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성과학기술인 창업교육 우수사례②
글 : 오민영 / 사진 : 박창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제 메타버스(Metaverse)로 통한다고 하지만, 정작 가상세계 구현은 여전히 멀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실질적으로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를 완성하려면 관련 영역 전문가가 장시간 작업하거나 고가의 특수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네이션에이의 인공지능 기반의 3D 모션 데이터 생성 서비스가 등장해 복잡한 과정 없이, 영상 혹은 텍스트만으로 3D 콘텐츠를 생성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유수연 대표는 이 같은 혁신기술이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2022년 여성과학기술인 창업교육(W-SETUP)」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큰 용기를 북돋웠다고 밝힌다.
Q1. 네이션에이라는 사명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지난 2022년 3월 설립한 네이션에이(NationA)는 알파벳 첫 글자이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과 가장 뛰어나고 앞선다(Advanced)는 표현의 이니셜인 A를 토대로 이름 지었는데요. 종합하면 ‘AI로 만드는 첫 번째 세상, 진화하는 나라를 만드는 팀’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사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우리 회사는 AI 기술을 기반 삼아 인류가 새로운 디지털 무대에서 더욱 가깝고 생생하게 소통하게끔 지원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향해 도약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3D 모션 콘텐츠 솔루션, 뉴로이드(Newroid)를 개발하고 서비스해 시선을 모으고 있는데요. 원래 3차원 공간에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선 전문가가 긴 시간 동안 수작업하거나, 모션 캡처 등을 위한 스튜디오와 특수장비에 수십억 원의 고비용을 들여야 했습니다. 심지어 야생동물 혹은 수중 환경 촬영처럼 데이터 확보와 호환이 어려운 사례는 더 막막하기 마련이었죠.
반면 해당 솔루션은 복잡한 과정 없이 글, 음성, 2D 이미지나 스마트폰 영상 등을 바탕으로 손쉽고 빠르게 원하는 결과를 얻습니다. 게다가 특별한 디바이스 또한 필요하지 않기에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답니다.
Q2. AI를 토대로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가운데 3D 모션 콘텐츠를 특히 눈여겨본 이유가 있을 듯한데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외에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현실을 가상세계에 재현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실제 존재를 3차원으로 디지털 세상에 나타내는 3D 이미징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죠. 그런데 2025년 기준 시장 규모가 약 311조 원을 돌파한다는 밝은 전망과 달리, 정작 구체적인 실현 기술이나 제품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네이션에이는 이러한 특성에서 착안해 AI 기반 3D Object & 3D Motion 생성 기술, 즉 3차원 공간에 움직이는 콘텐츠를 구현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기술이지만, 사용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우선 사용자가 직접 촬영하거나 보유한 동영상을 입력하면 VTM(Video To Motion)을 통해 2D를 3D로 전환합니다.또한, 텍스트 업로드 시 TTM(Text To Motion)을 거쳐 설명에 따른 키워드를 추출하고, 우리가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서 고도화한 3D Data Warehouse를 활용해 맥락에 걸맞은 모션을 완성하는 거죠. 예를 들어 ‘호랑이와 토끼가 미끄럼틀을 탄다’라는 문장을 입력할 때 두 가지 동물이 놀이기구 타는 몸짓을 그려냅니다. 그뿐 아니라 MSE(Motion Search Engine)을 바탕으로 원하는 동작을 검색하면 알맞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관련 기술은 총 9개 특허 출원과 논문 5편 발표를 통해 구체화하는 동시에, 지식재산권을 확보했습니다.
Q3. 이 같은 기술을 구축했지만, 유수연 대표님은 지난 3월 WISET 2022년 여성과학기술인 창업교육(이하 ‘W-SETUP’) 참여를 통해 더욱 개선하거나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었다고요.
