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학교 공과대학
최초의 여성 교원
◆ 김지혜 교수는 30대 초반의 창원대학교 공과대학 최초의 여성 교원이자 조선해양공학과 전임교수라는 수식어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구 및 수상실적, 논문발표, 연구과제 수행, 국내외 학술대회 참여 등 다양한 성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현대중공업에서는 대형 상선의 추진기 설계 및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학교에 와서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김지혜 교수. 특정 성별을 대표하기보다는 그의 존재가 다음의 누군가를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김지혜 교수는 ‘공학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의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자세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한계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로서 각자의 분야로 당당히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합니다.
She did it 김지혜 교수 편 유튜브 보기 ▶ https://youtu.be/ygnuv9Lly4g
항공기 엔지니어의 꿈이 조선해양공학도로
2007년 충남대학교 선박해양공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우리는 배를 ‘만든다’거나 ‘제조한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짓는다’, ‘건조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표현에서부터 벌써 조선해양공학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겠죠. 최근 우리나라에서 지어지고 있는 대형 상선의 일반적인 크기는 264m의 높이를 가진 63빌딩의 1.5배나 돼요. 심지어 이렇게 큰 구조물이 물에 떠서 원하는 속도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운항을 해야 하죠. 이를 가능하도록 다양한 공학 분야가 융합된 학문이 바로 조선해양공학이죠. 저는 항공기 엔지니어를 꿈꾸다가 우연히 같은 학부로 묶여있는 선박해양공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학부과정 동안 유체, 구조, 진동 등의 기초 학문과 배의 설계부터 건조, 운용 등 응용기술을 공부하면서 조선 분야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창원대학교 공과대학 최초의 여성 교원
사실 임용이 된 직후까지도 공과대학에 여성 교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이쪽 분야에 여성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잘 해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 선택에 큰 두려움은 없었죠. 특정 성별을 대표하게 된 것 같은 상황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의 존재가 다음의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길 바라면서 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두 번째 여성 교원이 임용된 만큼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열 번째 분이 오실 거고, 어느 시점에선 더 이상 이런 일이 특별하지 않은 날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조선해양공학의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제 연구는 프로펠러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체역학적인 현상이 핵심이에요
선박 추진장치 프로펠러의 유체역학 연구
대학원에서는 선박해양유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졸업 직후 바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선박해양연구소 선박성능연구실 소속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년 4월에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 임용되었죠. 현대중공업 재직 당시에는 대형 상선의 추진기를 직접 설계하고, 관련된 캐비테이션 및 유동소음 해석, 초월공동 수중운동체 설계 및 성능연구, 유체-구조 연성 해석(복합소재 프로펠러) 등 여러 분야 연구를 진행했어요. 다양한 분야에 대해 나열한 것 같지만 결국에는 선박의 대표적인 추진장치 즉, 프로펠러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체역학적인 현상에 관한 연구가 핵심이에요.
선박에서 프로펠러는 배가 원하는 속도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그와 동시에 진동이나 소음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해요. 선박 엔진에서부터 이어진 긴 축의 끝에 매달려있고, 배의 형상을 훑고 지나온 복잡한 유동이 흐르는 뒷부분에서 굉장히 빠르게 회전하며 3차원으로 꼬여있는 나선형 물체. 이러한 프로펠러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유체역학적 문제들을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다양한 연구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와 친환경이 테마인 미래형 선박
최근,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암초 같은 해상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이 주목받고 있죠. 그와 더불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상황이고요. 이처럼 미래형 선박은 스마트와 친환경이라는 2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어요. 특히 선박의 추진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떼어낼 수가 없어요. 앞서 언급했던 나선형 프로펠러는 추진 효율이 높지만, 진동과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도 동반하죠. 해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소음은 물론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연료나 하이브리드, 전기와 같은 친환경 추진 시스템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이 요구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그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쌓아온 자신감이 필요하겠죠.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성장동력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대중공업에서 수행했던 현업과 연구들인 것 같아요.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실무 수행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입사 후 기대했던 업무들을 직접 수행하고 지켜보면서 자부심도 느꼈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논문과 연구과제 등을 수행했고요. 제가 스스로 한계를 규정지었을 때, “더 멀리, 더 넓게 보라”고 말씀해 주신 지도교수님, 저보다 저를 더 믿어주는 가족들이 이러한 성취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에 취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여러 문제와 상황들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재미있었고,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됐던 것 같아요. 지금도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엔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갈고닦는 중입니다.
