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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사례

롤모델

[She Did It] #94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조회수576 작성일2024.07.02

 

 

 

 시즌 5

아주 평범했던 소녀가

물리의 즐거움에 빠져든 순간-

공수현 고려대 교수

 

2023년, 한국물리학회 선정 ‘신진물리학자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학계의 뜨거운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젊은 물리학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공수현 교수와 연구팀은 최근 초박막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한 초소형 광변조기를 개발했다. 광변조기는 광인터커넥트의 핵심 부품으로, 공수현 교수팀은 기존 크기의 1/10에 불과한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소형 광변조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공수현 교수의 이번 연구는 앞으로 광집적회로 집적화, 열 발생을 최소화한 광컴퓨터 개발, 나아가 2차원 반도체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Q.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하셨나요?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기를 좋아하고 가수 god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오죽하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저희 도시에서 명문고로 꼽히는 곳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 “정말?” “네가 왜?”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죠(웃음). 

 

그렇게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어느 날 전교생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중 한 과목을 택해 시험을 쳐야 했는데, ‘그냥 물리를 선택할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 시험에서 덜컥 높은 점수가 나왔어요. 그 바람에 얼결에 물리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죠. 준비도 없이 나갔는데 시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요. 이 경험으로 ‘어? 내가 물리를 잘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답니다.

 

“ 가벼운 마음으로 본 시험에서 덜컥 높은 점수가 나오는 바람에

학교 대표로 물리경시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준비 없이 나갔는데 시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요.

이 경험으로 ‘어? 내가 물리를 잘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는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가했어요. 제가 여고생 물리캠프 2회 출신인데, 감사하게도 지금은 제가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 부실무이사로서 여고생 물리캠프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학생 때 참여한 캠프를 교수가 되어 준비하는 것도 즐겁고, 캠프에서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감사해요.

 

 

Q.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처럼, 얼떨결에 재능을 발견하셨군요. 그때부터 물리학자를 꿈꾸셨나요?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그렇지도 않았어요. 물리에 흥미를 느끼고, 학생들에게 이 재미있는 물리를 가르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리 교사가 되려고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진학했죠. 그런데 교생 실습을 하면서 교사가 내 적성에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친한 친구를 따라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물리 공부가 너무 재밌고 자신감이 있어서 대학원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좀 잘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요(웃음).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광학을 연구하면서 물리에 조금 더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박사과정에 들어갈 때까지도 제가 평생 물리학을 업으로 삼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물리현상을 연구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하려면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어야겠구나 싶어서 교수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처음부터 연구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물리 공부가 너무 재밌고 자신감이 있어서 대학원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박사과정에 들어갈 때까지도 제가 평생 물리학을 업으로 삼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물리현상을 연구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하려면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어야겠구나 싶어서 교수직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처음부터 연구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답니다.

 

 

Q. 박사후 과정을 위해 네덜란드에 다녀오셨어요. 네덜란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나라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제일 배우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다 보니 네덜란드에 있는 연구소로 가게 됐지요. 그곳에서 연구 면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특히 유럽인들이 삶의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연구에 매진하는 문화를 배우고 온 것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는 밤 10시 이후 퇴근이 당연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다들 5-6시에 칼퇴근을 하면서 연구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다시 바쁜 한국 사회에 돌아왔지만 지금도 일과 삶의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고대 물리학과에는 여성 교수의 비율이 10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여성 물리학자가 적은 이유가 있을까요?

 

과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물리에 흥미와 재능이 적은 것인지 저도 궁금한 부분이에요. 다만 저는 사회적 시선과 편견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공을 물리로 선택하고 대학원 진학까지 결정했을 때 실제로 주위에서 특이하게 보시거나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시선들이 여학생이 물리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물리학자로 살아오시면서 외롭다고 느끼신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연구자로서의 저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생활에서 제가 소수 젠더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식은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학생 때부터 계속 여성이 소수인 사회에서 지내면서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가끔 여성 물리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확실히 공감이 많이 되고 편하긴 하지만,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경험은 없었습니다.

