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절대반지, 컴퓨터 네트워크
컴퓨터 네트워크라고 하면 정보통신망인가 갸우뚱하실 분이 많은데, 정보통신은 대개 4G/5G/6G 등 셀룰러망 기술을 통칭합니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인터넷 기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터넷이 아닌 다양한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로 음성 통신과 데이터 통신이 구별되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기술이 셀룰러망 백본까지 지원하게 되면서 ‘반지의 제왕’의 “One ring to rule them all”이 된 셈이죠. 인터넷 기술이 업계 표준이 되었지만 무섭게 확장하는 데이터센터와 저궤도위성통신망 적용 등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명확한 답을 찾는 것에 희열
언젠가 친한 동료와 한 잔 하면서 연구자로서의 장점이 무엇일까를 허심탄회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 스스로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제시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나름 잘 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었죠.
카이스트 부임 전, 스프린트에서 워크샵을 갔을 때였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하드디스크 한두개로 처리되는 데이터양이지만, 그 당시로써는 엄청난 양인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저장, 분석할 시스템을 구축해야했습니다. 제 발표는 이 시스템의 요구 사항과 구축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었고요. 발표를 마친 후 동료가 답을 만들었다면서 바로 이어 발표를 했습니다. 제 문제와 동료의 답을 합쳐서 작은 워크샵에 논문을 냈고, 그 워크샵의 초청 연사가 우리 시스템에서 해결하는 문제를 조목조목 나열할 때 동료와 뒷줄에 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한 번은 미국 조지아텍에서 강연을 할 때였습니다. 위에서 말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정보보안을 위한 암호화 기술이 필요했어요. 제가 발표 중 암호화 기술의 요구 사항에 대해 언급했는데 강연 끝나고 조지아텍 교수가 다가오더니 해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 문제와 그 교수의 답을 합쳐서 논문을 냈고, 해당 논문은 IP 주소 암호화에서 중요한 연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주어진 조건의 IP 주소 암호화의 한계가 증명되어 현재는 쓰이지 않지만, 그 당시 네트워크 보안에서는 많이 활용되었답니다.
카이스트 부임 후의 연구도 제가 박사 논문을 쓴 망 성능 측정과 분석이 아닌,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고성능 네트워킹 시스템이었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