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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She Did It

[She did it] 우주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천문학자 l 한국천문연구원 이보미 연구원 (EP.2)

#천문학자

조회수 2 좋아요0 작성일2026-10-22

She Did It 이보미 연구원 인터뷰

SHE DID IT 2.0

컴퓨터 앞에서 우주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천문학자가 있다. 이보미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우주망원경 자료를 이용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은하는 별과 가스, 먼지가 모여 만들어진 천체로, 우주가 어떻게 태어나고 변해왔는지에 관한 정보를 품고 있다. 또한 이 연구원은 NASA의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미션에 참여하며, 방대한 빛의 자료를 은하의 위치와 나이 정보로 바꾸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에서 우주망원경 자료를 이용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입니다. 2020년 12월, 천문연에 입사한 뒤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어엑스(SPHEREx) 미션에 참여하고 있어요. 스피어엑스는 전 하늘을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으로, 저는 그중에서도 수십억 개 은하의 적색이동을 측정하는 파이프라인 개발에 참여했어요. 적색이동은 은하의 거리와 우주 속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값으로, 스피어엑스의 주요 과학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물리량입니다. 우주망원경 미션은 시작될 때부터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목표에 맞춰 필요한 관측 방식과 자료 처리 방법을 함께 만들어가요.

현재는 실제 스피어엑스 관측 자료가 나오면서, 가상 자료로 만든 적색이동 측정 파이프라인을 실제 자료에 맞게 검증하고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동시에 학생들과 딥러닝을 이용한 적색이동 측정 연구, 별과 은하를 구분하는 방법 개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자료를 활용한 고적색이동 은하단 질량 측정 연구도 이어가고 있죠.

Q. 언제 처음 우주에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별 관측을 해온 ‘천문 덕후’가 아녔어요. 그냥 과학에 관심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쯤, 공부하다가 힘들어서 늦은 밤 주택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봤다가 문득 “천문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문학과는 이상과 현실이 가장 다르다는 얘기가 유명하죠. 보통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과에 진학한 주변 친구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천문학과에 입학하면 수학과 물리 공부를 주로 하거든요. 밤하늘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천문학을 계속하기 쉽지 않고, 진로의 폭도 좁아 열정만으로 버티다 지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저는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하늘에 왜 별이 떠 있는지, 더 먼 우주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천문학과에 진학했던지라 수학과 물리를 많이 배우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천문학 연구는 프로그래밍을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지금 연구하는 은하도, 학부 수업을 들으며 우주를 이해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별이 모여있는 은하는 우주에 대한 정보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천체거든요.

Q. 천문연에서 어떻게 NASA의 스피어엑스 미션에 참여하시게 된건가요?

출처 : Science

NASA에서 천문연에 제안을 했어요. 천문연이 스피어엑스에 참여하게 된 출발점은 차세대소형위성 1호의 탑재체 중 하나인 니스(NISS) 개발 경험이었죠. NISS란 작은 위성 탑재체예요. 별 탄생 및 역사를 규명하기 위한 근적외선 영상분광기죠. 당시 천문연 연구팀은 NISS에 선형 가변 필터를 적용해 우주로 보냈어요.

선형 가변 필터는 위치에 따라서 다른 파장대의 빛을 볼 수 있는 필터예요. 마치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키면 여러 색의 빛이 한꺼번에 나뉘어 보이는 것을 상상하면 쉬워요. 선형 가변 필터를 이용하면 우주의 빛을 다양한 파장대에서 관측할 수 있죠.

스피어엑스는 구경 20cm로, 우주망원경치고는 매우 작은 편입니다. 보통 분광 관측을 하려면 회절격자나 프리즘 같은 분산 광학계를 따로 달아야 하고, 여러 파장대를 보려면 필터 휠에 필터를 여러 장 얹어 돌려 끼워야 해요. 그만큼 장비의 부피와 무게가 늘고 움직이는 부품도 생기죠. 반면 선형 가변 필터(LVF)는 투과 파장이 필터의 한쪽 축을 따라 조금씩 달라지도록 만든 필터로, 적외선 검출기 바로 위에 고정해 놓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분광기도, 움직이는 부품도 필요 없어 관측 장비 전체를 작고 가볍게 꾸릴 수 있죠.

때문에 천문연의 이 경험을 눈여겨본 스피어엑스 팀이 미션을 처음 꾸리던 단계에서 천문연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천문연은 스피어엑스 초기 디자인과 제안서 작성 단계부터 참여했어요. 또 스피어엑스가 2019년 NASA의 중형탐사임무로 정식 채택되면서 유일한 국제 협력팀의 일원으로 본격적으로 합류했죠.

