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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She Did it] #91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

조회수339 작성일2024.05.13

 시즌 5

과학과 대중 사이, 다리가 되다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

 

 

남극과 북극에 다녀온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과학전문기자. 누리호 발사부터 줄기세포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굵직한 사건들과 기후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과학적 난제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 낸 섬세한 보도로 과학 보도와 대중 간의 거리를 줄이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마치고, 경향신문에 기자로 입사,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고, 2007년부터는 KBS 과학전문기자로 일하며 대중에게 더욱 쉽고 정확하게 과학 관련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일반 뉴스 리포팅뿐 아니라 탐사보도 프로그램 KBS 〈시사기획 창〉을 제작하며, “남극 진출 30년, 무너지는 얼음 대륙”, “미세먼지, 3가지 의문점” 등 굵직한 보도로 화제를 모았다. 《알쏭달쏭 과학기사 교과서로 다시 읽기》(2005)와 《도전 나도 우주인》(2006) 등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대한민국 최초로 남극과 북극에 모두 다녀온 여성 언론인이다.

 

“여학생은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는 편견에 저항하고 싶었어요”

 

Q. 기자님은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셨어요?

 

수학, 과학을 좋아하고 잘했어요. 1970~80년대 당시 ‘과학입국’()이라고 해서, 이공계를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분위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공계로 진학했죠. 사실 국어와 역사도 잘했는데 여자들은 수학, 과학을 못한다는 편견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러 더 과학 쪽으로 진학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여학생이 과학을 선택하는 일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기 위해 과학자를 꿈꿨던 것 같습니다. 퀴리 부인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었죠.         

"1990년대 과학계와 언론계는 여성이 적은 분야, 그곳에 도전하기로 결심"

 

 

 

Q. 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마치고 기자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공부를 마쳤죠.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학문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연구자 생활은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바로바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선호하는데, 연구자들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때마침 언론계에도 전문기자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때 ‘국어운동학생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할 만큼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내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1990년대 언론계는 과학계만큼, 혹은 과학계보다 더 여성이 적은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냈습니다. 그렇게 1년간 준비한 끝에 1995년, 경향신문사에 입사했습니다.”

 

 

 

Q. 여러모로 용기 있는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대학가의 여성 운동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뒤지지 않는 똑똑한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서 밀리거나 결혼으로 가정에만 머물게 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각오가 강하게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일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기자 생활 7년 차 즈음에 과학전문기자를 준비하며 박사 과정 진학을 결정했고, 서울대 의대에서 생명윤리를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과학전문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기자 생활 10년 차 무렵이고요.

 

 

 

  “대한민국 여성 기자 최초로 밟은 남극과 북극의 감동,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통해 겪은 언론인의 책임감” 

 

 

Q. 과학전문기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나 보도는 무엇인가요?



 

남극과 북극을 취재하러 갔던 경험과 줄기세포 스캔들 취재 경험입니다. 남극, 북극 취재는 모두 네 번을 갔는데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을 과학기자이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지요. 특히 남극은 실제로 가서 보면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죠.

“2005년 줄기세포 연구팀의 논문 조작 사건은 과학자의 연구윤리 위반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시끄럽게 뒤흔들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 사건입니다.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고, 보도하는 기자에게 위협적인 말이 가해지기도 했습니다. 기자로서 더욱 엄밀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 기억이 납니다.”


 

 “과학보도를 접할 때, 낯선 전문 용어와 복잡한 전개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은정 기자의 보도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가 기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다.”

 

 

 

Q. 과학자 출신 저널리스트로서, 취재와 보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취재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Science》, 《Nature》와 같은 저널에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을 때는 

그 성과를 정확히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는 정확한 전문가를 찾아내는 것이 취재의 첫걸음입니다. 원자력이라고 해도 핵 개발 전문가, 방호 전문가, 원자력 의학 전문가 등이 세분화되어 있으니까요. 우선 전문가 취재원을 찾아 취재를 하고 또다른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받으며 크로스체크를 해야 합니다.

보도 역시 기자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해도가 낮으면 어려운 과학 용어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사가 어려워지죠. 저는 가능한 한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시를 들어 설명하려 합니다. 연구 내용을 바로 설명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그 연구와 관련 있는 내용을 끌어오거나 연구가 발전하면 어떤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Q. 과학전문기자로서 자부심과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 분야에서 오래 취재하면서 ‘팩트를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 때는 정부 발표나 해외 뉴스 등 여러 정보가 서로 엇갈려 많이 혼란스러웠지 않습니까? 그중에서도 이 부분은 사실일 것 같고 이 부분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추가 취재를 하면서 맞는 부분과 틀린 부분을 정확하게 따져서 9시 뉴스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봤다는 반응을 주셨습니다.

 

“전문기자의 중요한 역할은 팬데믹 등 미지의 혼란이 닥쳤을 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과학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사회 문제에서 과학과 연결되는 부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못된 사실이나 오류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적은 분야에 있다면 여성은 소수이고

눈에 띄기 때문에 부담과 책임이 크지만, 위축되지 말고 도전해 나가길 바라요.

그렇게 세상은 달라질 거예요."

 

Q. 현장에서도 여성과학기술인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그분들을 보고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과거에 비해 여성과학기술인이 많아졌고 다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나 커리어 개발의 어려움 등을 많이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문제보다는 본인이 하는 연구 내용에 관해 더 많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다 보니 제가 만나는 사람들도 세대가 높아져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거보다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활동하기가 나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중요한 회의에 가 보면 여전히 여성의 수가 적습니다. 왜 여성을 적게 선임했냐고 물었더니, 여성에게 중요한 보직을 제안했을 때 ‘하겠다’고 나서는 비율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 없어 하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이 중요한 자리를 맡는다고 할 때, 남성일 때와는 다른, 보이지 않는 부담과 고충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수이니 눈에 더 잘 띄고 책임도 막중하죠. 그럼에도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더 많은 여성과학기술인이 용기 있게 도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고위직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여성과학기술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쉬디드잇’을 읽으며 ‘I Will!’을 생각할 다음 세대, 특히 중고등학교의 여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호기심을 계속 키워 나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과학 연구에서 섬세함과 끈기, 꼼꼼함은 중요한 장점이랍니다!

 

‘편견은 직접 부딪쳐 깨뜨리자’라는 생각이 이은정 기자가 수많은 선택을 해 온 원동력일지 모른다. 여성이 적은 곳이기에 부러 그곳을 향했다는 그의 행보 덕분에 우리는 과학과 언론, 두 분야의 전문가로서 어려운 과학 뉴스와 지식을 대중에게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자를 만나게 됐다.

 

인생에 한 번 가보기도 어려운 남극과 북극을 4번이나 다녀온 그의 여정처럼 과학전문 저널리스트라는 아직은 낯선 곳에 그를 이어 발길을 내딛는 많은 후배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