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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She Did It

[She did it] 뉴스페이스 시대의 에이전트 AI l 함선정 텔레픽스 상무(EP.2)

#함선정상무#텔레픽스상무#한국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24 좋아요0 작성일2026-08-28

<SHE DID IT 2.0>

 

남들보다 늦게 사회에 나온 엔지니어가 있다. 함선정 텔레픽스 상무다. 그는 한국에서 천문우주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천체물리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런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해 학생 비자 발급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며 석사학위로만 유학을 마무리해야 했다. 한국과 영국에서 석사 학위만 두 개 취득한 나이가 서른 중반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주와는 관련 없는 일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삶은 이어졌다. 원시인들이 돌로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 ‘별동탐험대’를 보며 우주를 꿈꿨던 이는 먼 길을 돌아 현재 AI를 탑재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상무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0년부터 텔레픽스에서 위성 탑재체를 개발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텔레픽스는 위성을 직접 개발하고, 위성이 촬영한 지구관측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드는 우주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2019년 설립됐죠. 

 

텔레픽스는 서울과 대전에 각각 사무실이 있는데요. 작년까지는 서울에서 근무하며 위성 영상을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일을 주로 했다가, 지금은 대전에서 보다 하드웨어에 가까운 업무를 맡으며 광학 탑재체 자체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탑재체가 우주에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특성을 측정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성능까지 분석해 위성 영상을 정확하게 보정하는 데 필요한 기준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또 여러 개발 부서의 기술 일정과 업무를 조율하며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죠.

 


Q. 언제부터 우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어요. 과학 잡지와 우주 관련 만화를 즐겨 봤거든요. 그래서 대학 입학 후 학부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했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보니, 별의 진화나 우주론 같은 이론을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평생 그런 연구를 하는 것이 저와 잘 맞는지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러던 3~4학년 무렵 대학 소속의 일산 천문대에서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천체관측과 강의를 하는 대중화사업팀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천문학을 설명하고 직접 망원경을 다루는 일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리고 마침 그 시기에 학교에 천문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관측 장비와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를 하는 교수님이 새로 오셨어요. 우리나라는 보통 과학 연구는 자연과학대, 장비 개발은 공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교수님은 과학과 공학을 함께 하는 연구를 하고 계셨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천문학에도 이런 연구 분야가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고, 별을 연구하는 사람보다 천문학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제 성향에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 후 기기를 만드는 연구실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죠.

 

 

 

Q. 텔레픽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텔레픽스, AI 초소형 위성 블루본

 

 

텔레픽스는 크게 보면 세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위성 자체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저희는 지구를 관측하는 광학위성을 직접 개발하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용중인 위성은 ‘블루본(BLUEBON)’으로, 해양생태계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을 모니터링하는 AI 큐브위성입니다.


 

 

블루카본 관측 위성 '블루본' 첫 고해상도 사진

두 번째는 위성 안에서 AI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온보드 프로세서인 ‘테트라플렉스(TetraPLEX)’입니다. 기존에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모두 지상으로 내려보낸 뒤 분석해야 했지만, 테트라플렉스는 위성 안에서 AI가 먼저 영상을 분석해 필요한 데이터만 전송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블루본 위성으로 촬영한 바레인의 패스포트 섬

 

 

세 번째는 이렇게 얻은 위성 데이터를 실제 산업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샛챗(SatCHAT)’이 있습니다.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농업이나 산림, 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인공위성에 AI를 탑재하는 게 왜 필요한가요?​


 


 

효율적이기 때문이에요. 위성은 아무 때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국 상공을 지나갈 때만 데이터를 내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촬영해도 지상국을 만날 때까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죠.

 

문제는 그 사이에도 상황은 계속 변한다는 점입니다. 산불이나 홍수, 선박 사고처럼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몇 시간의 지연도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방식은 촬영한 데이터를 모두 지상으로 내려보낸 뒤 사람이 분석하고 다시 판단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송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위성 안에 AI를 탑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위성 안에서 영상을 먼저 분석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보내주면 데이터 전송량도 줄일 수 있고, 훨씬 빠르게 상황에 대응할 수 있거든요. 


 

미국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군집위성 프로젝트

 

앞으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 위성도 하나의 피지컬 AI, 에이전트 AI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에이전트 AI로써의 인공위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위성 AI는 아직 사람을 보조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성이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리는 방식이죠.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위성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거예요. 예를 들어 위성이 어떤 지역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사람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촬영하거나, 다른 위성에 촬영을 요청하는 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죠.

 

특히 여러 대의 위성이 함께 운용되는 군집위성 시대에는 이런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사람이 모든 위성을 일일이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성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위성이 무엇을 관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도 AI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인공위성에 지능을 주는 일에 데이터가 충분한가요?​​

 


 


몇 년 전만 해도 AI에서는 빅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AI를 잘 학습시키려면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성 분야에서도 데이터 확보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죠.

 

텔레픽스도 자체 위성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파트너십을 맺어 다양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AI 기술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많이 보지 않아도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모델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AI 자체의 추론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현장에서 정확도를 높이려면 결국 좋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특히 위성처럼 다양한 환경을 관측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AI 성능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AI 모델의 발전과 데이터 확보는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민간 우주산업은 이제 생태계가 조성되는 단계인데, 그런 분야에서 일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예전에는 우주개발이 정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을 필두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고, 정부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민간 기업이 우주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이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어려움을 꼽자면 우주 분야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 있어요. 하나의 완성된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협업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주 분야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기술을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반대로 다른 분야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공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만, 실제 우주 산업에서는 그 경계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AI가 정보를 찾아주고 일부 판단까지 해주는 시대에서는요. 


저는 우주 분야에서는 한 분야만 깊게 아는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지만, 여러 분야를 이해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다양한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능력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credit 김연정

함선정 상무 사진: credit 최원준

*일부 ai,게티 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