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의 자가치유 기전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Nature Medicine》에 실렸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진리를 밝히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가장 즐겁고 보람된 일이죠. 이 연구를 시작할 때, 꼭 한국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이룩한 성과로 기초의학 연구 분야 최고의 잡지인 《Nature Medicine》에 실어 보고 싶었어요. Acceptance Letter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연구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더 완성도 높은 연구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우리가 하는 연구는 크든 작든 모두 소중하고 중요한 자산입니다. 최고의 잡지에 실린 것뿐만 아니라 연구자에게 연구결과는 자식 같은 존재니까요.
Q 줄기세포 동정, 분화, trafficking이라는 분야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가 어떠한 연구를 하는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우리 몸에 씨앗처럼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들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각종 분화세포(약 200종)를 계속 제공합니다. 따라서 줄기세포 기능이 감소하면 각 조직/기관의 기능이 쇠퇴해 노화와 질병에 이르게 되죠.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 몸에서 하루에 기능을 다하고 죽어 없어지는 세포가 약 5x10^11개이라고 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몸무게 60㎏의 성인은 200일이면 죽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되죠. 하지만 소량의 줄기세포는 미분화세포이지만, 그 딸세포는 매우 빠른 연속분열을 거쳐 많은 미분화 전이증폭세포를 제공하고, 이들이 결국 조직의 분화세포로 전환하여 신체 기능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특히 골수에는 혈구세포(적혈구, 백혈구,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조혈줄기세포)와 뼈, 지방, 연골, 근육 등을 만들어내는 중간엽줄기세포, 혈관 내벽을 재생시키는 혈관전구세포가 있습니다. 골수에 존재하는 줄기세포가 어떤 자극에 반응해 골수 내에서 그 숫자를 증가시키고, 이들 세포가 혈액을 통해 손상조직에 도달해 치유를 촉진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자가치유기전(Endogenous Healing Mechanism)’이라 부르죠. 줄기세포가 이동하는 과정을 ‘trafficking’, 손상조직으로 침투해가는 과정을 ‘homing’이라고 합니다. 우리 연구가 이러한 과정을 밝혔고, 그 중심에는 손상조직에서 분비되는 substance-P가 손상조직의 전령사(wound messenger)로서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었죠.

Q. 지난 30여 년간 세포치료제 실용화 연구를 하며 197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을 발표하고 42건의 특허를 등록하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일하시면서 어려운 점과 가장 뿌듯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역시 줄기세포 자가치유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일입니다. 그 후 substance-P의 기능을 심근경색, 대동맥파열, 뇌졸중, 제1/2형 당뇨 등 다양한 허혈성 혈관질환에서 유효성을 입증함으로써 substance-P를 줄기세포촉진제로서 전문의약품 펩타이드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몸속의 성체줄기세포가 체외 세포배양 없이 substance-P가 작동시키는 자가치유기전으로 ①생체 내에서 줄기세포 수를 늘려 ②trafficking(이주능)을 증가시켜 직접 내재성 줄기세포가 손상 치유에 가담하게 하여 ③세포가 아닌 펩타이드가 최종 치료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줄기세포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보람된 연구는 기초연구에서 출발하여 화상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자가피부세포치료제 ‘케라힐’을 개발한 것입니다. 기초연구를 기술이전/실용화시켜 환자에게 적용할 치료제를 개발하는 전 과정은 매우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제 연구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여한다는 것은 특별한 보람과 남다른 기쁨이었습니다.
Q. 앞으로 꼭 개발하고 싶은 질병의 치료제 혹은 후배들이 개발해 줬으면 하는 치료제가 있으신가요? 교수님께서 갖고 계신 치료제에 대한 목표나 기대가 궁금합니다.
우리 몸의 생로병사는 각 조직의 줄기세포 기능과 직결돼 있다고 봅니다. 줄기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지면 조직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고 다양한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체 내재성 줄기세포, 특히 골수의 줄기세포를 건강하게 전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것이 인체의 노화역전 치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알키미스트 과제를 통해 노화역전 기술의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이 제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식품영양학으로 시작해
미생물학, 분자생물학에 눈을 뜨며
용기 있게 학문의 벽을 허물어온 손영숙 교수.
그녀의 도전이 없었다면 스스로의 성장도,
줄기세포 연구의 발전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앞으로 여러 분야의 융합이
미래 기술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후배들이 그 주역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도 손영숙 교수는 혈관재생을 촉진시키는
복합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우리 몸의 내재성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노화의 방지/지연/극복을 위한 알키미스트 연구,
노화 억제 및 극복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로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그녀의 일생 마지막 연구 사업이
환한 빛으로 남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