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벤치에서 밝힌 것을 치료실로
(Bench to bedside)
저는 중개연구, 융합연구에 초점을 둔 뇌·인지과학을 연구해요. 중개연구(translati
onal research)는 기초의과학, 생명과학 분야에서 밝힌 기전이나 치료법 등을 사람에 적용하는 분야에요. 실험벤치에서 밝힌 것을 환자에게 가져온다고 해서 ‘Bench to bedside’라고도 부르죠. 기초과학적 발견들을 창의적으로 사람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중개연구의 역할입니다. 동물에서 뇌의 특정 세포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 어떤 뇌기능이 소실되는 것을 관찰했다면, 이것이 사람에서는 어떤 질환이나 증상과 관계가 있겠는지,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 낼 수 있겠는지 등을 사람의 뇌와 임상 연구에 대한 노하우와 이해를 바탕으로 밝히는 것이죠. 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걸 즐기다 보니 중개연구가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요.
주가 변동과 범죄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인지과학’
지금은 치료실(bedside)을 넘어 사회(community)까지 이어지는 융합연구도 하고 있어요. 인지과학은 주가의 변동, 법학 분야 등 우리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든요. 그래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 신경법학(Neurolaw) 분야로도 조금씩 연구를 확대해 가고 있죠. 예를 들면, 내가 대주주라고 가정했을 때 자식에게 주식을 증여하려면 증여세를 내야 해요. 증여세는 증여시점 앞뒤로 2개월 내에 주가를 평균 내어 부과되는데, 그렇다면 언제 증여를 하는 게 좋을까요? 주가가 가장 저점일 때 해야겠죠. 이런 걸 주가 데이터 및 공시자료와 연동해서 분석해요. 이건 커뮤니티에 가까운 연구죠. 스타트업 ‘타키온뉴스’와 협업하여 하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도 연구의 즐거움 중 하나예요.
이러한 연구의 또 다른 예는 법심리학 또는 신경법학인데요. 사람이 어떤 폭력적인 행동을 한 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거짓말일 수도 있고 약물 때문일 수도 있어요. 어떤 약물의 영향으로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밝히면 그 약물의 위험과 해악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이러한 연구는 법학자들과 함께하기도 합니다.
경제나 법과 융합된 연구는 짧은 집중력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저처럼 육아를 책임진 입장에서는 용이한 측면이 있어요. ‘특정 질환만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방법론만 사용하는 것도 아닌’ 바로 그게 중개연구와 융합연구의 특징이죠. 목적에 따라, 융합 분야에 따라, 중개하고자 하는 발견에 따라, 질환과 대상과 방법이 유연하게 바뀌거든요. 이러한 유연성과 창의성이 제 연구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