네이션에이는 올해 3월에 탄생했지만, 제가 원래 소속해 있던 삼성SDS에서 6월 말에 나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7월이었습니다. 즉 창업하고 싶은 마음은 절실한데, 아직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방식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W-SETUP에 참여하면서 창업진흥원 혁신창업스쿨을 통해 법인 설립, IR(Investor Relations, 투자 유치 목적의 회사소개) 자료와 재무제표 구성 등 초기 기업에 필요한 사항을 숙지하고 실천할 수 있었죠. 또, 그저 기술력에 의지하기보다는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으로 서비스 특성을 부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관련 분야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여성과학기술인을 멘토 삼아 여러모로 궁금한 사항을 상담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님과 김명자 이노브레인텍 대표님이었는데요. 두 분과 함께 IT기업으로서의 로드맵을 수립하고, 적절한 투자 유치 시기 등을 고민하면서 비로소 시야가 트이는 기분을 느꼈답니다.(웃음) 아울러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을 준비하면서 다채로운 제도와 사업에 뛰어들어 역량을 키웠습니다. 그 결과, 8월에는 씨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9월엔 TIPS 최종 선정에 다다랐지요. 이 모든 결실을 창업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달성했다고 하면 많은 분이 놀라는데요. 저는 W-SETUP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W-SETUP과 함께했기에 창업 전부터 회사 내실을 갖추고 전략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Q4. 동종업계 현업자이자 여성과학기술인인 멘토와 함께하는 4개월간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을 손꼽는다면요.
사실 창업하면서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거듭 자문했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역할에 성별이 따로 없지만, 여성으로서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거치다 보면 금세 지치거나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내심 우려했거든요. 그런데 먼저 그런 걱정을 짚어준 여러 멘토님과 같이 온갖 고충과 이슈를 중심으로 대화하면서 불안감은 서서히 사라졌어요. 오히려 앞서 현업에 종사하며 가정과 일을 훌륭히 양립하는, 많은 선배 여성 창업가의 모습을 보고, 한결 용기가 샘솟았습니다. 더 나아가, 멘토링을 통해 WISET과 한국여성벤처협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 리더를 바라보며 자신감을 얻었지요.
저 역시 지난 4개월간 얻은 귀중한 조언에 힘입어 앞으로도 희망을 안고 산재한 난관을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또, WISET을 통해 만난 다양한 영역의 멘토님을 롤모델 삼아 네이션에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거예요.
Q5. 앞으로 네이션에이, 그리고 유수연 대표님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계획은?
전 세계 3D 모션 솔루션 시장 규모는 오늘날 약 9조 5,338억 원으로 추산합니다. 나아가 글로벌 3D 콘텐츠 제작은 대략 321조 원이란 가치를 생성하고 있죠. 심지어 더 큰 범위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무려 562조 원가량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그렇듯, 현재 이처럼 거대한 잠재력이 깃든 영역을 해외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 기술 역시 못지않은 우수성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네이션에이는 국내외에서 능력을 한껏 발휘하며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 거래)와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두루 아우르고자 합니다. 즉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개인 크리에이터부터 해당 분야 전문기업까지 만족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고요. 나아가 먼 미래에는 AI 기반 3D 모션 데이터 생성 기술과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과의 MOU를 추진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해 네이션에이를 빛낼 독보적인 경쟁력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기보다는 실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고객 대상으로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를 진행하며 업종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죠.
AI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 확보와 업종 전문성에서 비롯되는데, 현재 우리 네이션에이가 보유한 데이터는 글로벌 상위권 기업과 충분히 경합을 겨룰 만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대학 연구소와 함께 SOTA* 수준의 기술을 구현하면서 실제 고객과 소통해 관련 기술을 서비스에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 시장이 눈여겨볼 정도로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로 인정받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실리콘밸리 최대 투자사 가운데 하나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한국지사와 글로벌 진출 전략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2023년 미국 법인 설립과 해외 시장 진출, 고객 확보 등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데카콘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SOTA : 'State-of-the-art'의 약자로, '현재 최고 수준의 결과'를 가진 모델
한편, 저 자신은 그와 더불어 기술에만 매몰된 과학인이 아니라 우리 삶과 가까운 AI, 그리고 일상을 바꾸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11년간 IT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며 IT 기술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변화를 현장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특히 삼성SDS 최연소 소사장(사내벤처 CEO)을 역임하며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리더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익히고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던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큰 조직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당시 도전하지 못했던 영역을 이제는 스타트업 네이션에이를 통해 과감히 도전하고 싶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킨다는 미션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먼저 W-SETUP을 경험한 입장으로서 이 사업에 관심 있거나 신청을 고민하는 여성 예비창업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 W-SETUP뿐 아니라 창업과 관련한 모든 일에 있어 첫발을 내딛는 결정이 쉽진 않죠. 그러나 ‘시작이 반’이란 속담이 있듯, 일단 신청하면 4개월 후엔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WISET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여성과학기술인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 현직자 중심의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탁월한 효과를 보장합니다. 그러니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도전하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