 해야죠. 연구실에만 박혀 있는 은둔의 연구자보다는 광장에 나오셔서 많은 사람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젊은 분들, 20~30대, 그리고 40대도 진짜로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것 같아요. 기회를 찾기 위해서도, 팀을 찾기 위해서도, 저 또한 적극적으로 뛰었습니다.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AI 연구 수준이 결코 낮지않지만 이걸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에는 소극적인 것 같아요.

또한 본인이 함께 일할 만한, 능력도 있고 협력 가능한 사람이라는 자기 PR도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을 것 같아요."

 

 

Q.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연구소,  학교와 기업에서 리더 역할을 해오셨는데요, 여성 리더로서 일해 오시면서 느끼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어떤 분야의 리더십 자리에 모두 남자만 있는 경우들이 많아요. 학교나 기관의 리더십의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전부 남자뿐인 거죠. 성별에 따른 기계적인 분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식과 해결 의지가 있어야 해요. 저는 여학생들이 학점 관리나 취업 준비만 아니라 리더십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커뮤니티도 만들고, 네트워킹하는 것도 중요하죠. 오랜 시간 동안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로 이미 시작되고 자리 잡은 세월이 있잖아요.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바꾸려면 많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죠. 

 

저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구에 대해 서로서로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권해요. 요즘 문화가 어떻게 보면 내 연구만, 내 분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기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전 오히려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다른 연구실 연구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을 습관화하라고 강조합니다.

 

서구권에서는 스몰 토크를 많이 하고 적극적인 네트워킹이 습관화가 되어있으니, 대부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데, 우리는 익숙하지 않으니 귀찮아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글로벌 인지도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어요.

 

기업에서도 비슷합니다. 인재를 볼 때 앞으로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인지를 살펴보거든요. 리더십을 보이는 사람들은 프로젝트나 승진 등에서 유리하고요. 내성적이라도,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소통도 잘하는 능력은 기업에서 중요하죠. ​현대사회는 나 혼자만의 실력으로 무엇을 이루기보다, 협력과 소통을 통해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팀을 꾸리고, 팀을 이끌어가는 역량도 대단히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기에 여학생들이 이런 부분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뛰어다니세요!

 

 

Q.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제가 우리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은 ‘수학을 잘해야 하고, 프로그램 공부, 영어 공부도 많이 하자’입니다. 새로운 것을 빨리 흡수하려면 영어 원서도 많이 읽어야 하고, 영어로 글을 쓸 일도 많아요. 실시간 인공지능 번역도 잘 되긴 하지만, 직접 읽는 것과는 다르죠. 그래서 신입생들에게도 늘 수학 열심히 해라, 영어 열심히 해라, 코딩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답니다.

 

 

Q. 너무나 유익한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시끄러운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요. 들으면 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할까… 하여튼 저는 시끄러운 걸 좋아해요. (웃음) 우리 애들도 알아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은 이런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하죠. ‘린킨파크’나 ‘스매싱 펌킨’ 등 하드록이나 얼터너티브록 장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이자, 여전히 낯설고 두렵기까지 한 미지의 세계다. 이미 40년 전, 미지의 세계에 서슴지 않고 먼저 뛰어든 그는 여성이자, 아시안이라는 비주류의 벽을 담담히 뛰어넘어 이제 인공지능에 대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연구자가 됐다. 신진 시절, 연구의 기회를 얻기 위해 뛰어다니며, 이후론 한국과 세계, 학교와 기업을 넘나들며,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지혜롭게, 또 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사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김지희 교수의 연구 여정을 뜨겁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