천문연 차세대소형위성 1호의 탑재체 중 하나인 니스 (NISS).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또한 천문연은 우주 환경 처럼 영하 220도 이하의 극저온 진공 상태를 만들어 기기를 시험하는 장치인 극저온 진공 챔버를 직접 설계 및 제작 했어요. 천문연이 개발한 챔버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뒤 배를 타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로 보내졌죠. 이런 기술적 기여를 바탕으로 한국은 스피어엑스의 유일한 국제 협력 파트너가 됐고, 천문연과 국내 대학 연구자 100여 명이 과학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스피어엑스와 많이 알려진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천문연이 SPHEREx에 최적화해 개발한 진공챔버. 출처 : NASA/JPL-Caltech

스피어엑스는 쉽게 설명하면 ‘넓고 얇게 찍는’ 망원경이에요. 얇다는 건 망원경의 감도와 분해능이 낮다는 뜻이죠. 선명하지 않기에 굉장히 밝은 천체만 찍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온 하늘을 빈 곳 없이 넓게 훑는 ‘전천’ 망원경이죠. 반면 허블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특정 영역을 아주 ‘좁고 깊게 찍는’ 망원경이에요. 좁은 범위지만 높은 감도와 분해능을 갖고 있어 아주 희미한 천체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죠. 또한 스피어엑스는 선형가변필터를 이용해, 하나의 천체를 0.75~5μm(마이크로미터)의 적외선 파장대에서 102개의 색깔로 촘촘하게 관측하는 게 가능해요. 그래서 한 천체당 자료량이 많은 편이죠.

Q. 앞서 스피어엑스의 적색이동 측정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스피어엑스(SPHEREx). 출처 : 동아사이언스

적색이동이란 그 빛이 우주의 어느 시기에서 왔는지 알려주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정확하게는 은하가 우주에서 어느 거리, 어느 시기의 천체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값이죠. ‘적색이동 측정 파이프라인’이란 스피어엑스가 관측한 수많은 은하 자료를 입력하면, 각 은하의 적색이동 값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하시면 쉬워요.

스피어엑스의 주요 과학 목표 중 하나가 초기 우주의 급팽창 흔적을 연구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수억 개 은하가 우주 공간에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아야 해요. 그러려면 각 은하의 적색이동을 대량으로 측정해야 하죠. 그런데 스피어엑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연구자가 하나하나 살펴볼 순 없어요. 관측값을 넣으면 모델과 비교해 적색이동을 계산하는 자동화된 처리 체계가 필요한데 이것을 ‘파이프라인’이라 불러요.

스피어엑스의 적색이동 측정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억 개 천체 자료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코드를 만들어야 했고, 스피어엑스 관측 자료와 맞춰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했죠. 개발 단계에서는 실제 스피어엑스 관측 자료가 없기 때문에,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 파이프라인을 테스트해 봐요. 스피어엑스가 만들 만한 데이터를 넣어본 뒤, 이 파이프라인이 NASA가 요구한 과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검증해 보는 거죠.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실제 관측 자료는 가상 데이터와 ‘100%’ 달랐어요. 생각하지 못한 오류와 노이즈가 있었고, 모델과 실제 관측 자료와 다른 부분도 있었죠. 때문에 지금은 파이프라인을 개선하고 있어요. 모델을 수정하고,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Q. 파이프라인 개선은 끝날 수 있는 건가요?

좋은 질문이에요. 계속해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서 모델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우주 미션은 언제나 원하는 뚜렷한 목표치가 있어요. 특히 파이프라인을 개선하는 일은 팽창 연구를 위해 우주론 연구팀이 요구하는 적색이동 정확도 숫자가 있어요. 현재는 이 숫자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만 도달하기 쉬운 목표는 아니에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피어엑스의 목표는 가상의 데이터를 근거로 만들어졌어요. 현재 이런 목표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논의하고 있죠.

스피어엑스는 2025년 3월, 25개월의 임무를 예정하며 발사됐어요. 하지만 관측 자료가 더 쌓이면 더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미션 연장을 제안해 둔 상황이죠.

Q. 스피어엑스가 관측한 데이터를 아무나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스피어엑스는 NASA의 공공 미션이에요. 사기업이 만든 장비가 아닌, 국민 세금으로 만든 미션이기 때문에 관측 자료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히 관측 자료만 공개하는 ‘오픈 데이터’를 넘어, 자료 처리에 쓰인 코드와 소프트웨어, 연구에 쓰기 쉽게 가공한 메타데이터까지 모두 공개하는 ‘오픈 사이언스’로 확장되고 있어요.

블랙홀 주변 중력 적색이동. 출처 : 노벨사이언스

이런 움직임은 스피어엑스의 활용 가치를 더 키우는 데 도움이 돼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스피어엑스 자료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외부 연구자들이 자료를 쓰면 데이터와 파이프라인을 검증해 주는 효과도 있어요. 이것이 잘 만들어진 자료인지, 혹은 다소 문제가 있는 자료인지가 그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하죠. 스피어엑스 팀원들이 놓친 점이 그렇게 밝혀지기도 합니다. 결국 공공의 활용이 스피어엑스의 과학적 가치를 더 커지게 만드는 거죠.

Q. 앞으로의 연구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천문연에 입사한 뒤 연구 목표가 조금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연구자 개인으로서의 목표가 컸지만 지금은 정부출연연구원에서 대학 단위에서는 하기 어려운 큰 우주 미션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용하는 일이 더 가치 있게 느껴져요. 때문에 저는 스피어엑스 이후의 우주 미션에 큰 관심이 있어요. 현재 천문연은 NASA의 다음 적외선 탐사 미션인 ‘프리마(PRIMA)’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프리마 미션이 채택된다면 향후 약 10년 동안은 프리마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겠죠.

스피어엑스(SPHEREx). 출처 : Wikipedia

일러스트: credit 김연정

이보미 연구원 사진: credit 최원준

*일부 ai,게티 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