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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양자컴퓨터,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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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2
[전문가 칼럼] 양자컴퓨터, 어디까지 왔나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로 수억 년 이상 걸릴 계산을 24시간 이내에 할 수 있는 컴퓨터가 바로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보자. |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컴퓨터를 능가해 미래에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된다. ⓒ shutterstock
현재 컴퓨터의 성능
휴대전화, PC 등의 기기를 통해 인터넷 정보탐색, 동영상 시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를 정도이다. 이들 기기의 내부에는 논리적 계산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실제 일을 수행하고 있다. 좀 더 들여다보면, 내부에서는 0V(볼트)인 전압에 대해 ‘0’으로 간주하고 3V, 5V처럼 그보다 높은 전압에 대해서는 ‘1’로 생각해 논리곱(AND), 논리합(OR), 논리부정(NOT) 등의 논리적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2진수 계산을 하게 된다. AND는 곱셈, OR는 덧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계산에 대해 PC의 CPU는 1초에 수억 번 이상 연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일을 처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현재의 컴퓨터는 빠르게 잘할 수 있는 계산이 있고, 잘 못하는(오래 걸리는) 계산이 있다. 잘하는 계산을 예로 들면, 17 × 19가 얼마인가를 계산한다면 323으로 금방 나올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어렵게 더 큰 숫자에 대해 11284724582190111234357199 × 11284724582190111234357197은 얼마인가를 계산하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127345008895885780563366212759911289461252254411203이라는 51자리 숫자로 답을 낼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에는 숫자가 커질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즉 쉽게 할 수 없는 계산의 대표적 예가 된다. 323은 무슨 숫자의 곱이냐(소인수분해)에 대해서는 그리 긴 시간이 안 걸리겠지만, 127345008895885780563366212759911289461252254411203은 확실히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만약 600자리 숫자라면 어떨까? 학자들에 의하면 수억 년 이상 걸릴 것이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어디에 쓸까? 암호 키를 만드는 데 쓰고, 금융거래 인증서, https의 암호화 전송 웹페이지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만약 현재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계산하는 컴퓨터가 등장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쉽게 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이 암호가 해독된다는 뜻이 된다. 그런 새로운 컴퓨터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자들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그중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는 ‘양자컴퓨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양자컴퓨터는 왜 빠른가
광자, (전자나 원자핵의) 스핀, 초전도회로, 원자, 이온, 점결함 등의 최소 에너지 상태에서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값을 갖는다. 즉 에너지 값이 단계적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 불연속적인 에너지 값 중 어느 한 값만 갖는 경우도 있겠지만, 2개의 값을 동시에 가지는 중첩된 상태로 된다거나, 광자, 전자, 원자핵, 초전도회로, 원자, 이온 등의 양자 상태들이 2개 이상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는 얽힘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양자적 성질을 갖게 되고, 이를 정보처리에 이용한다. 즉 최소 에너지 상태를 ‘0’, 그보다 바로 위의 에너지 상태를 ‘1’이라고 하면 중첩이 된 에너지 상태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1개의 양자 상태로 생각하면 된다. 즉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양자적 성질을 계산에 이용하면 현재의 컴퓨터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계산할 수 있다는 원리이고, 이에 대해 ‘양자적 이득’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양자적 이득이 있는 계산은 앞에서 설명한 소인수분해뿐만 아니라 검색알고리즘, 추천알고리즘, 연립방정식 등이 있고, 양자적 이득을 낼 수 있는 더 많은 계산알고리즘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서 응용 분야로서는 암호학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양자인공지능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onQ에서 이온 방식으로 개발하는 양자컴퓨터. 32개 큐비트까지 개발돼 있다. ⓒ IonQ
양자컴퓨터, 초전도회로 방식과 이온 방식이 선두를 달려
데이터를 구성하는 0과 1에 대해 현재의 컴퓨터는 비트라는 단위로 처리하는데, 0과 1이 중첩된 상태는 큐비트(양자비트라는 뜻)라는 단위로 처리한다. 광자, 초전도회로, 스핀, 이온, 점결함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큐비트를 만들 수 있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고 있다. 어떤 방법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초전도회로와 이온 방식이 큐비트의 성능(양자 상태 유지시간이나 연산 성공률 등)이나 개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 방식의 연산 성공률은 최고 99.9%에 이른다. 이는 간단히 생각하면 1000번에 1번 실패할 정도에 해당한다.
IBM의 초전도회로 방식의 양자컴퓨터는 127개 큐비트, IonQ의 이온 방식의 양자컴퓨터는 32개 큐비트까지 개발되어 있다. 특히 IBM에는 한국인 여성과학자가 참여해 큐비트의 성능을 높이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전도회로, 이온, 스핀, 광자, 원자, 점결함 등의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초전도회로나 이온 방식은 10개 정도의 큐비트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 기업에서도 양자기술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석·박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서 우리나라가 조만간 양자기술 선진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BM에서 초전도회로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현재 127개 큐비트까지 개발돼 있다. 사진의 왼쪽은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IBM에서 초전도회로 방식의 큐비트를 개발하는 핵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백한희 박사. ⓒ IBM
‘완전한’ 성능의 큐비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 사용하는 암호를 푸는 데 필요한 큐비트의 개수는 최소한 4천 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IBM에서는 2025년까지 4천 개의 큐비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인텔은 300mm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스핀 방식의 큐비트 1만 개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큐비트의 개수는 이제 충분한 것인가? 아직도 ‘턱없이’ 모자라다. 큐비트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산 성공률이 ‘충분히’ 높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가 필요하거나 큐비트 제조기술의 획기적 향상이 필요한데, 아직은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 다행히 차선책으로 여러 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면 된다. 다만 현재 큐비트 성능을 가지고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능 향상도 중요한 지표로서 앞으로의 연구개발 방향이 될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개발된다면, 수억 년이 걸리는 암호해독을 24시간에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출현할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전 세계 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5%의 확률로 30년 내에 가능하다는 긍정적 응답자는 2019년 9명, 2020년 23명, 2021년 2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실용적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글_박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양자기술연구단 단장