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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She Did It

[She Did It] 천문학도가 인공위성 사업가가 되기까지 l 함선정 텔레픽스 상무(EP.1)

#함선정상무#텔레픽스상무#한국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20 좋아요0 작성일2026-08-28
<SHE DID IT 2.0>

함선정 텔레픽스 상무의 경력은 독특하다. 천문우주학을 공부하던 과학도였던 그는 서른 중반, 남들보다 늦은 시기 한국에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우주 만화를 읽으며 꿈을 키웠던 그는 현재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선봉장으로 거듭났다. 세계에 인공위성을 수출하는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함선정 상무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09:00 AM 제안서 최종 검토 회의
위성 자율 운용 과제 수주를 노리다

 




6월 25일 함선정 텔레픽스 상무의 하루는 오전 9시, 과제 제안서 회의로 시작됐다. 텔레픽스는 위성을 직접 개발하고, 위성이 촬영한 지구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드는 우주 스타트업 기업이다. 현재는 5개 대학, 4개의 민간 기업과 함께 위성 자율 운용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과제 제안서는 위성이 스스로 임무를 판단하고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지가 핵심이다.


 

 

 

함 상무는 2020년부터 텔레픽스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 전의 경력은 독특하다. 함 상무는 천문우주학을 공부하고 관측 기기 성능을 평가하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천체물리학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자 2010년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지상 망원경의 관측 기기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그런데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로 인해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며 석사학위만 취득하고 귀국해야 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석사학위만 2개를 갖고 갈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우선 일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들어갔던 게 안과에서 사용하는 치료용 레이저를 만드는 회사였어요.” 전공과는 상관없던 일이었지만 익숙해지고 재미를 느끼던 때 텔레픽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기회가 아니면 내가 다시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함 상무는 먼 길을 돌아 다시 우주·광학기기 분야로 돌아왔다.


“요즘은 텔레픽스에서 광학 탑재체 자체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탑재체가 우주에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특성을 측정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성능까지 분석해 위성 영상을 정확하게 보정하는 데 필요한 기준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협력 기관과의 회의를 마무리한 뒤 함 상무는 제안서 작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컨소시엄의 각 기관에서 받은 내용을 검토하며, 이 제안이 왜 중요한지, 텔레픽스와 참여 기관들이 왜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다.


⏰12:00 PM 점심 식사
회사 내 구성원들과의 소통 시간
정오부터는 점심 시간이다. “보통은 같은 방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식사하는데 가끔은 주니어 엔지니어들과도 함께 해요.” 함 상무는 때문에 이 시간이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니라,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설명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회사가 돌아가는 전체적인 상황을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설명해 주고, 반대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듣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함 상무가 기억하는 인상적인 대화도 있었다. 젊은 직원 중 한 명이 “우리는 워크숍을 언제 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함 상무는 요즘 젊은 직원들은 회식이나 워크숍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편한 분위기에서 선배들과 이야기하고 교류할 기회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히려 어린 직원들이 공동체 문화를 원한 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세대와 직급을 넘어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도 회사 안에서 중요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됐죠.”


 

⏰13:30 PM 계약 문서 검토
해외 연구기관 납품 계약을 앞둔 마지막 점검

 



 



 

오후 1시 30분, 함 상무는 해외 납품 계약 기술 문서 검토에 들어갔다. 텔레픽스가 헝가리 정부의 국가 지구관측 위성 프로그램(HULEO·Hungarian Low Earth Orbit)에 국토위성급 고해상도 전자광학 카메라 시스템을 공급하는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당 시스템의 카메라는 우주 500km 상공에서 지상의 50cm 크기의 물체까지 구별할 수 있는 광학 장비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5년부터 민간 주도 위성 양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산화에 성공한 고해상도 전자광학 카메라 기술 일부를 텔레픽스에 이전했다. 이후 텔레픽스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국제 입찰을 거쳐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이 계약은 정부 우주개발 기술이 민간 기업의 수출 실적으로 이어진 첫 번째 사례였다. 과거 국가 주도로 우주 개발이 이뤄지던 ‘올드 스페이스’가 지나고,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요 성과다. 


함 상무는 “본 계약에 사인을 하면 거기에 명시돼 있는 모든 것들은 완벽하게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객사가 요구한 성능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어렵다면 어떤 이유로 어려운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다.

⏰16:30 PM 업무 기술서 작성
미국으로의 수출, 꾸준한 노력의 결실


 


 

오후 4시 30분, 함 상무는 또 다른 수출 계약을 위한 업무 기술서 작성에 들어갔다. 업무 기술서는 텔레픽스가 고객사에 어떤 장비를, 어떤 일정으로, 어디까지 책임지고 납품할지를 정리한 문서다. 이번 문서는 미국 기업 안타리스에 공급할 위성 탑재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함 상무는 이 문서가 단순한 일정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고객사에 넘겨줄 장비의 범위, 납품 일정, 작업 단계가 모두 이 문서 안에 담기기 때문이다. 특히 위성 산업에서는 탑재체 하나가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탑재체를 위성 본체에 조립하고, 정렬하고, 통합 시험을 거쳐 발사하기까지 여러 회사와 기관의 작업이 맞물린다. 함 상무는 “그래서 우주 분야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며, “내가 가진 기술을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반대로 다른 분야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텔레픽스는 이번 계약에서 탑재체를 공급하고, 고객사는 별도의 위성 본체 회사를 섭외해 조립과 시험,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함 상무는 설명했다. 수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일이 아니었다. 함 상무는 텔레픽스가 직원 20여 명 규모였던 초기부터 해외 사업 전담 인력을 두고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국제 전시회와 컨퍼런스에 계속 참여하며 텔레픽스라는 이름을 알리고, 해외 기업들과 관계를 쌓아온 시간이 있었다. 당장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텔레픽스가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국제우주대회(IAC)가 개최됐는데, 당시 회사 규모에 비해서 굉장히 크게 부스를 준비해서 차렸어요. 해외의 파트너들이 텔레픽스를 고려 대상으로 삼게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였죠.” 


⏰18:30 PM 다시 과제 제안서 작성
에일리언 영화 속 ‘마더’를 꿈꾸다
저녁 식사를 마친 오후 6시 30분, 함 상무는 다시 오전에 쓰던 제안서 앞으로 돌아와 내용을 다듬기 시작한다. 텔레픽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위성은 단순히 지상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장비가 아니다. 우주에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임무를 조정하는 똑똑한 시스템이다.

 




영화 에일리언 속 엘렌 리플리

 

함 상무는 이런 미래를 설명하며 영화 ‘에일리언’을 떠올렸다. 영화 속 리플리는 우주선 안에서 ‘마더’라는 시스템과 대화한다. 마더는 우주선의 상태를 파악하고, 승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며, 우주선 운용을 돕는 AI 시스템이다. 함 상무는 앞으로의 위성도 결국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일일이 명령을 입력하지 않아도 위성이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과 대화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날 저녁의 제안서 작성은 그런 미래를 현실의 과제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위성에 AI를 싣고, 우주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여러 대의 위성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임무를 바꾸는 기술은 아직 도전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텔레픽스가 목표로 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영화 속 우주선의 ‘마더’처럼, 사람과 대화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위성. 함 상무는 그 그림을 제안서 문장과 기술 개념 속에 하나씩 옮겨 적고 있었다.

 

 

 


 

함선정 상무 사진: credit 최원준

*일부 ai,게티 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