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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사례

롤모델

[She Did it # 58] 카이스트 문수복 교수

조회수770 작성일2022.08.22

데이터센터에서의 초고성능 통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 전문가

◆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싸이월드의 인기를 지켜보면서 트위터의 폭발적인 성장까지 예상한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가 문수복 교수.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파급력을 분석한 논문으로 피인용횟수 22,000회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 NRF 선정 개방형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연구단장,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분과 정책자문위원, 2020년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서 연구와 정책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 문수복 교수가 연구하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과 고성능 네트워킹 시스템은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그 문제를 명확하게 다듬어서 풀 수 있는 문제로 만들어 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입니다.


물리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선회하다

고등학교 이과생일 때는 막연하게 물리학을 전공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무렵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입학 동기들 중에는 이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 본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는 컴퓨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너무 속상해서 동네 컴퓨터학원에 등록해 베이직 언어를 배웠어요. 그 덕분에 컴파일이 뭔지, 버그를 잡는다는 게 무슨 얘기인지 알게 되었고, 주눅 들지 않고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었죠.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 관심을 가진

네트워크 시스템을 연구하다 보니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죠.

프로그래밍에 대한 갈증이 유학으로

석사를 마쳤는데도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박사 공부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마침 연구실 선배가 창업을 하는 바람에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죠. 하지만 학교 공부와는 괴리가 커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회사에선 그 당시 유행하던 X Window Systems를 PC에서 구동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GPU acceleration 기술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탄복하면서 나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회사도 재미있었지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어 유학을 가게 되었죠.

연구소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의 차이

박사학위를 졸업하고는 연구소로 갔어요. 당시 새로운 인터넷 기술 연구소를 설립한 스프린트(Sprint) 통신사였는데, 통신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배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학계에서는 특정 문제의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이론적인 한계와 해답을 구하려고 하지만 인력 재교육, 이미 투자된 인프라 활용 등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되는 기술은 제한적임을 알게 되었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 연구뿐만 아니라 폭넓게 사고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죠.

H-index 44, 피인용횟수 22,000회

귀국 후 카이스트에 부임하면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망 성능 측정 데이터에서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오늘날 팬데믹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과 같은 병역학적인 분석 방식을 바이러스와 웜 같은 사이버 공격에 적용하여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또 비슷한 시기에 네트워크 시스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NVIDIA라는 회사가 GPU 가속기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전산학부의 GPU 활용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GPU 가속기를 인터넷 패킷 처리에 적용해서 네트워킹 스택 40Gbps라는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죠.


 

카이스트 부임 후의 연구도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통신의 절대반지, 컴퓨터 네트워크

컴퓨터 네트워크라고 하면 정보통신망인가 갸우뚱하실 분이 많은데, 정보통신은 대개 4G/5G/6G 등 셀룰러망 기술을 통칭합니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인터넷 기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터넷이 아닌 다양한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로 음성 통신과 데이터 통신이 구별되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기술이 셀룰러망 백본까지 지원하게 되면서 ‘반지의 제왕’의 “One ring to rule them all”이 된 셈이죠. 인터넷 기술이 업계 표준이 되었지만 무섭게 확장하는 데이터센터와 저궤도위성통신망 적용 등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명확한 답을 찾는 것에 희열

언젠가 친한 동료와 한 잔 하면서 연구자로서의 장점이 무엇일까를 허심탄회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 스스로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제시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나름 잘 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었죠. 

카이스트 부임 전, 스프린트에서 워크샵을 갔을 때였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하드디스크 한두개로 처리되는 데이터양이지만, 그 당시로써는 엄청난 양인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저장, 분석할 시스템을 구축해야했습니다. 제 발표는 이 시스템의 요구 사항과 구축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었고요. 발표를 마친 후 동료가 답을 만들었다면서 바로 이어 발표를 했습니다. 제 문제와 동료의 답을 합쳐서 작은 워크샵에 논문을 냈고, 그 워크샵의 초청 연사가 우리 시스템에서 해결하는 문제를 조목조목 나열할 때 동료와 뒷줄에 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한 번은 미국 조지아텍에서 강연을 할 때였습니다. 위에서 말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정보보안을 위한 암호화 기술이 필요했어요. 제가 발표 중 암호화 기술의 요구 사항에 대해 언급했는데 강연 끝나고 조지아텍 교수가 다가오더니 해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 문제와 그 교수의 답을 합쳐서 논문을 냈고, 해당 논문은 IP 주소 암호화에서 중요한 연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주어진 조건의 IP 주소 암호화의 한계가 증명되어 현재는 쓰이지 않지만, 그 당시 네트워크 보안에서는 많이 활용되었답니다.

카이스트 부임 후의 연구도 제가 박사 논문을 쓴 망 성능 측정과 분석이 아닌,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고성능 네트워킹 시스템이었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하고 연대할 동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힘을 얻고,

또 조금씩 움직이는 사회를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려고 합니다.

블로그, 트위터를 통한 경험과 정보 공유

2003년 카이스트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국제학술대회 학술위원으로, 그리고 논문 저자로 활동하는 국내 교수들이 많지 않았어요. 인턴십을 가는 학생도 드물었고요. 그래서 국제학술대회가 어떻게 조직·운영되는지, 유명한 외국 대학의 연구그룹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인턴십은 어떻게 가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논문 작성이나 발표법에 대해서도 쓰게 되었죠. 누군지는 몰라도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강의나 논문으로 나누지 못하는 전문 분야의 이야기들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서 기쁠 따름이죠.

카이스트 공대 여성1호 정교수라는 무게

저는 카이스트 공대 여성1호 정교수라는 데서 오는 책임감과 자긍심이 있습니다. NRF 선정 개방형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연구단장,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분과 정책자문위원, 2020년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도 맡았죠. 또 올해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도 임명되었는데, 승진이라는 엄청난 벽을 뛰어넘었다는데서 오는 자신감이 이러한 활동의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자!

한국 여성과학기술인은 아직도 절대 소수입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분들은 대부분 해당 기관 동년배들 사이에서는 유일한 여성으로 평생 활동하셨죠. 여성과기인법 제정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계기로 물리와 수리, IT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여성과기인들의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운동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숙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감하고 연대할 동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힘을 얻고, 또 조금씩 움직이는 사회를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려고 합니다. 후배들에겐 더 크고 넓은 세상이 펼쳐지길 응원합니다.


 

 


PC의 보급과 함께 컴퓨터의 미래를 예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문수복 교수.

여성과기인 1세대이자

카이스트 공대 여성1호 정교수라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일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고, 찾아내고,

바꿔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