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의 위기를 창업의 기회로 삼다
1997년 외환위기 때 10년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동료들과 합심하여 친환경 수(水)처리 전문 기업을 설립했어요. 수처리는 쉽게 말해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수처리를 위한 기계장치를 만드는 회사인 거죠. 기후 변화 등에 따른 물 부족 현상과 수질오염으로부터 수자원을 보호하고 깨끗한 물을 농촌에 공급함으로써 우리의 먹거리인 농산물이 안전해지기도 하는데요. 수처리 기계를 만들게 된 동기는 아는 분의 조언을 통해서였어요. 환경 분야, 특히 우리나라 수처리 분야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3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질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제품까지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과 환경을 위한 에코시스템 개발
벤처기업 설립 후 만든 첫 제품은 상징수 배출 장치인 ‘디캔터’였어요. 상징수는 침전물을 가라앉힌 윗부분의 맑은 물을 말하는데, 디캔터는 주로 오폐수처리장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2009년에는 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태양광을 이용한 수질개선 및 녹조방지용 물 순환장치인 ‘에코코 시스템’을 개발했고요. 2020년에는 수초제거 작업을 기계화하는 수륙양용 수초제거선의 국산화에도 성공했죠. 또한 벨트컨베이어 낙탄처리장치를 개발해 영흥발전소와 태안발전소에 납품했어요. 그동안 벨트컨베이어에서 떨어진 석탄가루는 사람이 처리해야 했는데, 낙탄처리기를 통해 안전한 시스템으로 바꾼 거죠. 앞으로 옥내 낙탄처리장치를 로봇 형식으로 개발하고, 수륙양용 수초제거장비도 무인 시스템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지식보다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기계나 설비의 실무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CAD를 독학으로 익혔고, 환경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죠. 과학기술에 관한 지식은 그 정도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대신에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에요. 현재의 기술을 응용하여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응용력이나 어려움을 잘 모르다 보니 직원들을 믿고 나아가는 추진력도 있죠. 나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도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벤처창업을 통해 개발된 제품들이
성공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마켓이 형성되어
적극적인 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기술을 우대할 때
국가 기술력도 함께 발전할 테니까요.
국가공인연구기관의 책임 있는 도움 절실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소규모 벤처기업에서 맞닥뜨리는 한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고급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연구기관의 책임 있는 도움도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죠. 그 때문에 연구개발 과정에서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주변 멘토들의 도움도 받았어요. 어려운 기술 문제는 국가공인연구기관들과의 합작을 통해 풀어나갔고요. 하지만 국가공인연구기관과 소규모 벤처기업의 공동 연구개발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아요.
'내 딸'도 벤처창업을 할 수 있도록
사실 벤처창업은 기회보다 위험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내 딸도 벤처창업을 시키고 싶은 환경이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소기업 육성정책이 절실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벤처창업을 통해 개발된 제품들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마켓이 형성되어 적극적인 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죠. 현재 공공기관에서 구매상담회 등의 행사가 진행되기는 하는데, 단기적인 행사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육성시켜야 해요. 새로운 제품 사용에 대한 책임자 가점제도 등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기술을 우대할 때 국가 기술력도 함께 발전할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인류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수입품보다 우위의 제품 개발은 감동
발명이든, 개발이든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수입품보다 더 좋은 국산제품을 만드는 일이에요. 우리 회사의 제품은 대부분 수입대체품이다 보니 당연하게 외국제품과 비교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더 좋은 사양과 내구성을 지닌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하면 아주 감동적이죠. 수입대체 효과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도 생겨요. 10년 전에 판매된 제품이 어디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으면 눈물이 나기도 해요.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의 원천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
번역 일을 하다 섬유기계 수입·판매에 나섰고, 외환위기 와중에 창업을 하고, 지금은 또 새로운 제품개발에 힘쓰고 있죠. 이처럼 끊임없는 도전의 원천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인 것 같아요. 소규모 벤처기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발제품의 사업화에 성공했을 때 갖게 되는 만족감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하는 힘이죠. 저는 화성시 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과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으면서 여성 기업들이 아이템을 더 다양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도전정신을 가지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창업하면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지겠죠. 남이 안 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일이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분야의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창업의 세계에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선진기술 등을 알아보고 국내시장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인류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합니다.
* WI'S(위즈)는 위셋의 쉬디드잇 캠페인과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서포터즈 입니다.
Q.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그 관심을 발명으로까지 이끌기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을 때, '아 이런 제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의 원천은 수입제품 기술설명회 참석이나, 거래처에서 어떤 것들을 불편해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합니다. 어떤 제품들이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아이디어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륙양용 수초제거장비를 개발한 후에 수륙양용 굴삭기 개발이 가능해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개발하고 싶고 필요하기도 한 제품들, 이를테면 해양오염물 제거장비 등도 기술력 부족으로 못하고 있는데요. 중견기업들은 시장성을 보게 되니 개발을 안 하게 됩니다. 환경보호기술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모토로서 창조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함을 담았다
Q. 환경 분야 외에도 발명하고 싶은 부분, 혹은 요즘 관심을 가진 분야가 있으신가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어요. 환경 분야에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시장이 작다 보니 개발에 대한 머뭇거림이 있습니다.
Q. 외환위기 시절 창업에 도전할 때 주저함이나 망설임은 없으셨는지, 또 두렵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미래에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러한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창업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하다 보니 두려움보다 대박이 날 것 같은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창업 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창업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한 후 시작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보다 크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니 꼭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2014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공원 및 호수에 설치되는 물 순환 장치’로
대상을 받았고, 2018년 발명의 날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표창’,
2021년 ‘대한민국 상반기 여성 엔지니어상’을
받으며 여성 발명가로도
인정받고 있는 박명하 대표.
그가 환경벤처기업을 이끌며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힘의 원천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낙관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준비를 통해
불확실성을 지워가고 있는 박명하 대표의
앞날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