 

 

Q. MBTI가 ISFP시네요. 과학자들 중에는 많지 않은 타입 아닌가요?

 

그렇다고 들었어요(웃음). 

때로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에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단단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성향 지표는 참고 사항이지만, 학문을 할 때 자기 타입과 잘 맞는 분야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화학이나 생물 같은 경우는 MBTI의 J 성향이 매우 중요한 경우가 많아요. 

시약의 종류, 용량, 실내 온도 등 컨디션을 엄격하게 조정해야 하니까요. 물론 물리에도 그런 영역이 있지만,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조금 달라요. 샘플에 레이저를 쏴서 나오는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일인데 엄격하게 물리적 요건을 지키며 반복하는 실험과정보다는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를 꾸준히 고민하고, 나온 결과에 대해 논리적 상상을 펼치는 연구 과정이 훨씬 많거든요.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과 종종 하는 말이, 우리가 무슨 탐정이나 형사 같다는 거예요.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들이 가리키는 바를 찾아내듯이, 저희도 많은 증거의 조각들을 찾아 연결해 내는 작업을 하거든요. 상상력과 논리적 추리력을 펼치는 연구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과 종종 하는 말이, 우리가 무슨 탐정이나 형사가 된 것 같다는 거예요.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들이 가리키는 바를 찾아내듯이, 

저희도 많은 증거의 조각들을 찾아 연결해 내는 작업을 하거든요. 

상상력과 논리적 추리력을 펼치는 연구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Q. 교수님께서 롤모델로 삼는 여성 연구자가 있으셨나요? 

 

혹은 기억에 남는 여성 멘토나 선배, 동료 연구자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물리 선생님과 교수님 중에 여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제가 교수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던 듯싶어요. 하지만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와 선후배 중에는 진취적인 여성이 많았기 때문에 저도 졸업 후 해외 연수를 나가기도 하고 진취적으로 경험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Q. 신진 과학자로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계속해서 내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따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빨리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잘 만났고 저희 랩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따라와 주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강점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생각이 단순한 편이라는 점입니다. 과도하게 기대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니, 실패를 경험할 때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가 잘 안 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99번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잘 안 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99번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연구에만 집중했기에 지금의 연구 성과들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를 함께한 대학원생들과 실험실원들 덕분이에요.

 

 

Q. 연구가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환기를 위한 취미나 재충전하는 방법이 있으신지요?

 

특별한 취미는 없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혼자 누워 유튜브를 보면서 충전하는 편입니다. 반려견 구름이와의 시간도 힐링이 되고요.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행복해져요. 제가 물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반려견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관의 장이나 

눈에 띄는 자리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또한 랩을 운영하시는 리더로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관의 장이나 보직을 맡는 분들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지만 주변에 뛰어난 여성 교수님, 박사님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선도적 역할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도 시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학생들에게 해 주는 말들이 제 생각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책임감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들려주실 말씀이 있다면 나누어 주세요.

공수현 고려대학교 물리학 교수
 

 

과학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평생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 가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입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마치 추리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거든요. 문제의 해답만 찾기보다 과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과학에 흥미가 있다면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면서 하고 싶은 공부와 탐구를 마음껏 해 보길 바랍니다.

 

과학에 흥미가 있다면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면서 하고 싶은 공부와 탐구를 마음껏 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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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는 여러 우연과 시행 착오를 거치며 천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광학물리의 세계에서 탐정단처럼 움직이는 공수현 교수와 연구팀. 여전히 소녀 같은 맑은 미소와 포근한 목소리로, 99번의 실패는 1번의 성공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강단 있는 그의 연구는 빛을 이용한 나노소자 개발에 새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교수도, 학생도 여성이 드문 물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가는 그의 여정이, 물리학자를 꿈꾸는 여성들의 발걸음에 가장 따스한 응원을 전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