문제의 정답을 구하려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와 방법부터 찾아라!
공학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의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자세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그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쌓아온 자신감이 필요하겠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하고, 그래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라면 주저 없이 조언을 구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대학 생활 동안 여러 상황과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며, ‘난 할 수 없어’라고 좌절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만든 한계 속에 갇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Just do it'
주저하지 말고, 그냥 하시기 바랍니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WISET 과의 인연
위셋과는 저도 인연이 깊은데요. 2013년 ‘WISET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역연구발표대회’에서 「초공동 고속 수중운동체 주행성능 및 충격시험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상을 받았거든요. 당시 지역 고등학생 및 학부생들과 해당 활동을 수행하면서 굉장히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같은 문제를 두고서도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도 이 대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분들께는 후회가 없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금의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상을 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참여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수 있거든요.
공모전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전국의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활동 2가지가 있어요. 대한조선학회에서 주관하는 선박설계 콘테스트와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인데요. 선박설계 콘테스트는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선박의 설계 절차를 수행하는 대회에요.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는 무인 선박 기술을 적용한 100㎏ 이하의 자율운항보트를 직접 설계, 제작하여 성능을 겨루는 대회이고요. 그 외에도 해수부, 해양경찰청 등에서 다양한 공모전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선해양공학 분야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기를 바라며,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스스로 만든 한계 속에 갇히지 마라!
대학원 때 데이터 계측을 위한 시운전 배에 탈 기회가 세 번 있었어요. 매번 지도교수님께서 “같이 갈래?” 하고 물어봐 주셨죠. 꼭 참여하고 싶었지만 세 번 모두 거절하고 말았어요. 승조원이 대부분 남성이고 무거운 계측용 장비를 위험한 환경에서 날라야 하는 상황에 폐가 될까 봐 지레 겁을 먹었던 거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 명단에 있던 저를 위해 선실 배정 등 여러 준비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스스로 만든 한계에 갇혀서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거죠. 이 캠페인 타이틀처럼 ‘Just do it’, 여러분도 주저하지 말고 그냥 하시기 바랍니다.
* WI'S(위즈)는 위셋의 쉬디드잇 캠페인과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서포터즈입니다.
Q.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와 조선해양공학의 학문적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유체, 구조, 진동과 같은 기초 학문과 배의 설계, 건조,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아우르는 응용기술들을 배우고 실습합니다. 또,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선박의 자동화가 큰 주제로 떠오르면서 제어 및 알고리즘 개발을 포함하는 스마트 기술들에 대한 교육도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 있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기를 수 있다는 점이 조선해양공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조선해양공학과 쪽에 여성 학부생들이 많이 부족한가요? 그렇다면 여성들이 조선해양 쪽에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선해양공학과뿐만 아니라 공과대학 전반에 걸쳐 여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현실입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와 소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들은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제 경험에는 그것이 학업이나 일을 할 때 어려움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본인의 일을 너무나 멋지게 해나가고 계신 여성분들이 많답니다.
Q. 연구 활동과 수상 성과가 많으신데, 이렇게 해양 공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선해양 분야라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분야에 대해서 오래 공부하고 연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대학원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본인의 성향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고민한 후 결정하기를 바라며, 시작을 결정했다면 또는 이미 하고 있다면 완주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창원대학교 공과대학 첫 여성 교원이자
조선해양공학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젊은 연구자인 김지혜 교수.
교수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이나 특별한 목표보다
오랜 기간 학생들과 가깝게 소통하며
학업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조언도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현재 연구하고 있는
선박 추진체의 유체역학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꾸준히 키워 해당 분야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