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약물전달체 연구 20년
친구 따라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죠. 암세포도 그렇더라고요. 암세포의 주변에 다른 세포들이 많은데, 그 세포들을 조절하자 암세포도 변화하더라고요.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나노 기술로 암을 죽일 수 있는 면역 세포를 끌어오게 하는 거죠. 처음에는 암세포가 주변에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세포들만 거느리고 잘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 세포들이 많이 와서 암을 공격해 주면 암이 자라지 못하죠. 그래서 암의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연구로 나노 물질, 나노 신소재 개발 쪽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암뿐만이 아니라 다른 질환들도 이렇게 미세 환경이 중요해요. 최근에는 간섬유화증이라든가 자가면역질환 분야로 눈을 돌렸어요. 그동안에 암 연구에서 제가 축적했던 기술을 적용하는 거죠. 이 역시 미세 환경을 바꾸면 치료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로 발전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제 연구에 영향도 많았어요. mRNA 백신이 영하 -70에서 운반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아주 저온해서 운송 하지 않아도 되도록 안정성을 개선하는 주제로 연구를 해볼 예정입니다.
실험실에 대한 향수가 교육자의 길로
학업을 마친 후 민간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어요. 회사는 디데이에 맞춰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일을 완수해야 되는가가 중요하죠. 그런데 너무 빨리하다 보면 주변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반면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쓰는 것을 보는 보람이 있지요. 특허청에서는 1년간 근무하며 특허 심사를 했어요. 그런데 심사를 하다보면 나도 이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나는 누군가의 연구를 평가만 하는 것보다는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걸 느꼈고 실험실에 대한 향수가 생겼어요. 그래서 특허청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당시 학교 면접을 보면 기혼에다가 아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번번이 떨어졌지요. 포기보단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전국 어디든 지원서를 낼 수 있는 곳은 마다하지 않았어요. 교수라는 직업이 주는 자유로운 연구에 대한 열망이 저를 이끌었죠.
서울대 약학대학 106년 역사 첫 여성 학장
서울대 약대의 역사가 길고, 약대가 통합 6년제로 바뀌면서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회, 연구 등으로 이미 제 일정표는 가득차있었지만, 약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컸고, ‘여자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선거를 준비하면서 약대 교수님 47분 정도를 일대일로 만나 식사를 하며 약대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요. 당시 제 공약은 리더스(LEADERS)였어요. L은 listen, 교수님들의 말씀을 듣겠다. E는 engage, 교수님들이 좀 더 학교 일에 참여하게 하겠다. A는 asset, 자산을 확충하겠다. D는 develop, 미래를 디자인 하겠다. E는 education, 약학 6년제를 통해 교육 혁신을 하겠다. R은 research, 연구 역량을 증강시키겠다. S는 service, 교수님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개선하겠다. 이 공약이 교수님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