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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Did It

She Did It

[She did it]AI가 만든 산업계 패러다임, 응용·시스템 연구자 | 김말희 ETRI 책임연구원(EP.1)

#김말희연구원#ETRI책임연구원#한국여성과학기술인

조회수 22 좋아요0 작성일2026-08-27

⏰07:30 AM 출근과 오전 산책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생각을 비우다
7시 30분, 누군가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아침. 김말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환경ICT연구실 책임연구원이 출근을 완료한 시간이다. 김 연구원은 평소에도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난다고 말한다. “1998년 삼성전자 연구소에 입사해 약 2년 8개월 동안 일하다가 2000년, ETRI로 옮겼는데, 당시 삼성전자 출근 시간이 7시였거든요.” 김 연구원은 그때의 생활 리듬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리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급한 건부터 처리하죠.” 김 연구원은 전산학과를 졸업해 데이터베이스로 석사 학위를 받고, ETRI 재직 중 센서 네트워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연구원은 이후 모자를 쓰고 연구소 운동장을 한 바퀴 돈다. ETRI 대전 본원 내 작은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에서 김 연구원은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 “푸른 나무, 활짝 핀 꽃들, 새소리와 풀 냄새, 아침 햇살을 음미하는 이 산책은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창의적인 생각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김 연구원은 “주도적으로 시간을 통제하며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 말한다.

⏰08:00 AM 과제 기획 및 발표 지원
AI로 제조 현장 개편을 기획하다
김 연구원은 2000년 입사 이후 ETRI에서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보안 시스템, FRID 미들웨어, 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출연연은 과제 기반으로 운영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제가 관심 있는 연구를 선택해 왔어요.” 김 연구원은 본인의 연구 스타일을 ‘얇고 넓다’고 표현했다. 과제 수주는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을 넘어 연구자의 일과 조직 운영을 떠받치는 핵심 과정이다. 때문에 출연연 연구자에게 과제 기획과 수주는 연구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오전 업무는 신규 과제 제안 발표를 앞두고 발표 자료를 수정하는 일이다. 현재 김 연구원은 제조 현장에서 나오는 산업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있다. “데이터 스페이스란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데이터 플랫폼이에요.” 기업 입장에서 산업 데이터는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쉽게 공유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이 데이터를 더 협력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투자 대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날 김 연구원은 “생성 AI를 활용해 경쟁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우리 컨소시엄을 부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리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03:00 PM메리 그레이의 고스트 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노동을 생각하다

함께 점심을 먹은 동료 연구원이 과거 ‘데이터 라벨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이다. “문득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어요. 메리 그레이의 저서 ‘고스트 워크(유령 노동)’이었죠.” 고스트 워크는 AI 시스템이 완벽히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임금과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인간 노동자들이 그 빈틈을 메우고 있다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책이다. “동료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기술이 사회에 어떻게 녹아들고,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과 사회를 살피는 인문학적 관심이 커진 것은 약 10년 전의 일이다. ETRI 내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했는데, 이후 도서관이 자주 방문하며 책과 가까워졌다. 당시에 AI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도 계기가 됐다. “AI 연구를 하면 할수록, ‘사회가 이 기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란 질문이 커졌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고, 책을 더 많이 찾아 읽게 됐죠.”


⏰02:30 PM ‘제로터치’ 논문 작성
사람이 필요 없는 제조공정을 미리 검증하다

 오후 2시부터 2시 30분까지, 김 연구원은 다시 운동장으로 향한다. 산책을 하며 오후 연구를 위한 집중력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오후 업무는 논문 작성. 김 연구원은 “제조공정에서 ‘제로터치’를 위한 분석 기술을 검증하는 프레임워크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터치란 사람의 개입(터치)없이 중앙관리시스템으로 기기를 자동 세팅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공장에서 기술을 적용하기 전,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이 원하는 성능을 내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모델은 클라우드에서 학습하고, 엣지(현장 가까이에 있는 컴퓨팅 장치)에서 추론하는데, 모델이 배포되고 성능 정보가 다시 클라우드 학습으로 이어지는지 검증하는 게 핵심이다. 

 

 

 


 

김 연구원은 “논문을 쓸 때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특히 간단한 코드를 짤 때 AI에 부탁하고, 저는 그 코드를 실행시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거든요. AI를 함께 일하는 ‘코더’로 활용하는 셈이죠.”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하는데 퇴근하고는 최대한 일과 멀어지려고 해요.” 김 연구원은 연구자의 삶에서도 ‘일’이 자신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했다. “퇴근 후에도 산책을 해요. 산책을 하면서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에 집중하면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김 연구원에게 하루 3번의 산책은 연구와 스스로를 분리하는 방법이자,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25여년 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법인 것이다.

 

 

 

 

 

 

 

김말희 연구원 사진: credit 최원준

*일부 ai,게티 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